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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가족이 다녀가고 나서 나도 사람인지라 후유증이 좀 심했다. 밀린 일들 하다 보니 3월의 절반이 다 가는 줄도 몰랐다. 어쨌거나 봄이 오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던 벚꽃들이 요즘 아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며칠 전에만 해도 저 나무에도 꽃이 필까 했는데 어제 보니 그 나무에도 꽃들이 피고 있었다. 조만간 온천지가 사쿠라로 변할 것이다.

내가 몇 살까지 살 지는 모르겠지만 밥벌이로, 레포트로 스트레스 안 받는 그 시절이 오면 날마다 공공도서관에 가서 소설책 보는 꿈을 요즘 꾼다. 심심하면 영화도 좀 봐 주고. 뭘 하느라 바빴는지 잘 모르겠지만 밖엘 나와야 좀 한가했는데 이렇게 바다를 건너왔는데도 좀처럼 여유가 안생기는 것 보면 이제 일본이 어느새 내게 베이스 캠프가 된 것 같다. 한가했으면 하고 또 바라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딘가를 조만간 가 줘야 할 것 같다.

사진: 시즈오카의 봄.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