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세번째 맞이하는 4월이다. 작년과 다른 점은 여기저기에 제출할 신청서가 좀더 많아졌다는 거다. 비자도 연장해야하고, 유학생이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격외활동허가서도 세관에 가서 받아야 하고, 외국인이지만 여기서 몇 년 더 살 거라고 시약소(우리나라 동사무소 같은 곳)에 알려서 외국인등록증도 갱신해야하고, 국민건강보험증서도 다시 만들어야하고, 학생대상 보험신청도 해야하고, 건강진단도 해야하고, 장학재단에 장학금 서류도 장학금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내야하고, 조성금 관련 서류도 돈 나올 때까지 내야하고, 과목 이수신청도 해야하고, 수업료 좀 제발 면제해달라고 소설도 한편 써야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알아봐야하고, 누군가 내 신원을 보증해야하니 그런 사람도 찾아야 하고(수업료를 내지 못하거나, 내야할 돈을 못 냈을 때 보증인한테 독촉서류가 가기 때문에 보증을 부탁하기가 쉽지가 않다.) 요즘 머리가 아주 뽀개질 지경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대학로(학교앞)의 사쿠라는 눈이 부실 지경인데 내 맘은 언제나 한겨울이다. 내년 4월엔 좀 나아지려나. 이번에 화천에 갔을 때 이외수샘이 그러셨다. 나도 나이 마흔 될 때까지는 뭘 해도 안됐는데 지금 봐라, 이렇게 인생을 노닐 수 있지 않니. 어제 미국에 계시는 기홍님이랑 스카이피에서 만나 신세 한탄을 했는데 내 사정을 너무 잘 아시는 거다. 세상에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나니 적지않게 위로가 됐다. 시간이, 그래 시간이 다 해결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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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