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왼손 중지와 손바닥 사이를 꿰매는 수술을 했는데 이제야 실밥을 풀었다. 얼마 전에 출산한 친구는 실밥이 그대로 녹는 수술을 했다던데 난 그런 게 아니었나보다. 꿰맬 때도 아팠고 실밥 뽑을 때도 아팠다. 열바늘 꿰맸는데 자리가 어중간해 거의 20일을 붕대를 감고 살았다. 날이 좀 더워야지, 괜히 짜증이 밀려와 혼났다. 이제 물에 손대도 된단다. 그동안 귀찮아서 야채 잔뜩 사다가 비빔밥만 해먹었는데, 비빔밥이여 이제 안녕이다. 중지가 탈이 나니 못하는 게 너무 많았다. 잼병 따기도 힘들고 문열기도 힘들고 전기 스위치 누르기도 힘들고. 여섯손가락으로 키보드 치다가 다시 열손가락으로 복귀했는데 수술자리가 아파서 아직은 영 편하지가 않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2.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나를 감추려고, 아니면 드러내려고. 둘다인가? 거짓말을 하려면 들키지말던가, 왜 뻔히 들킬 거짓말을 할까. 게다가 그런 사람들은 대개 입에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능력없이 소신만 있는 사람만큼 내가 싫어하는 부류다. 박사 시작하고 너무 섬처럼 살아서 요즘은 거짓말 할 기회도 없다. 내가 해도 그렇게 완벽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3. 내 어릴 때, 친구들은 꿈들이 많았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다들 군인, 간호사, 버스 기사 등등 자기 딴에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꿈꾸었던 것 같다. 국제협력 전문가나 박사 뭐 이런 건 없었던 것 같다. 난 어릴 때 특별한 꿈이 없었다. 새학기가 올라가고 담임선생님이 장래희망을 물을 때 참 곤혹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꿈은 없었지만 나는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될까, 그리고 언제가 되면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까, 그건 참 궁금했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꿈이 없던 탓인지 별볼일 없는 어른으로 살고 있는 것 같고(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안 낳았으니 여전히 어린애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난 많이 부끄럽다. 어렴풋하지만 부끄러움에 대해서는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중학교 1학년 때인가 헷갈리는데, 선생님 질문에 지목되어 대답을 해야했던 날 그 다음날 때문이었을 거다. 대답을 해야한 날 난 정답을 이야기했고, 선생님은 실수인지 오답을 이야기했고, 아이들한테 나를 무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친절하게 조성해주셨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이유로 어제 내 대답이 정답이고 선생님의 실수가 드러났다. 아이들은 수군댔지만 선생님은 사과하지 않으셨고 또다른 질문으로 날 피곤하게 해서 그냥 엎어져 잤었던 것 같다. 질문도 대답도 지금 기억나지않지만 사람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한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던 것 같고 언젠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을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무식으로 어린 학생들을 무시할 수도 있는 선생이라는 직업군을 그때부터 아주 경멸하게 되었다. 근데 요즘 나 사는 꼴을 보니 나도 조만간 그 길로 들어설 것 같다.
4. 나의 베스트 프렌드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밥굶지마, 사랑해 우리딸. 끝-.
5. 기숙사 B동과 C동 사이의 빈터에 사진 속의 저 자전거가 항상 있어서 버린 건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주인일까 궁금했었다. 늘 보면서 사진 찍어놔야지 했었는데 결국 찍었고, 저 사진을 찍던 날은 날이 아주 뜨거웠었다. 이리저리 자리 바꾸어가며 한 스무장 찍었나. 그리고 볼일 보러 나갔다 돌아오는데 그날 드디어 자전거가 안보였다. 내가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저 자전거를 탐낸다고 오해를 한 걸까, 그 뒤에 자 자전거를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누가 치웠나보다 그랬는데 오늘 저 자전거와 주인을 드디어 만났나. 말하는 게 베트남 꼬마인 것 같은데 저 다 부서지는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만들며 씽씽 달리고 있었다. 웃음 소리가 어찌나 맑고 시원하던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걸 보고, 괜히 반가워 손을 흔들어주었더니,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며 쏜살같이 도망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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