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터에 온지 3개월째 접어든다. 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겨울방학이란다. 영국의 박사과정은 코스워크가 없고, 난 일본에서 이미 6개월 정도 워밍업을 한 상태라 오자마자 크게 헤맬 일은 없었다. 방문제가 크게 걸렸었지만...미국처럼 코스워크가 있었다면 수강신청도 해야하고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겨울방학 동안은 지도교수에게 내 연구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없어 숨을 좀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여긴 대학이 중심이 되어 상권이 돌아가는 곳이다. 학생이 한 2만명 정도 되나? 넘나? 이 학생들이 없으면 어떻게 사나 싶은 그런 곳이다. 학교 주변은 주택가에다 농지가 대부분이다. 내 친구 랍쇼가 이 블로그에 달아준 웹캠 이미지로 엑시터 시내를 보면서 이렇게 심심한 곳이었나 싶었다. 근처에 바다가 있는지 비만 오면 갈매기들이 학교 잔디밭으로 날아든다. 잔디밭을 바다로 착각하는 건지...
학교에서 시내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내 걸음으로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기숙사가 캠퍼스 안에 있기 때문에 장을 보려면 시내까지 가야 한다. 학교에서 시내까지 D버스라는 게 다니는데 한번에 2파운드 정도 드는 것 같다. (안 타봤지만 버스 창에 그렇게 씌여있다.) 왕복이면 4파운드, 한국돈으로 8천원 정도 된다. 영국 물가 비싼 거 유명한데 교통비도 그렇게 비싸다. 그래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아직 눈구경은 못했다.) 시내는 늘 걸어다닌다. 학교 안에 매점이 몇군데 있는데 물품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 많이 비싸다. 시내라고 하지만 한국의 면단위 다운타운보다 규모가 적어 보인다. 맘먹고 움직이면 한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고, 1파운드 숍도 있고, 테스코도 있고, 막스앤스펜서, 프리마크 등등도 있고. 시끌벅적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답답해서 못살 것 같은 곳이 엑시터다. 나처럼 그냥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이곳 엑시터가 천국이다.
flickr.com/photos/48058518@N00/9465284/
이렇게 작은 도시에 스타벅스가 네곳이나 있다. 시내에 두곳, 학교 안에 두 곳. 한국처럼 대형은 아니고 동네 커피숍처럼 아주 작고 의자도 몇개 없다. 커피를 연구하는 사람이니 더 열심히 카페 투어를 해야 하는데 사실 생각처럼 잘 안된다. 한잔에 1파운드 좀 넘는 커피값도 그렇고 시내까지 걸어서 왔다갔다 하는 일도 쉽지 않고. 보스턴 티 파티라는 곳이 커피 맛도 좋고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체인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인테리어를 비롯해 어떻게 정의하기 힘든 커피숍이다. 왜 사람들이 그 곳을 좋아하는지는 좀더 연구해봐야겠다. 그리고 하이스트리트(다운타운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위 사진의 중심 대로를 그렇게 부른다.)를 쭉 따라 걷다보면 도로 양쪽에 작고 아담한 서점이 두곳이 있고, 한곳은 안에 COSTA 커피숍이 들어가 있다. 한국관련 책을 구경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두 서점 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해가 일찍 떨어져서 그런 건지, 영국 사람들은 밤에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건지 대부분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 오후 5시 전에 문 닫는 스타벅스는 보다보다 처음 본다. 이곳의 모든 가게 문 앞에는 개점시간과 폐점시간이 적혀있는데 5시 전에 카페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처음에 쇼크를 먹.었.었.더.랬.다. 아무튼 이것도 여기 문화다. 내가 식료품을 주로 사는 테스코는 평일은 10시까지 하는 것 같다. 토요일은 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5시. The Cooperation이라는 곳이 있는데 한국의 편의점처럼 보이지만 여기도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다. 다른 가게보다 늦게 영업하는 대신 전부 비싸다. 밤 10시가 넘어 갑자기 허기가 져도 엑시터에서는 그냥 참아야 한다. 한국의 편의점이나 일본의 편의점이 왜 여긴 안들어오는 지 모르겠다. 들어오면 장사 잘 될 텐데...대학 캠퍼스가 엄청나게 넓으니 학교 안에 편의점이 두 개 정도 들어오고 정문 근처에 두 개 정도 생기면 딱 좋겠다. 편의점 천지 일본에서 살다 여기에 오니 별개 다 불편하다.
오늘도 연구실에 늦게까지 있을 계획이라 점심 먹고 시내에 나가 장을 잔뜩 봐다 놨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주로 월요일에 어슬렁거리며 나가 장을 봐다 한주를 산다. 말이 잔뜩이지 혼자 30분 동안 걸어서 들고 올 정도여야 하고, 기숙사 냉장고가 작아서 냉장고 한칸에 딱 들어갈만큼 사온다. 생각보다 먹거리가 일찍 떨어지면 학교 구내 매점에서 한국에서라면 거저 줘도 안먹을 것들을 사다 먹는다.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고, 나쁜 짓도 안 하지만, 이렇게 대충 먹으며 살다가 공부 끝나고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다.
해도 일찍 떨어지고, 날도 기분 나쁘게 춥고, 편의점도 없고, 가게들은 일찍 문을 닫지만, 연구실이 기숙사와 가까워서 좋고, 늘 숲을 볼 수 있어 아직까지는 엑시터가 좋다.
방학기념으로 저널을 한편 쓰기로 교수랑 약속을 한 터라 그거 쓰면서 크리스마스도 맞이하고, 연말도 맞이하고, 새해도 맞이할 계획이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도 알차게 한해 마무리하시고, 새해 맞이하시기를....
여긴 대학이 중심이 되어 상권이 돌아가는 곳이다. 학생이 한 2만명 정도 되나? 넘나? 이 학생들이 없으면 어떻게 사나 싶은 그런 곳이다. 학교 주변은 주택가에다 농지가 대부분이다. 내 친구 랍쇼가 이 블로그에 달아준 웹캠 이미지로 엑시터 시내를 보면서 이렇게 심심한 곳이었나 싶었다. 근처에 바다가 있는지 비만 오면 갈매기들이 학교 잔디밭으로 날아든다. 잔디밭을 바다로 착각하는 건지...
학교에서 시내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내 걸음으로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기숙사가 캠퍼스 안에 있기 때문에 장을 보려면 시내까지 가야 한다. 학교에서 시내까지 D버스라는 게 다니는데 한번에 2파운드 정도 드는 것 같다. (안 타봤지만 버스 창에 그렇게 씌여있다.) 왕복이면 4파운드, 한국돈으로 8천원 정도 된다. 영국 물가 비싼 거 유명한데 교통비도 그렇게 비싸다. 그래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아직 눈구경은 못했다.) 시내는 늘 걸어다닌다. 학교 안에 매점이 몇군데 있는데 물품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 많이 비싸다. 시내라고 하지만 한국의 면단위 다운타운보다 규모가 적어 보인다. 맘먹고 움직이면 한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고, 1파운드 숍도 있고, 테스코도 있고, 막스앤스펜서, 프리마크 등등도 있고. 시끌벅적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답답해서 못살 것 같은 곳이 엑시터다. 나처럼 그냥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이곳 엑시터가 천국이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 스타벅스가 네곳이나 있다. 시내에 두곳, 학교 안에 두 곳. 한국처럼 대형은 아니고 동네 커피숍처럼 아주 작고 의자도 몇개 없다. 커피를 연구하는 사람이니 더 열심히 카페 투어를 해야 하는데 사실 생각처럼 잘 안된다. 한잔에 1파운드 좀 넘는 커피값도 그렇고 시내까지 걸어서 왔다갔다 하는 일도 쉽지 않고. 보스턴 티 파티라는 곳이 커피 맛도 좋고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체인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인테리어를 비롯해 어떻게 정의하기 힘든 커피숍이다. 왜 사람들이 그 곳을 좋아하는지는 좀더 연구해봐야겠다. 그리고 하이스트리트(다운타운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위 사진의 중심 대로를 그렇게 부른다.)를 쭉 따라 걷다보면 도로 양쪽에 작고 아담한 서점이 두곳이 있고, 한곳은 안에 COSTA 커피숍이 들어가 있다. 한국관련 책을 구경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두 서점 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 Starbucks Exeter High Street by Glamhag ![]() ![]() ![]() |
해가 일찍 떨어져서 그런 건지, 영국 사람들은 밤에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건지 대부분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 오후 5시 전에 문 닫는 스타벅스는 보다보다 처음 본다. 이곳의 모든 가게 문 앞에는 개점시간과 폐점시간이 적혀있는데 5시 전에 카페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처음에 쇼크를 먹.었.었.더.랬.다. 아무튼 이것도 여기 문화다. 내가 식료품을 주로 사는 테스코는 평일은 10시까지 하는 것 같다. 토요일은 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5시. The Cooperation이라는 곳이 있는데 한국의 편의점처럼 보이지만 여기도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다. 다른 가게보다 늦게 영업하는 대신 전부 비싸다. 밤 10시가 넘어 갑자기 허기가 져도 엑시터에서는 그냥 참아야 한다. 한국의 편의점이나 일본의 편의점이 왜 여긴 안들어오는 지 모르겠다. 들어오면 장사 잘 될 텐데...대학 캠퍼스가 엄청나게 넓으니 학교 안에 편의점이 두 개 정도 들어오고 정문 근처에 두 개 정도 생기면 딱 좋겠다. 편의점 천지 일본에서 살다 여기에 오니 별개 다 불편하다.
오늘도 연구실에 늦게까지 있을 계획이라 점심 먹고 시내에 나가 장을 잔뜩 봐다 놨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주로 월요일에 어슬렁거리며 나가 장을 봐다 한주를 산다. 말이 잔뜩이지 혼자 30분 동안 걸어서 들고 올 정도여야 하고, 기숙사 냉장고가 작아서 냉장고 한칸에 딱 들어갈만큼 사온다. 생각보다 먹거리가 일찍 떨어지면 학교 구내 매점에서 한국에서라면 거저 줘도 안먹을 것들을 사다 먹는다.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고, 나쁜 짓도 안 하지만, 이렇게 대충 먹으며 살다가 공부 끝나고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다.
해도 일찍 떨어지고, 날도 기분 나쁘게 춥고, 편의점도 없고, 가게들은 일찍 문을 닫지만, 연구실이 기숙사와 가까워서 좋고, 늘 숲을 볼 수 있어 아직까지는 엑시터가 좋다.
방학기념으로 저널을 한편 쓰기로 교수랑 약속을 한 터라 그거 쓰면서 크리스마스도 맞이하고, 연말도 맞이하고, 새해도 맞이할 계획이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도 알차게 한해 마무리하시고, 새해 맞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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