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한국/사람들2010. 7. 24. 20:19
2005년 한 TV프로그램에서 태호를 처음 만났다. 양팔이 없어 몸을 이리저리 굴려 이동하면서도 아이가 어찌나 씩씩하던지,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던 기억이 난다. 이 블로그에도 그때 감상기가 있다.(http://puandma.com/27)

어제 방송에서 태호를 다시 만났다. 당시 열살까지 살기 힘들다고 했었는데 태호는 어느새 열한살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장애인 학교가 아니라 일반인 학교였다.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하도 자주 말해서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었는데 다시 만난 태호는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씩씩했다. 아빠가 되고 싶다던 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열한살이 된 태호는 그림을 제법 잘 그렸고, 노래를 아주 좋아했다. 뭐든지 혼자하려했고,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마치 삶의 의무인 것처럼 살고 있었다. 저 작은 몸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생각했다. 태호는 많은 사람의 도움없이 살 수 없는 운명이지만 독립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때 같이 입양되었던 성일이라는 아이가 있었다는데 난 기억도 못했다. 태호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다음주 같은 시간에 2부가 방송된다고 한다. 태호를 처음 봤을때 "10년, 아니 20년, 30년이 지난 후 태호의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다. 건강하게 잘 살아라, 태호야!!!" 그랬었는데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태호는 어제의 당찬 그 모습일 것 같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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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