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수제 컵케이크가 두개 배달되었다. 일부러 가져왔는데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방금 저녁 먹었다고 하면 내일 먹으라고 하는 통에 일단 받아둬야했다. 가끔 이런 식으로 케이크나 쿠키 등이 배달이 될 때가 있는데 마냥 기쁘지가 않다. 원래 간식을 안 좋아하지만, 단맛으로 먹기에도 솔직히 그 케이크들은 맛이 별로다. 늘 느끼지만 반죽이 잘 못된 것 같기도 하고. 여유 생기면 베이커리 숍 오픈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일도 아닌데 걱정스러울 정도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육류가 많이 포함된 음식들을 받을 때도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들고 온 성의를 생각하면 맛있게 먹어줘야 하는데 뚜껑도 안 덮은 채 그냥 들고 온 향신료 범벅의 그런 음식들은 그릇을 돌려줄 때까지 온 방안에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릇 돌려줄 때 빈그릇만 돌려주기 뭐하니 답례를 해야하는 데 괜히 억울해지기까지 하다. 


사실 이렇게 된 건 그릇 돌려주면서 그냥 스쳐가는 말로 "맛있었다"고 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내가 아무리 착한 여자가 되는 일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대놓고, 맛 별로였으니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요리에 별 재주가 없는 사람이 본인이 장금이라고 착각하고 하는 요리들은 아주 못생긴 여자가 자기가 예쁜 줄 알고 하는 행동들 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게다가 맛있지, 맛있지, 하면서 권하기까지 하면 공포스럽기까지하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착한사람이 되는 일은 이미 포기했다지만, 갑작스럽게 거절하기 힘든 호의와 맞닥뜰릴 때 여전히 난감하다. 장금이도 아니면서 장금이 흉내를 낸 음식들을 만날 때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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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