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꽤나 평판이 좋은 카페를 물어물어 찾아 갔는데 소문대로 분위기가 그럴싸했다. 메뉴판의 맛있어 보이는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주문했다. 바리스타 앞에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대놓고 구경하기는 쑥스러워 멀리 앉아 지켜보는데 다 내린 커피를 작은 잔에 담아 홀짝이는 게 아닌가.
한 잔에 6,000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커피를 홀짝이는 그 모습이 하도 궁색해보여 나까지 궁색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내린 커피에 계속 물을 붓는데 저래도 되나 싶게 계속 붓는다. 그리고는 또 홀짝인다.
이제 됐다 싶었는지 커피를 내오는데 자주 다니던 카페들과 다르게 잔이 몹시 작았고 손잡이가 너무 불편했다. 바리스타의 퍼포먼스와 상관없이 큰 기대를 안고 커피를 마셨는데 맛은 밍밍했고 내가 여기까지 왜 왔나 싶었다. SNS 활동이 활발한 카페인데 요즘 타임라인에 그 카페 기사가 등장하면 내가 간 날, 그 시간만 그랬을 거야, 라고 위로한다.
지인의 안내로 도쿄의 한 카페에 갔을 때다. 바(bar) 형태의 카페로 마스터 코 앞에 앉은 우리는 조용히 그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다 내려진 커피는 받침까지 화려한 커피잔 세트에 제공되었다. 맛 또한 일품이었다.
시종일관 일본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를 연상 시키는 분위기에서 마스터의 일거수일투족은 군더더기가 없었고 한 잔에 2,500엔짜리 커피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한 편의 공연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일하러 갈 때는 맛 보다는 공간의 편의성을 더 중시하게 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커피 맛이다. 그 다음으로 욕심을 내자면 위생, 서비스 태도, 쾌적한 분위기, 적당한 소음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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