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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8 오죽헌 구용정 단상 10
꿈에 강릉에 다녀왔다. 며칠전 받은 편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만난 유학생인데 한국으로 돌아간 후 이메일을 보냈는데 아직 강릉이라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었다. 꿈에서, 오죽헌 입구에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구용정에도 들렀고, 빈 겨울바다도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걷다 왔다. 바다에 가기 전에 좌측에 있는 선교장에도 갔었다. 그대로였다. 꿈속에서 다행이다, 라고 그랬었던 것 같다. 

강릉은 아무 연고도 없는데 가끔 가던 곳이었다. 다들 혼자 여행을 가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어느 날이었다. 터미널에서 어디로 갈까 하다 '강릉'이라는 글자가 어찌나 커 보이던지 그냥 표를 끊었다. 목적이 오죽헌은 아니었지만 오죽헌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터라 어떻게 찾아가는지도 모른 채 터미널에서 내려 무작정 오죽헌을 향해 걸었다.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지만 마침내 오죽헌에 도착했고, 신사임당과 이율곡의 흔적을 더듬어야했는데, 그만 입구 오른쪽에 있는 구용정, 그 정자에 꽂히고 말았다. 정자에 앉아 잠깐만 쉬어야지 하다, 피곤이 몰려왔고, 그냥 대자로 누워 늘어지게 잠이 든 거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모든게 새로워진 기분이었다. 그럼 된 거였다. 구용정 앞의 연못만 한번 더 둘러보고 오죽헌을 나왔다. 바다 근처까지 갔다가 바다도 안 보고 그렇게 서둘러 강릉을 떠났었다. 

대학시절 친구 둘과 함께 도보여행하면서 다시 강릉에 갈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오죽헌 안을 제대로 둘러봐야지 했는데 그만 또 구용정에 드러눕고 말았다. 한숨자고 곧 갈게, 했는데 결국 그날도 난 구용정 감상에 그쳐야했다.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난 그저 정자에 앉아 있었다. 

그 이후로도 일이 잘 안풀리면 혼자 훌쩍 강릉에 다녀오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구용정만 둘러보고 오는 바람에 난 아직도 오죽헌을 잘 모른다. 선교장에도 갔었고, 강릉 해수욕장의 빈바다도 보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오죽헌 구경을 제대로 못했다. 5000원 화폐의 주인공이 신사임당으로 바뀌었다는데 오죽헌에 가면 그녀의 자취를 좀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난번 한국에 갈 때는 경주에 꼭 가고 싶었는데, 다음에 한국에 가면 강릉의 오죽헌에 다시 가고 싶다. 그때 오죽헌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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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