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어 이제 내가 사는 기숙사 8층엔 빈 방이 없다. 非아시아인은 스웨덴에서 온 '얌식이' 하나 뿐이다.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중국은 북경, 상해, 홍콩, 심양, 하북 등에서 골고루 왔고, 한국은 강릉에서 국비를 받아 온 학생이 하나 있고,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시크릿 걸이 내 라인에 산다.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에서 온 학생들 덕분에 조만간(귀신도 모르는) 아시아 투어를 한번 떠날 계획이다.
아시아가 아닌 다른 대륙에 가면 나는 아시아 안의 한국인이 아니라 그냥 황인종, 아시아인으로 분류된다. 우리가 베넹, 토고 이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그냥 아프리칸으로 묶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실 뜯어보면 별로 같은 게 없는 데도 말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연수 프로그램으로 간사이에 있을 때 아시아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위에서 언급한 아시아 국가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인도, 네팔, 미얀마, 중앙아시아에서도 왔으니 왠만한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그때 다 만난 셈이다. 간사이에서는 정해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가끔 파티를 할 때 말고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시간을 못 가졌는데(공통 언어인 일본어가 짧았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 이곳 기숙사는 또 다르다.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오다가다 만날 일이 많아서인지 간사이에 있을 때 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알아 갈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아시아 사람들은 정말 다 밥을 주식으로 먹는다. 반찬이 다르다는 게 좀 신기하지만 말이다. 방글라데시 친구는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인지 날마다 닭을 손질하고, 날마다 카레를 만든다. 캄보디아 친구는 날마다 각종 향신료를 넣고 심하게 끓인 탕 비슷한 걸 먹는다. 인도네시아 '지름남(기름요리를 너무 격하게 해서 그렇게 부른다)'은 날마다 튀기고, 날마다 볶는다. 지난 학기 북경에서 온 중국인 여자애는 돼지 귀, 돼지 족발, 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하는지 자주 고아먹고 그랬는데 이번 학기에 그런 중국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난 친구들이 보내 준 김, 수퍼에서 산 김치, 된장찌개, 이런 것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저 친구들 눈에도 내가 신기할까?
반찬만 다른 건 아니다. 칼질이 다 다르다. 도마위에 놓고 썰 때는 왼손으로 칼을 잡느냐, 오른손으로 칼을 잡느냐 그것만 다르지만 사과든 감자든 들고 칼질을 할 때는 칼이 가는 방향과 깎는 모습이 나라마다 다 다르다. 다들 지들이 옳고 다른 나라 칼질은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내가 보기에 '쟤들' 칼질은 너무 아찔한데...
먹는 것만 다른 건 아니다. 돈을 세는 방법도 다르다. 저렇게 해서 돈이 넘어가나 싶게 돈 다발을 잡고 한장한장 넘기는데 볼 수록 재미있다. 역시나 다들 지네들 방법이 옳다고 한다. 한국의 은행 여직원들처럼 돈을 부채로 만들어 세는 나라는 아직까지 못 봤다. 그건 어느나라 기술이지?
아, 음답패설도 다르다. 들으면 그럴듯 한데 아마 그 나라 문화가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성적 표현과 관련된 바디랭귀지도 다르다. 밥 먹다가 한참 웃었다. 다들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것 같아 난 한국이 아닌 에티오피아 이야기를 들려줬다. 동석한 애들도 웃느라 밥을 제대로 못 넘겼다.
이런 것 말고도 많을 테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8층에서 만난 친구들을 찾아 아시아 투어를 하고 나면 같으면서 다른 아시아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아시아가 아닌 다른 대륙에 가면 나는 아시아 안의 한국인이 아니라 그냥 황인종, 아시아인으로 분류된다. 우리가 베넹, 토고 이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그냥 아프리칸으로 묶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실 뜯어보면 별로 같은 게 없는 데도 말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연수 프로그램으로 간사이에 있을 때 아시아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위에서 언급한 아시아 국가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인도, 네팔, 미얀마, 중앙아시아에서도 왔으니 왠만한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그때 다 만난 셈이다. 간사이에서는 정해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가끔 파티를 할 때 말고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시간을 못 가졌는데(공통 언어인 일본어가 짧았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 이곳 기숙사는 또 다르다.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오다가다 만날 일이 많아서인지 간사이에 있을 때 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알아 갈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아시아 사람들은 정말 다 밥을 주식으로 먹는다. 반찬이 다르다는 게 좀 신기하지만 말이다. 방글라데시 친구는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인지 날마다 닭을 손질하고, 날마다 카레를 만든다. 캄보디아 친구는 날마다 각종 향신료를 넣고 심하게 끓인 탕 비슷한 걸 먹는다. 인도네시아 '지름남(기름요리를 너무 격하게 해서 그렇게 부른다)'은 날마다 튀기고, 날마다 볶는다. 지난 학기 북경에서 온 중국인 여자애는 돼지 귀, 돼지 족발, 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하는지 자주 고아먹고 그랬는데 이번 학기에 그런 중국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난 친구들이 보내 준 김, 수퍼에서 산 김치, 된장찌개, 이런 것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저 친구들 눈에도 내가 신기할까?
반찬만 다른 건 아니다. 칼질이 다 다르다. 도마위에 놓고 썰 때는 왼손으로 칼을 잡느냐, 오른손으로 칼을 잡느냐 그것만 다르지만 사과든 감자든 들고 칼질을 할 때는 칼이 가는 방향과 깎는 모습이 나라마다 다 다르다. 다들 지들이 옳고 다른 나라 칼질은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내가 보기에 '쟤들' 칼질은 너무 아찔한데...
먹는 것만 다른 건 아니다. 돈을 세는 방법도 다르다. 저렇게 해서 돈이 넘어가나 싶게 돈 다발을 잡고 한장한장 넘기는데 볼 수록 재미있다. 역시나 다들 지네들 방법이 옳다고 한다. 한국의 은행 여직원들처럼 돈을 부채로 만들어 세는 나라는 아직까지 못 봤다. 그건 어느나라 기술이지?
아, 음답패설도 다르다. 들으면 그럴듯 한데 아마 그 나라 문화가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성적 표현과 관련된 바디랭귀지도 다르다. 밥 먹다가 한참 웃었다. 다들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것 같아 난 한국이 아닌 에티오피아 이야기를 들려줬다. 동석한 애들도 웃느라 밥을 제대로 못 넘겼다.
이런 것 말고도 많을 테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8층에서 만난 친구들을 찾아 아시아 투어를 하고 나면 같으면서 다른 아시아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