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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09 두번째 레서피


게스트하우스의 사토 상은 닉네임만 요리사인 줄 알았는데 정말 전직 요리사란 사실을 어제 알았다. 나이는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데 미국에서 10년간 스시집 요리사였단다. 생선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않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서도.

부엌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식기며 요리 도구들도 전부 같이 사용하는데 이 곳에 사토 상만 사용하는 사시미용 칼이 있었다. 이걸 누가 사용하나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어제 풀렸다. 사토 상은 일반 칼보다 길고 몸체가 아주 날렵해 딱 보기만 해도 아찔한 이 칼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며 요리를 하는 것 아닌가. 스윽스윽, 칼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뭔가 재료의 형태가 바뀌어 있다.

어제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두개의 요리를 만들었다. 요리사란 사실을 알고난 바에야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기회가 되는 대로 그냥 보는 요리 공부를 하기로 했다. 사토 상도 맘대로 하라면서 전혀 개의치않고 착착 요리를 하더니 마치 선생이 된 것처럼 이 조미료는 이래서 사용하고, 요건 또 저래서 사용하는 거다, 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줬다.

요리 1
1) 양파를 반을 쪼갠 후 반 쪼갠 상태의 양파를 아주 잘게 썬다. 얇은 초승달 모양의 양파가 수북히 쌓일 거다. 이걸 올리브유에 잘 볶는다. 내가 양파를 볶으면 이상하게 색이 노래지던데 양파를 색깔 그대로 볶으려면 요령이 필요했다. 설명은 힘든데 이제 난 양파 색깔 그대로 양파를 볶을 수 있을 것 같다. 팬을 불 위에 그대로 올려놓고 끝까지 볶는 게 아니라 팬을 불에 잠깐 잠깐 떼어 가며 볶으니 색다른 양파 볶음이 탄생되었다. 뭐 요리 잘하는 사람들한테는 이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볶은 양파를 오븐용 그릇에 담는다.

2) 그리고 한쪽에서는 오징어를 잘 손질한다. 살들을 평평하게 깐다음 여기에 아주 잘게 칼집을 낸다. 왜 내냐니까 먹기 편하게 하려고,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항~. 그리고는 볶은 양파 위에 쭉 올린다. 이 칼집 때문에 열이 가해진 오징어 몸체에는 자잘한 돌기가 오톨도톨 생긴다. 오징어를 양파 위에 올린 후에 허브며 화이트페퍼 등을 위에 뿌린다. 그런 다음 오븐에 집어 넣는다. 오븐이 없으면 전자렌지에도 무방.

3) 다음은 여기에 하룻동안 생강에 재운 닭가슴살을 올려 다시 오븐에 돌린다. 그리고 이 위에 또 이것저것 뿌리는 데 일반인과 요리사의 요리 차이가 바로 여기서 생기는 것 같다.

4) 피망, 마요네즈 혹은 치즈로 정성껏 모양을 낸 후 또 오븐에 돌린다. 요리 끝.


요리 2
이건 한국에서 소고기 무국을 끓이는 거랑 비슷한데 그러면서 쫌 다르다.

1) 돼지고기를 (부위는 잘 모르겠는데) 3 X 2 X 2 정도로 썬다. 그냥 비계가 달린 채 두툼한 느낌으로 썬다.

2) 무우를 원통 채 1cm 굵기로 썬 후 위아래에 십자형으로 칼집을 낸다. 오뎅국에 보이는 그런 무우를 상상하면 된다.

3) 1)의 돼지고기를 참기름에 볶는다. 거의 익을 때까지 볶은 후 찰랑찰랑하게 물을 부은 후에 2)의 무를 집어 넣는다.

4) 그리고 끓이기 시작하는데 이때 요리용 술을 물 분량의 1/4 정도 집어 넣는다. 돼지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란다.

5) 물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졸인 후 몇 가지 양념을 더 한다고 했는데 바빠서 내 방으로 올라왔다.  어쨌거나 이걸로 요리 대충 끝.


난 요리사를 천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재료를 딱 보고 요리를 생각하지? 나 같은 사람은 요리를 떠 올린 후 재료를 생각하는 데 말이야. 수퍼의 야채코너에 있는 재료들을 보면 내가 해먹을 수 있는 건 다 거기가 거기고, 장을 볼라고 치면 그냥 막막하기만 한데 요리사란 사람들은 재료를 딱 보면 바로 요리를 떠올리지 않는가.

난 천재도 아니지만 쓸데없는 걸로 바빠서 앞으로도 요리사는 못 될 것 같다. 그러나 맛있는 요리를 보면 저렇게 한번 해봐야지, 정도는 가끔 생각한다. 오다가다 요리하는 사토 상이 보이면 어제처럼 참관을 할 생각이다. 시간 나시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시고 요리가 잼병인 이 사람을 위해 레서피를 공개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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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