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스트하우스에 아직 스물이 안된 아가씨가 하나 왔다. 게스트하우스 막내다.
이름은 모르는데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고 곧잘 예쁜짓을 한다.
뭐 예쁘면 뭘 해도 예쁜 게 만고의 진리지만서도.
요리를 못한다고 친구가 요리책을 선물했다는데 뭘 만드는 시간보다 책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
같이 뭘 시작하면 난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냈는데 이 아가씨는 아직도 물을 끓이고 있다.
교자가 먹고 싶어 한번 해볼까 폼을 재고 있었는데 중국인 원상이 보기 안쓰러웠나보다.
그러지말고 같이 만들어 먹자고. 처음엔 둘이, 그러다 셋이, 나중엔 게스트하우스 전체가 같이
교자를 만들어 먹기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획이 되었었나보다. 그날이 어제였다.
학회가 있어 끝나고 오는데 부엌이 아주 분주하다. 저녁엔 뭘 먹을까 고민하고 왔는데
이제 파티가 막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뭐냐고 하면서 나도 끼워달라고 하고는 염치없이 합류해버렸다.
회비야 당근, 냈지. 그리고 염치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파티가 끝난 후 설겆이로 보상했다.
교자피가 남아 막판에 그래도 3개를 만들고 5개를 먹었으니 남는장사라고 해야하나?
샐러드가 맛있어 그걸로 배를 채우느라 사실 교자는 내게 큰 의미가 없었지만 나름 유쾌한 파티였다.
19명이 참가해 교자를 만들었다는데 분위기를 딱 보니 원상이 반장이었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그럼 다들, 예,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이슬도 한병 등장했는데 애들이 음료수 마시듯이 소주를
마시는 게 아닌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참이슬도 그런가 보다.
파티가 무르익어 왁자지껄한 틈을 타 부엌게 들어가 남은 교자를 챙겨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얌체족들도 있었다. 사람 사는 데가 똑같지 뭐.
이번 달은 엉성했지만 다음달은 좀더 잘 준비해서 일본애들한테는 무우척 어렵지만 한국사람들한테는
식은죽 먹기인 일명 '지지미'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땐 나도 뭔가 기여를 해야지.
'지지미'하니까 작년 여름 화천에서 쪽배축제 일하면서 장 본부장님이 해주신 그 부침개가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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