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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1 텅 빈 기숙사 4
작년 여름에는 오오이타현의 츠쿠미시에 가 있어서 도쿄의 여름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올해는 확실하게 도쿄의 여름과 함께 하고 있다. 대낮엔 덥고 습한 데다 요즘은 거의 매일 저녁 한차례씩 소나기가 내린다. 비는 혼자가 아니라 천둥번개와 함께 찾아온다. 오늘도 벌써 비님이 다녀가셨다. 도쿄의 여름은 꼭 동남아시아 날씨 같다. 홍콩에 갔을 때 거기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가 그러셨다. 홍콩에서 남편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에어콘 없이는 못 산다고. 한국에서는 집 구조가 시원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왠만해서 여름에 에어콘 켤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주야장천 켜야한다. 홍콩 아주머니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방학이라 모두 제 나라로 떠나서인지 기숙사가 아주 조용하다. 광고 전단지가 현관문 손잡이에 몇 주째 걸려 있는 방은 주인이 없는 빈 방이다. 내 라인에는 나와 캄보디아의 위보로만 남아있다. 맞은편 라인에는 다음주에 떠날 독일인 후로, 조선족 정상, 야마쿠치에서 온 야스가 남아 있다. 복도도 조용하고 공용키친도 조용하고 기숙사 전체가 소리를 내면 큰일 날 것처럼 정적에 휩싸여있다. 8월 초만해도 오며가며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도 별로 마주칠 일이 없다. 다들 쑥쓰러워서인지 음식을 해서 키친에서 먹는 사람도 없다.

내 라인에는 히토쓰바시 대학 간다캠퍼스 학생들이 많았다. 간다 캠퍼스의 공공정책 과정은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 각 나라의 공무원들이 일본 정부나 그 나라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수업이 워낙 타이트 해서 수업과정 2년이 끝나도 애들이 일본어를 거의 못한다. 돌아가려면 짐도 부쳐야 하고, 전화도 끊고 정리할 게 많은데 일본어가 안되니 애들이 우왕좌왕 난리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해약관련 서류는 용어가 좀 복잡한가. 8월 초에는 떠나는 애들이 여기저기서 부르는 통에 통역도 해주고, 애들이 일본을 떠날 때 뭘 챙겨 가는지도 구경하고 심심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꼭 섬이 된 기분이다. 이것도 슬럼프 일종인가?

빨리 논문 중간 발표가 끝나고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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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