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쓰바시 기숙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9.29 기숙사 이용 백태 7
  2. 2008.08.21 텅 빈 기숙사 4
히토쓰바시 대학 코다이라 기숙사에는 도쿄의 4개 대학 외국인 유학생 약 400명이 모여 살고 있다. 그리고 건물은 좀 떨어져 있지만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공부하는 약 370여명의 일본인 학생도 입주해 있다. 신주쿠에서 전철을 타고 서쪽으로 30분은 달려야하는 시골의 기숙사 치고는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은 편이다. 잘나가는 동문들 덕분에 한달에 1500엔만 내면 무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과 수영장은 이 기숙사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외국인 유학생동의 각 층에는 일본인이 한명씩 살고 있다. 내 층에도 외국 유학생 20명 이외에 야마구치 출신의 일본인 유학생이 같이 산다. 일본어를 잘 하는 외국인도 있고, 전혀 못하는 외국인도 있고, 생활하면서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때 이 일본인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숙사 시설은 개인룸에 공동취사시설, 공동세면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룸에는 책상, 의자, 책장, 옷장, 냉장고, 신발장, 에어콘, 침대,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다. 빈 몸으로 일본에 도착해도 바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이불이나 가재도구는 자기가 마련해야 하지만 코스를 끝내고 떠난 사람들이 남겨놓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새 입주자들에게는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그런 물건들에는 자전거도 있고, 전기밥솥도 있고 다양하다. 기숙사비는 한달에 9,900엔. 여기에 공익비 2,000엔,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전기료, 수도료가 포함되면 만 2,3천엔 정도 방값으로 내면 된다. 여름 겨울엔 자기가 쓴만큼 냉난방비가 추가되는데 그렇게 데미지가 크지 않다. 방값이 싸다보니 다들 들어와 살고 싶어하는데 경쟁률은 치열한 편이다. 

일본인만 거주하는 기숙사는 잘 모르겠는데 외국인 거주 기숙사는 어느 층이나 막론하고 공동시설이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일본인들의 경우 학교 정책상 본인의 공부가 끝날 때까지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특별한 예외 말고는 2년 이상 기숙사에서 살 수 없다. 대부분 2년을 살고 이사를 가거나 자기네 나라로 떠나가기 때문인지 시설을 미련없이 써대는 통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아주 피곤하다.

개발도상국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 일본에서 컴퓨터를 처음 보는 학생들도 있고, 전철을 처음 타보는 학생들도 있다. 세탁기, 전자렌지, 토스터기를 처음 본 학생들도 의외로 많다. 낯선 환경이다보니 그러지 말라고 그림을 그려 붙여놔도 공동취사실의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거나 가래침을 뱉어가며 양치질을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방에서 복도를 거쳐 오면서 더러워진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부엌으로 신고 들어오는 학생이며, 쓰레기 분리수거에 동참하지 않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내 층에는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이 많은데 튀기거나 볶는 기름요리가 많고, 냄새가 잘 없어지지 않는 카레요리 냄새가 부엌에 진동을 한다. 한국의 된장 찌개가 가세를 하면 냄새 아주 죽인다. 몸에 기름을 바르는 학생들이 있는지 공동샤워시설은 늘 기름범벅이다.

논문 중간발표 때문에 이번 방학 때 기숙사에서 내내 머물렀는데 기숙사를 떠난 학생들이 공동냉장고에 내팽개치고 간 음식이며, 정리 안하고 간 그릇들 때문에 거의 두달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주인이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고 함부로 치우지 못하시고, 냄새 때문에 벌레들도 자꾸 생기는 것 같은 데 뾰족한 대안도 없고, 나도 뭘 끓여 먹고 살아야하니 이용을 안 할 수도 없고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결국 9월이 다 갈 즈음 유통기한이 3월로 표시된 우유도, 요쿠르트도 다 버리고, 곰팡이가 핀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음식물들도 통째로 다 버렸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식탁 위에 한달 째 10엔짜리 다섯개가 굴러다니는 데 그건 그냥 내버려뒀다. 그리고 며칠 동안 부엌이 깨끗해져 나름 기분이 좋았는데 주말부터 다시 더러움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새로운 코스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입주하면서 부엌의 가재도구도 늘어났고 덩달아 가스렌지며 주변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기름병 하나가 뚜껑이 열린 채 가스렌지 주변에 있었는데 오늘도 그대로인 채 기름만 줄어들어 있었다. 400그램짜리 기름이었는데 50그램도 안남아 있어 밥을 기름에 말아먹나 그랬다. 왠걸 가스렌지 주변이 기름 범벅이다. 참나, 애들도 아니고 미치겠다. 

문화교류도 좋고, 언어교류도 좋고 다 좋은데 난 이 사람들과 또 가을, 겨울을 보내야 한다. 두통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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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작년 여름에는 오오이타현의 츠쿠미시에 가 있어서 도쿄의 여름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올해는 확실하게 도쿄의 여름과 함께 하고 있다. 대낮엔 덥고 습한 데다 요즘은 거의 매일 저녁 한차례씩 소나기가 내린다. 비는 혼자가 아니라 천둥번개와 함께 찾아온다. 오늘도 벌써 비님이 다녀가셨다. 도쿄의 여름은 꼭 동남아시아 날씨 같다. 홍콩에 갔을 때 거기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가 그러셨다. 홍콩에서 남편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에어콘 없이는 못 산다고. 한국에서는 집 구조가 시원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왠만해서 여름에 에어콘 켤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주야장천 켜야한다. 홍콩 아주머니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방학이라 모두 제 나라로 떠나서인지 기숙사가 아주 조용하다. 광고 전단지가 현관문 손잡이에 몇 주째 걸려 있는 방은 주인이 없는 빈 방이다. 내 라인에는 나와 캄보디아의 위보로만 남아있다. 맞은편 라인에는 다음주에 떠날 독일인 후로, 조선족 정상, 야마쿠치에서 온 야스가 남아 있다. 복도도 조용하고 공용키친도 조용하고 기숙사 전체가 소리를 내면 큰일 날 것처럼 정적에 휩싸여있다. 8월 초만해도 오며가며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도 별로 마주칠 일이 없다. 다들 쑥쓰러워서인지 음식을 해서 키친에서 먹는 사람도 없다.

내 라인에는 히토쓰바시 대학 간다캠퍼스 학생들이 많았다. 간다 캠퍼스의 공공정책 과정은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 각 나라의 공무원들이 일본 정부나 그 나라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수업이 워낙 타이트 해서 수업과정 2년이 끝나도 애들이 일본어를 거의 못한다. 돌아가려면 짐도 부쳐야 하고, 전화도 끊고 정리할 게 많은데 일본어가 안되니 애들이 우왕좌왕 난리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해약관련 서류는 용어가 좀 복잡한가. 8월 초에는 떠나는 애들이 여기저기서 부르는 통에 통역도 해주고, 애들이 일본을 떠날 때 뭘 챙겨 가는지도 구경하고 심심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꼭 섬이 된 기분이다. 이것도 슬럼프 일종인가?

빨리 논문 중간 발표가 끝나고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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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