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터 세인트 데이비스역(St.Davids Station)에 도착하면 여기가 과연 엑시터인가 실망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엑시터 대학 캠퍼스에 도착하면 그 상한마음 전부 보상 받을 수 있으니 처음부터 너무 낙담하지 마시길.  엑시터대학 캠퍼스는 영국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캠퍼스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꽃과 다양한 식물들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이곳에서 사계절을 다 보냈는데, 엑시터를 떠나면 가장 잊지 못할 것 중에 하나가 시원한 공기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캠퍼스가 아닐까 싶다. 

엑시터에 도착하기 전에 궁금한 게 많을 텐데 그중 하나가 앞으로 묵을 숙소일 것이다. 대부분 신입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묵게된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말이다. 신입생의 경우 7월말까지 신청할 경우 학교 기숙사에서 머물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신청하는 사람들은 보장할 수 없다고 학교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후에 도착한 학생들도 발품을 열심히 팔면 학교가 제공한 기숙사에서 머물 수 있다. 경험에 따르면 1년 정도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엑시터 대학의 기숙사는 캠퍼스 안에도 있지만 캠퍼스 밖에도 있으니 신청 전에 꼭 문의해야 한다. 둘다 장단점이 있다. 학교 안의 경우 학교시설을 이용하는데 당연히 편리하고 학교 밖에 있는 경우는 시내가 가까워 쇼핑 등을 하기에 편리하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며 방값은 주당 계산하지만 월별 혹은 1년치를 한꺼번에 계산할 수도 있다. 

대학내 기숙사 가격 관련 참고 사이트: http://www.exeter.ac.uk/accommodation/postgraduate/selfcateringprices.shtml 

모든 기숙사는 계약시 보증금을 내야 하며, 이 돈은 계약이 끝날 때 찾아갈 수 있지만, 계약을 변경하거나 파기할 경우 못 찾을 수도 있으니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계약이 끝나기 전에 기숙사를 나가고 싶을 경우 반드시 새 입주자를 찾아야 방을 비울 수 있다. 아주 번거로운 일인데 학교내 게시판 여기저기에 지금 사는 기숙사 조건을 써서 붙여 놓거나 기숙사 관련 사무소(Accommodation Office) 앞에서 얼쩡거리다 보면 운좋게 방을 구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방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다. 용어가 낯설 텐데 몇가지만 소개한다. 학교 바깥에서 집 한채를 얻어 여러 학생들이 나눠 사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shared house 혹은 shared flats이다. 장점은 학교 기숙사보다 저렴하며, 마음 맞는 외국학생들과 살 경우 다양한 문화교류도 가능하겠지만 전기세, 수도세 등을 따로 내야 하고 인터넷 관련해서도 계약을 새로 해야하는 게 이제 막 엑시터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다. 학교에서는 이런 숙소를 직접 안내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교 밖의 전문 부동산 같은 곳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혹은 주변 친구들에게 대개 정보를 얻는다. 

shared house 혹은 shared flats 관련 참고사이트 
  - http://www.exeterstudentpad.co.uk/ 
  - http://exeter.gumtree.com
  - http://uk.easyroommate.com

 방의 형태는 취사가능 여부에 따라 self-catering residences와 catered hall of residences로 나뉜다. self-catering은 공용 부엌이 있어 취사가 가능한 기숙사이며 catered hall은 부엌이 없는 대신 식사가 제공되는 기숙사이다. 이 방들은 다시 single standard, enhanced, en-suite, 그리고 studio형태로 나뉜다. 그 차이는 다음과 같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진이 제공되므로 참고할 것).

- single standard: 가장 싸며 방안에 싱글침대, 옷장, 책상, 의자, 책꽂이가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 및 부엌은 공용이다.
- enhanced: single standard에 있는 게 다 제공되며 세면대가 추가된다. 화장실 및 부엌은 공용이다.
- en-suite: enhanced에 있는 게 다 제공되며 독립된 욕실이 있다. 부엌은 공용이다.
- studio: 욕실이며, 부엌까지 방 하나에 다 들어가는 기숙사이다. 가장 편하며, 또 가장 비싸다.
 
INTO University of Exeter에서 영어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경우 INTO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따로 있는데 이 학생들은 빈몸으로 와서도 바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침대에는 침구가, 부엌에는 가재도구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 이외 대학에서 운영하는 모든 기숙사에는 침구며 가재도구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1인실이지만 침대는 더블사이즈인 경우가 있으므로 확인하고 침구용품을 준비해야 한다. 시내의 숍들이 대부분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늦게 엑시터에 도착하는 분들은 이불없이 잠을 잘 수도 있으니 이점 유념하기 바란다. 침구용품은 시내에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부터 가져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재도구도 발품을 조금 팔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엑시터에 조금 일찍 도착해 시내에서 마련하길 권한다. 그래도 굳이 가져오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안 말린다.

요리에 재주가 있거나 즐기는 분들은 영국에서의 생활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내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오리엔탈숍이 있는데 왠만한 재료는 이곳에서 구할 수 있고, 엑시터의 부엌이라고 할 수 있는 Tesco나 Sainsburys 등의 수퍼마켓에서 왠만한 야채나 과일, 육류 등은 전부 구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생긴 이 오리엔탈숍에서 한국 된장, 고추장 등은 구할 수 있지만 구운김, 참기름, 콩나물, 오뎅, 멸치, 뭐 이런 건 못 산다. 가격은 물론 두세배 비싸다. 신라면 하나가 0.85파운드로 한국돈으로 1,700원 정도? 라면의 미덕이 저렴함이라면 엑시터의 신라면은 그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달에 한번씩 한국장터가 열리는데 시장처럼 팔고 사는 건 아니고 미리 주문한 걸 받아가게 되어 있다. 업자가 어디 사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고, 이메일로 상품리스트를 약 2주 전에 유학생들에게 보내주면 리스트에 있는 것 중에 필요한 걸 주문한다. 그런 후 업자가 매달 셋째주 토요일 오전에 학교로 찾아오면 돈을 내고 주문한 물건들을 챙겨오면 된다.

일본에 있다가 엑시터에 처음 도착해 실망스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잘 정리되지 않은 것도 불만이었고, 지저분한 것도 불만이었고,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은 것도 불만이었다. 그러나 지내고보니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여기 살이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가면 구할 수 있고, 이런 게 한두가지씩 쌓이다보니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모르겠다. 처음 엑시터에 와서 적응 잘 못하는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다 해결해 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만 부디 잊지 마시기를...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