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바람이 불면서 비까지 내리는 데 아무래도 집에 가는 길이 추울 것 같다. 이런 날은 아주 따끈한 국물음식이 땡긴다. 명동 칼국수도 맛있을 것 같고, 인사동 사동면옥의 만두국도 맛있을 것 같다. 동대문의 양푼칼국수도 그립구나. 한국은 문만 열면 어디나 음식점 천지인데  여긴 그렇지가 않다. 사실 한국은 밖으로 안나가고 전화만 해도 24시간 주문가능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한국 집에 전화할 때 가끔 그런다. 아무래도 내가 공부를 그만둔다면 이유는 한국음식 먹고싶어서일 거라고.

에티오피아에 있을 때 라볶기가 먹고 싶어 일주일을 넘게 고생한 적이 있다. 난 원래 떡볶기를 안 좋아한다. 언젠가 어디 초대를 받았는데 음식 중에 라볶기가 나왔다. 내가 그 음식에 손을 안 대니 주인이 신기해하면서 내가 객지생활 오래 해서 한국 여자들이 좋아하는 떡볶기 구경을 못했을 것 같아 한참 생각하고 그걸 준비를 했다는 얘기를 해줬다. 참 미안했다. 벌 받았나보다. 다른 데도 아니고 에티오피아에서 라볶기가 떠오를 게 뭐람. 재료 구할 데도 없고, 딱히 먹을 데도 없고 정말 힘들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 그 곳에서 내가 일주일 넘게 라볶기 사진을 구글이미지에서 찾았었다. 그것도 매일. 이거 내가 미친 게 아닌가 싶어 급기야 집에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한국에 가야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먹고 싶던 라볶기는 결국 한달이 지나 에티오피아에서 도로건설을 하는 한국의 경남기업 짐마공구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아, 거짓말 안보태고 꿀맛이었다. 나, 그래서, 라볶기가 좋아졌다.

이렇게 살살 추운 오늘 같은 날은 담백한 우동이 땡기는 데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끓여먹을 재주는 없고, 아무래도 구글에서 우동이미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저 사진은 일본의 미야기현 크리하라에 갔을 때 찍은 건데 재료가 전부 유기농으로 생산된 것이라고 주인도, 같이 갔던 공무원들도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했었다. 맛은? 정말, 맛있었지. 국물이 완전...우동 한그릇이 간절히 땡기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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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