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 자주 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현재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이수중이다. 그런데 메일로 영국의 박사과정보다는 대학예비과정이라고 하는 파운데이션 코스에 대한 문의가 많아 오늘은 여기에 간단히 정리를 하려고 한다.

영국의 파운데이션 코스는 외국인이 영국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코스이다. 이수를 요구하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과 모국의 학제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입학전에 초중고 총 12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지만 영국의 경우 그게 총 13년이다. 1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 과정을 요구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반드시 이 코스를 이수해야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퇴했을 경우 편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때도 대개의 대학에서 파운데이션 코스를 요구한다고 한다. 현지적응훈련을 위해서 요구할 수도 있고, 부족한 영어실력을 보강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대학마다 파운데이션 코스를 전부 운영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다니는 엑시터 대학에는 인투(INTO)라는 영어학교가 있는데 여기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NTO University of Exeter 이렇게 부르기 때문에 꼭 대학부설 같은 느낌이 들지만 대학이랑 상관은 없다. INTO는 런던, 벨파스트, 맨체스터를 비롯해 영국내 여러 도시에 영어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수출의 첨병노릇을 하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엑시터 대학과 파트너십 같은 걸 체결했는지 캠퍼스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도서관 바로 옆 노른자위에 인투(INTO) 메인 오피스가 있다. 대학입학예비과정, 대학원입학예비과정 모두 이곳에서 들을 수 있다. 입학 첫날 레벨테스트를 하는 것 보면 영어 수준별로 파운데이션 코스가 진행되는 것 같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학생들도 많이 만났는데 이런 학생들은 1년 이상 이 코스를 듣는 것 같다. 엑시터 대학의 모든 외국인 유학생은 입학후 인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영어코스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이 혜택은 학생 본인은 물론 배우자에게도 해당된다. 

사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기숙사가 인투(INTO)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내가 주로 만나는 학생들이 인투(INTO) 학생들이다. 코스 비용에 기숙사 비용이 포함이 되는 것 같은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홈스테이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투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 같다. 기숙사는 작년에 새로 오픈했으며 블록 A에서 E까지 총 다섯채의 빌딩에 거의 6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함께 살고 있다. 기숙사는 방안에 침실, 부엌, 화장실, 욕실이 다 들어가 있는 스튜디오 타입이 있고, 부엌, 화장실, 욕실을 둘이 나눠 쓰는 공용 스튜디오 타입, 4명에서 6명이 부엌은 나눠 쓰고, 개인용 화장실, 욕실은 따로 있는 타입으로 나뉜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침구며, 그릇들이 구비되어 있다. 약 50여명의 학생당 한명 정도의 레지던트 튜터가 배정되어 있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기본 코스 외에 각종 소셜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같고, 도서관을 비롯해 엑시터 대학의 모든 서비스를 엑시터 대학 학생들과 똑같이 이용한다. 코스를 마친 학생들은 그대로 엑시터 대학 혹은 엑시터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는 것 같다. 학비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결코 싼 것 같지는 않고, 영어성적을 비롯해 학교가 요구하는 조건을 다 갖추면 입학허가를 받아 대학이든 대학원이든 입학을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엑시터 대학의 파이낸스 및 어카운팅은 영국내 탑으로 관련 전공의 파운데이션 코스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동의 부유한 자제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엑시터로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들었다. 

영국은 캠브리지나 옥스포드처럼 영국 밖에서도 유명한 대학이 있긴 하지만, 학교마다 강세를 보이는 과나 전공이 있기 때문에 학교 이름만으로 랭킹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개의 한국학생들은 내가 가서 공부할 대학의 전공이나 가르치는 교수진 보다는 무슨무슨 언론사 같은데서 매년 정해주는 랭킹을 따라 학교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영국에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같은 러셀그룹(Russell Group)이라는 게 있는데 일종의 대학협력기구로 모든 연구기금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분배한다. 엑시터 대학은 이 러셀그룹에 포함되어 있고, 캠퍼스가 엄청 예쁘고, 별걸 다 연구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졸업하고 취업이 어렵기는 여기 영국도 마찬가지라서, 빡세게 공부하지않으면 졸업후 잔류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엑시터의 분위기는 이 블로그에 여러번 소개를 했으니 참고하시길.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