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메일함을 열었는데 반가운 메일들이 여러통 도착해있었다. 그중 두 엄마들한테 온 메일들. 한국 엄마는 김치를 담는다면서 우리딸 뭐먹고 사는지 궁금하다고, 그리고 정기구독해준 잡지 잘 읽고 있다고 쓰셨고, 일본 엄마는 2009년 여름에 갔었던 다테나시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다음에 일본에 오면 겨울의 다테나시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두분 모두 메일을 쓰시며 나를 생각하고 계신 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건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


일본 엄마가 메일을 마무리하시며 아랍과 인도에서 불평등하게 살고있는 여자들 이야기를 해주셨다. 태어난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 아무 죄도 없이 불행하게 사는 여자들이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하면 같은 여자로서 우린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서였다. 요며칠 내가 가진 불만들이 사소해졌다. 가끔 터벅터벅 걷다가 장애때문에 못 걷는 사람들 생각하면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면서 두팔을 앞뒤로 힘껏 흔들면서 이상하게 걸어볼 때가 있는데 오랫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고,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있고,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있고, 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피지에서 온 한 친구는 고기는 물론 뿌리채소도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다. 본인이 선택한 종교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 종교인으로 자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아주 좋아하는데 자기 나라에서는 신을 일이 없어 고향에 돌아가기 싫다고 해 어이없어했던 적이 있다. 인도에서 온 친구는 늘 검은 옷만 입는데 난 검은색을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다. 자기 동네에서는 여자는 절대 검은색 옷을 못 입게 되어 있단다. 세상엔 참 별별 곳이 다 있는 것 같다. 식사가 제공되는 모임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자들을 여러 번 만났는데 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같이 음식먹을 기회란 아예 없다. 식사 때마다 음식접시를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그 여자들을 보면서 새삼 무신론자인 내 팔자가 상팔자가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결론은? 난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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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