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06.01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2. 2007.05.31 게스트하우스 5월의 파티 2
  3. 2007.04.16 게스트하우스 4월의 파티

오오츠키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내가 이 게스트하우스에 왔을때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준 친구인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길에서 가끔 만났을 때 인사를 해도 안 받길래 못 봤나보다, 하고 그냥 넘겼는데 며칠 전에는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정면으로 마주 보고 인사를 했는데도 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아닌가. 너무 황당해서 식당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별로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꽤 됐단다. 누구라도 경계심을 갖게 만들 정도로 인상이 확 변해서 그간 무슨 일이 그에게 일어났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 원인은 아무도 모른단다. 내가 학교에 다니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낮에도 눈에 띄는 것 보면 아직도 취직을 못했던지, 적어도 정규직 일자리는 구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것 때문인가. 글을 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글이 잘 안풀려서? 가끔 식당에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으면 시끄럽다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방으로 들어간 적이 여러 번이란다. 그리고 밤엔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 옆방에 사는 사람들이 잠을 설치기도 한단다. 증세가 아주 심각한 것 같다. 음식을 해서는 식당에 모여 같이 먹는 게 아니라 따로 상을 차려 자기방으로 가져가서 먹고는 빈 그릇을 들고 다시 나온다. 액면가로도 근 마흔은 되어 보이던데 참 걱정이다.

이른바 우울증이라고도 하는 이 마음의 병은 당사자도 힘들고 주변사람도 아주 돌게 만드는 몹쓸 병이다. 한번 우울증 당사자의 공격대상이 되어버리면 인생이 참으로 피곤해진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당사자는 이 사람만 공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한다. 공격대상에게 보여지는 양태는 실로 다양한데 오오츠키의 경우는 공격대상이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사람 모두인 것 같다. 모두를 왕따 시켜버림으로써 본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자가 안나와서 나도 한참을 우울하게 지냈었다. 학교에서 실시한 적성검사에서 "환경적응지표"가 일본인의 평균치 보다 월등하게 높은  "Very High Uncertainty"라는 결과가 나와 나 스스로도 내가 환경적응능력이 뛰어난 줄 알았다. 그러나  정말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나도 속수무책으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오기 전까지 난 내가 굉장히 강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주 사소한 일로도 그냥 무너져버릴 수 있는 아주 약한 사람인 걸 이번에 알았다. 물론 그 상황을 깨닫기까지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지도편달을 했지만. 통장에 거침없이 총알을 쏴주는 친구들을 비롯해서.

나는 물론,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이런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러다 인생의 목표를 놓쳐 버리면 결국 삶의 끈까지 놓아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내 경우는 우울해하다가도 하고 싶은 일이 금방 생겨버리는 타입이라 오오츠기의 지경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뭐, 별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마음을 잘 다독여 주는 게 최선일 것 같은데... 그냥 날 보고 모른 체 해도 오오츠키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곤니치와~"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모녀  (6) 2007.06.15
두번째 레서피  (0) 2007.06.09
게스트하우스 5월의 파티  (2) 2007.05.31
내가 좋아하는 길  (6) 2007.05.20
비 오는 기념으로 포스팅  (2) 2007.05.17
Posted by 윤오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두주 전에 파티를 한 것 같은데 그동안 영 시간을 내지 못했다. 오늘이 지나가면 올리기가 힘들 것 같아 5월의 마지막날 기념으로 포스팅.

지난 달에 교자 파티를 하면서 이번 달에 김치부침개 파티를 하자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달 파티의 메인요리는 김치부침개가 차지하지 못했다. 김치부침개의 자리는 사진에서 보이지만 테이블 한 귀퉁이였다.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내 이번 달에 파티가 진행되는지 파티를 준비할 때는 몰랐다. 지난 달처럼 난 또 엉겁결에 참가를 했다.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드는 건 부담스러우니 각자 한 접시 정도 음식을 만들어 저녁에 먹자, 가 시작이었다는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많은 바람에 이렇게 근사한 상이 마련됐다.

나는 김치부침개 팀에 합류를 했다. 그날 낮에 오사카에 주문한 김치가 도착을 해서 메뉴는 이미 김치부침개로 정해졌단다. 김치 10킬로그람에 2,900엔이고 우송료가 500엔이라는데 혼자 먹긴 좀 부담스러워서 이걸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사람과 나누기로 하고 주문을 했었다. 한 사람은 중국인 원상, 또 한 사람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들어온 한국인 대학생, 그리고 나. 옛날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한류 덕분에 김치 포장을 부엌 아무데서나 뜯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그래도 코 막고 다니는 일본인들이 몇명 눈에 띄어 통에 나누어 담는 일은 속전속결이었다. 그리고 바로 재료를 준비해서 부쳐내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만 보면 '지지미' 안 만드냐고 해서 그래, 실컷 한번 먹어봐라 하고 부쳤는데 오며가며 먹는 애들이 많아 다 부치고 접시에 담아보니 얼마 안됐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날 세 접시가 다 팔렸다.

낫또를 물에 씼어 냄새를 없앤 후 야채에 싸서 먹을 수 있게 양념을 한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 난 낫또는 절대 안먹어, 하는 남자가 두번이나 싸서 먹었으니 가히 성공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왼쪽에 가장 큰 접시에 담긴 요리는 닭가슴살 요리인데 뭘 이것저것 넣어서 뭐가뭔지 모르겠지만 맛이 아주 독특했다. 자타공인 이 게스트하우스 요리사인데 평소에도 밥 한끼를 그냥 안 먹는다. 오늘도 난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냈는데 아직도 작은 이쑤시개에 뭘 끼우고 있었다. 튀김 요리를 할 요량인 것 같은데 그 정성이 놀랍다. 이상한 해산물 재료를 사와 기인열전 보여주듯이 손질을 하는데 이날은 아주 특이한 요리를 세 가지나 선보였다. 또 한가지는 오이절임 옆의 하얀 사각접시에 담긴 건데 해산물을 어떻게저떻게 해서 김에 말아 내놓았다. 소스까지 따로 준비했는데 정성이 참...그리고 이날 모두를 위해 밥을 한 솥 해서 테이블 한켠에 준비해두었는데 이 밥이 그냥 물에 쌀을 삶은 게 아니라 닭가슴살 요리하면서 낸 국물에 한 밥이라 밥맛이 아주 특별했다. 이 친구 때문에 모두가 기다렸던 김치부침개가 이날 메인이 되지 못했다.

포트락 파티에 과자 한봉지 달랑 들고 오는 사람들도 봤는데 이날 파티는 '아주 굿'이었다. 얘기를 처음 꺼낸 친구가 둘인데 식사후 즉석에서 칵테일을 선보였다. 알코올 'NO'가 내 요즘 기본 노선인데 넙죽 두 잔을 비웠다. 와인을 준비한 사람도 둘이나 됐나. 이번에 한국팀이 너무 약소해 다음달엔 좀 분발하기로 했다.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번째 레서피  (0) 2007.06.09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0) 2007.06.01
내가 좋아하는 길  (6) 2007.05.20
비 오는 기념으로 포스팅  (2) 2007.05.17
오리온 초코파이 찾아 삼만리  (10) 2007.05.03
Posted by 윤오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게스트하우스에 아직 스물이 안된 아가씨가 하나 왔다. 게스트하우스 막내다.
이름은 모르는데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고 곧잘 예쁜짓을 한다.
뭐 예쁘면 뭘 해도 예쁜 게 만고의 진리지만서도.
요리를 못한다고 친구가 요리책을 선물했다는데 뭘 만드는 시간보다 책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
같이 뭘 시작하면 난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냈는데 이 아가씨는 아직도 물을 끓이고 있다.
교자가 먹고 싶어 한번 해볼까 폼을 재고 있었는데 중국인 원상이 보기 안쓰러웠나보다.
그러지말고 같이 만들어 먹자고. 처음엔 둘이, 그러다 셋이, 나중엔 게스트하우스 전체가 같이
교자를 만들어 먹기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획이 되었었나보다. 그날이 어제였다.

학회가 있어 끝나고 오는데 부엌이 아주 분주하다. 저녁엔 뭘 먹을까 고민하고 왔는데
이제 파티가 막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뭐냐고 하면서 나도 끼워달라고 하고는 염치없이 합류해버렸다.
회비야 당근, 냈지. 그리고 염치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파티가 끝난 후 설겆이로 보상했다.
교자피가 남아 막판에 그래도 3개를 만들고 5개를 먹었으니 남는장사라고 해야하나?
샐러드가 맛있어 그걸로 배를 채우느라 사실 교자는 내게 큰 의미가 없었지만 나름 유쾌한 파티였다.
19명이 참가해 교자를 만들었다는데 분위기를 딱 보니 원상이 반장이었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그럼 다들, 예,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이슬도 한병 등장했는데 애들이 음료수 마시듯이 소주를
마시는 게 아닌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참이슬도 그런가 보다.
파티가 무르익어 왁자지껄한 틈을 타 부엌게 들어가 남은 교자를 챙겨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얌체족들도 있었다. 사람 사는 데가 똑같지 뭐.

이번 달은 엉성했지만 다음달은 좀더 잘 준비해서 일본애들한테는 무우척 어렵지만 한국사람들한테는
식은죽 먹기인 일명 '지지미'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땐 나도 뭔가 기여를 해야지.

'지지미'하니까 작년 여름 화천에서 쪽배축제 일하면서 장 본부장님이 해주신 그 부침개가 생각나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