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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3 일본에도 눈이 온다 13


도쿄에 오기 전에 도쿄에 살던 사람들이 내게 그랬다. 도쿄에는 눈이 없다고. 기온도 0도 아래로는 여간해서 내려가지 않는다고. 순진하게도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지구 전체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도쿄라고 이를 피해갈 수는 없는가 보다. 이곳에 와서 올해만 서너 차례 눈구경을 했다. 푸짐하게 내린 날도 있었고 비와 섞여 구질구질하게 내린 날도 있었다. 어쨌거나 눈이 내렸다. 한국에서 겨울이 되면 당연히 보는 눈이라 내겐 그리 신기하지 않았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게 신기했던 지 카메라가, 전화기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눈을 맞으며 쉴 새 없이 셔터를, 확인 단추를 눌렀다. 난 멍청히 집에 갈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유키구니雪國>의 배경이 되는 홋가이도에 가면 겨울 내내 지치도록 눈을 볼 수 있지만 도쿄나 오사카, 남쪽으로 더 내려갈 수록 겨울에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눈'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전후 일본의 외교관들이 선진국을 향해 일본을 홍보할 때 사용했던 말이 "일본에도 눈이 내린다"였단다. 경제대국 일본이지만 1960년대만 해도 '저임금으로 싼 물건을 만드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던 터라 대외적으로 일본을 제대로 PR하는 일이 국가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단다. 그래서 일본은 남쪽에 있는 나라('개발도상국'을 의미)가 아니라 북쪽에 있는 나라(선진국)라는 의미로 "일본에도 눈이 내린다"고 자국을 알렸단다. 그런 식으로 열심히 일본을 알린 덕분이겠지만 지금은 스모, 기모노, 교토, 나라, 원폭, 나가사키, 히로시마, 노, 분락쿠, 가부키, 후지산, 도요타, 닛산, 도시바, 천황, 진자, 종합 예인으로서의 게이샤, 사무라이, 무사도, 다도, 장인정신 등등 몇 개의 아이콘만으로 외국인들은 바로 일본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의 국보 제1호로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던 숭례문이 관계기관의 불찰로 불길에 전소되는 과정이 온 국민에게 다 공개 된 이 시점에서 문득 우리나라 외교관들은 밖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도 일본처럼 "한국에도 눈이 내린다"식의 홍보가 필요한 시절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만난 친구에게 대한민국에는 얼음 위에서 낚시를 하는 아주 유명한 축제가 있다고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태극기를 달고 있는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도 나를 '차이나'라고 부르는 그 친구에게 얼음을 설명하기도 힘들었지만 내 나라 대한민국을 설명하기는 더 어려웠다.

밖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 한 번에 대한민국을 인식시켜 줄 아이콘은 과연 뭘까? 삼성 애니콜, 박지성, 현대 자동차, LG 액정 TV, 대한민국 짝짝짝~~, 비보이, ODA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 한국전쟁, DMZ, 이명박?

Korea가 어디에 붙어 있는 지도 모르고, 태극기도, 삼성도, 박지성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번에 대한민국을 알려 줄 강력한 아이콘이 하루 빨리 탄생 되기를 기원한다. 물론 '나쁜 생각'이 아닌 '좋은 생각'의 아이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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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