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인 줄도 몰랐다.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사는 건 아니었는데 올해도 또 그랬다.
밖에 있다 보니 생일도 잊고 명절도 잊고 중요한 많은 날들을 잊고 산다.
그러면서 뭔가 새롭게 얻는 게 있지 않을까 오늘도 두리번거리며 살고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소심남이 부르는 오페라'의 한대목을 보고 아주 심한 감동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한 열번은 본 것 같은 데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게 아닌가. 공연을 직접 하기도 하고 아티스트가 좋아 콘서트장을 발이 닳도록
쫓아다녔지만 이런 감동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남자가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해서 나도 처음엔
그냥 심사위원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어찌나 맑은지. 훈련받지 않고
그 정도 키를 소화해낸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무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게 내겐 더 대단했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이 또 한번 있었다. 지금부터 한 6,7년 전인 거 같은데 이외수 작가의
팬 사인회가 끝나고 인사동 어느 식당에 모여 식사가 끝났을 즈음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느닷없이 즉석 판이 벌어져 재주꾼들이 나와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갑자기 내 관심을 확 끌어들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20대 초반의 아주 앳돼보이는 한 친구가 부채를 쫙 펴들고 판소리를 하려고 목을
푸는 참이었다. 춘향가 중 '사랑가' 한 대목이었던 것 같은데 아, 난 그냥 감동에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서편제의 '송화'처럼 그 친구도 참 한이 많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꺾여야 할 때 탁탁 꺾이는 것 말고도 짧은 순간에 목소리로 많은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아마추어라지만 내겐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진정한 예술이었다.
폴 포트의 목소리에 전율하면서 난 20대 초반의 이름도 모르는 그 친구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판소리에 감동했을 때, 그때 그랬었다. 난 예술을 할 재주는 없지만 예술가를
돕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그 마음, 아직 변하지 않았는데 그게 어떤 것이 될 지
아직 잘 모르겠다. 에티오피아의 전통악기인 마싱코를 연주하는 맹인 연주가를
빛 보게 해주고도 싶고, 7명의 어린이 댄스그룹을 한국에 소개하고도 싶은데 내가
받은 감동을 관객들도 받을 지 그건 자신이 없다. 그러나 그럴 날이 올 거라는 확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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