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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8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작품 10
다시 아라비아 왕자 이야기다. 비자 때문에 런던에 못간 것에 대한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회복이 안된 것 같다. 자라면서 적당히 깨지고 실패도 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아마도 그런 경험이 없는 거 아닌가 싶다.

이 친구 현재 신분은 학생이지만 프로 음악가이다. 그러나 장래의 꿈은 작가란다. 아버지는 그 나라에서 발표만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리'는 유명 작가시란다. 반체제 인사라서 '학교'도 여러번 들락날락하셨던 것 같다. 발표된 작품은 전부 단편 소설이며 테마와 묘사가 아주 독특하다는데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친구의 장래 목표 중에 하나가 아버지의 작품을 자기가 구사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란다. 지난 방학에는 일본어로 작품 하나를 번역해 선물했단다. 멋진 친구 같으니라고.

그 친구가 뜬금없이 한국 대표작가의 문학작품 중 영어나 아랍어로 번역된 게 있으면 소개시켜 달란다. 음~~정말 한참을 고민한 후 그냥 "없어."라고 그랬다. 사실 없지는 않지. 자랑할만한 게 없어서 그렇지. 외수샘 작품 중에 <벽오금학도>나 <들개>, <꿈꾸는 식물> 같은 건 소개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번역된 게 없다. 누가 번역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선생님의 최근 작품 <하악하악>의 한 구절이 배달되어 그걸 일본어로 번역한 적이 있다. 음식과 사람의 익음 정도를 발효와 부패로 표현한 부분인데 책 전체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내 일본어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책 제목인 '하악하악'이란 말을 맛깔스럽게 번역하는 데 실패해 결국 관둬버렸다.

<토지>, <태백산맥>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사실 그 책은 여러 나라 말로 번역이 되어 있다. 그러나 번역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니 한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게 아니라 출판시기를 맞춰야 해서 여러사람이 쪼개서 번역을 했단다. 안봐도 그림 나온다. 이런 책을 어떻게 소개해주나. 쪽팔리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런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표현이 풍부해 외국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는 있어도 한국어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건 세상의 모든 언어에 해당되는 말이지 한국어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은 지들 말로 다른 건 번역할 수 있어도 일본어 작품이 외국어로 제대로 번역되기는 힘들단다. 아라비아 왕자도 그 말에 동의한단다. 결국 그 언어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번역에 대해 쉽게 한 말에 불과하다.

그렇게 불가능해보이는 언어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바로 번역자이다. 우리나라는 연구자가 오랜시간 공들여 번역을 해도 그걸 연구업적으로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자들도 그렇고 번역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이 원서로 작품을 읽어 이해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의 낭비는 결국 국력의 손실이기도 하다. 규장각에 얼마나 많은 고전들이 먼지 속에 번역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가. 국문과 졸업해서 다들 방송작가나 PD만 되려고 하니 우리가 제목이랑 작가만 아는 고전들이 언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겠나.

대산문화재단 같은데서 번역관련 사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택도 없다. 일본은 공영방송 NHK에서도 일본문화 소개관련 번역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공영방송 KBS는 직원 규모만 NHK와 맞먹지 다큐멘터리며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 등, 뭐 하나 맘먹고 맞짱 뜰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빈틈이 많아 언제 문화강국이 되겠냐고. 독도 문제로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대통령은 일본의 에너지 절약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고 뜬금이 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스피치를 날려 주셨다.(참고로, 한국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콘 온도를 24도에 맞추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본은 28도로 맞추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온도조절 스위치 옆에 28도라고 크게 인쇄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거 나도 명박스러운 거 아닌지 원.)

나는 한국이 문화강국이 되는 그 때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 날이 오면 일본에서 독도에 관해 기침 한번 했다고 온 국민이 독감에 걸려 열을 펄펄 끓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수한 한국문화가 자꾸 발굴 소개되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가져가는 사람들이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말이 길어졌다. 우리 말의 글맛과 글결을 잘 살려 영어 혹은 아랍어로 번역된 '문학'작품 알고 계시면 코멘트에 소개 부탁드린다. 아랍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 작품만이라도 좋다. 중동에 우리 문학작품 함 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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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