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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5 불쌍한 유학생의 넋두리

기숙사 옮기고 읍내가 멀어지면서 장 보러 갈 일이 점점 줄어드는데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정기적으로 시장을 보려고 한다. 허나 마음뿐 이래저래 핑계를 만들다 결국 냉장고가 완전히 텅텅 비어야 행장을 꾸린다. 지난 목요일 냉장고에 도대체 먹을 게 없어 금요일엔 꼭 장을 봐야지 했는데 하루종일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오늘로 미뤘다. 오호 통재라, 비는 아직도 내리는 중이다. 이런 날 읍내까지 걷기엔 무리니 버스를 타고 가야지 생각했는데 내려도 너무 내린다. 방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걷다보면 흠뻑 젖을 게 뻔하다.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하니 글을 읽어도 맛, 음식, 미각 이런 게 눈에 먼저 띈다. 로알드 달(Roald Dahl)의 얇은 단편집도 후다닥 읽었다. 제목이 <맛 Taste>이었는데 와인맛 내기하는 Taste 이외에는 음식자체에 관한 글은 안 나온다. 워낙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페이지는 잘 넘어간다. 부인이 양다리 뼈로 남편을 가격해 죽인 후 증거인멸을 위해 경찰들에게 그걸 끓여 먹이는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사건보다는 그 맛이 궁금해서다. 맛에 관해서 감칠맛나게 글을 쓰는 황교익씨가 쓴 <미각의 제국>도 다시 훑어봤다. 한국음식의 제왕은 참기름과 고추장이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사실 난 한 방울, 한 숟가락으로 음식맛을 평정해버리는 참기름과 고추장을 좋아한다. 이런, 김치비빔국수가 땡긴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 더 많은 비가 쏟아져서 오늘도 난 시장 가기를 포기해야할 것 같다. 월요일은 뱅크 홀리데이라서 모든 숍의 문이 닫히는데 기숙사 일 때문에 내일도 , 모레도 못 움직이니 화요일까지 버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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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