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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6 슬픈 크리스마스 선물

정말 딱 1초 딴생각을 했다. 딴생각을 한 줄도 모른 딴생각이었는데 그 사이 내 아이패드는 박살이 나 있었다. 내장이 다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냥 떨어진 게 아니라 1초의 무의식중에 마치 내가 패대기를 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 내 앞에 널부러져 있었다. 작년에 에티오피아 다녀오고 문화적인 충격, 심리적인 충격에 여행을 다니다가 장만한 물건이었다. 보증기간 1년이 지났다는 이야기. 


아이패드를 사고나서 내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휴대가 간편하고, 아무데서나 펴놓고 메모하고,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이 신기한 물건을 볼 때마다 난 이 세상을 떠난 잡스 횽님에게 무한 감사기도를 올렸드랬다. 그 아이패드가 나를 떠난 거다. 사실 내가 떠나 보낸 거지. 


부랴부랴 검색을 했는데 방법은 세가지. 유리만 갈아주는 곳에 가서 스크린 교체를 하거나 (내장의 상태는 확인해 볼 수 없음), 애플 스토아에 가서 상담하거나 (돈이 문제), 포기하고 다시 사거나 (아이패드 미니가 나왔다고 해서 사실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당장 새로 구입할 마음은 없었다)가 그것이다. 터치를 못 할정도로 완전히 부서져서 백업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도 안하고 애플스토아로 달려갔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영업을 한다고 했다. 예약은 10분 간격으로 딱 두 사람만 더 받겠다고 하는데 지금 바로 가겠다고 확인버튼을 누르고 나니 30분도 안 남았다. 정말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렸다. 그 속에 책만 천권이 넘게 들었는데 당장 봐야 할 자료들이 많아 어쩔 수가 없었다.


지니어스 바의 청년은 새로 사거나 아니면 190파운드에 통째로 교체를 해 줄수 있다고 했다. 대신 부서진 아이패드는 자기네들이 갖겠다고 했다. 검색했을 때는 206파운드인가였는데 좀 싸다 싶어 이게 왠 떡, 하며 새 걸로 교체 해달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새로 주문하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데 애플 스토아에서는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2분을 기다리라더니 정말 새 아이패드를 박스에서 꺼내 주었다. 박살 난 내 아이패드 뒷면엔 출시할 때 기적은 신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뭐 그런 의미의 글귀를 새겼었는데 교체된 거엔 물론 아무 것도 새로 새길 수가 없었다. 스페셜 에디션이 그냥 공산품이 되어버린 느낌. 계산하려고 했더니 190파운드가 아닌 할인가격 85파운드만 내라는 이상한 상황에 봉착했는데 이유도 모르고 그냥 내라는 85파운드만 내고 서둘러 집에 왔다. 세팅을 해서 데이터가 다 살아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은 동기화를 잘못해 자료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아마존 킨들판 책만 겨우 건졌다. 악몽같은 2012년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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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