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쇼라는 친구가 있다. 본명이 따로 있지만, 성이 '어'씨라서 어랍쇼라는 닉네임을 오랫동안 쓰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다들 어랍쇼도 귀찮은지 그냥 '랍쇼'라고 부르고 있고, 나도 친구를 '랍쇼'라고 부른다. 강원도 화천의 쪽배축제와 산천어축제를 기획했고, 축제를 주관하는 나라축제조직위원회에서 거의 10년을 기획팀장으로 일했으며, 지금도 프리랜서 형태지만 두가지 축제에 발을 담그고 있는 친구이다. 기획한 축제를 비주얼로 구현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재주꾼인데 축제 자체에는 그리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면서도 애플의 맥컴퓨터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축제에서 사용되는 모든 홍보물이 이 친구 손에서 나온다. 같이 일한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때도 그게 참 신기했고, 여전히 신기하게 생각한다.
일본으로 유학오기 전에 친구 랍쇼가 이 블로그를 만들어줬다. 어쩌다가 블로그 만드는 데까지 이야기가 흐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컴퓨터를 처음 쓰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던 아이디가 블로그의 도메인 주소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친구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 channel 24가 블로그의 이름이 되었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먹고 잘 사는 친구들 둘이 이외수 선생님 문하생으로 있을 때다. 선생님 댁에 놀러가면 자연스럽게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이 친구들은 다큐멘터리 채널 24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것들이라서 다큐멘터리 채널 같다는게 이유였다. 그런데 왜 채널 23도 아니고, 25도 아닌 채널 24인지는 귀신도 모른다. 그 귀신도 모르는 채널 24가 이 블로그의 이름이 되었다.
블로그 내용은 주로 중국, 일본, 에티오피아, 영국에서 경험한 내 study nomadic 기록인데 한국 이야기도 가끔 등장한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글만 올렸지만 요즘은 사진도 제법 올리고 있다. 가끔 글만 올렸을 때는 랍쇼가 글에 맞는 사진을 찾아 쥐도새도 모르게 올려준다. 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나오는 글들은 랍쇼가 손을 대서 완전 색다른 글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진이 너무 크거나 이상한 것도 랍쇼가 알아서 손을 봐 준다. 이 블로그에 트위터 위젯이나 다국어 위젯,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엑시터 전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웹캠사진도 랍쇼가 달아줬다. 1년에 한번인지 6개월에 한번인지 계정유지비를 내는 것 같은데 그것도 랍쇼가 다 해준다. 내 블로그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랍쇼가 없으면 안 굴러가는 블로그가 puandma.com :: channel 24 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업데이트도 잘 못하고 재미있는 내용도 없는 이 블로그를 3년째 관리해주고 있는 우렁각시 랍쇼에게 2009년이 가기 전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데 그저 고맙다, 는 말밖에 지금은 생각이 안난다.
고마워, 친구! 새해에도 가족모두 건강하고, 새로 이사하는 집에서 람이, 람이 엄마랑 뭘해도 대박나도록 기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