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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5 오지랖 열전-그리스인 조르바 2

지난 5월 국제학술대회 발표차 그리스의 크레타에 다녀왔다. 발표가 끝난 후 시내에서 좀 떨어져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 (The Nikos Kazantzakis Museum)에 들렀었다. 어딘가에 그의 묘지도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도 애매하고 교통편도 쉽지않아 포기하고 아쉽던 차에 박물관만 갔었더랬다. 개관은 했지만 공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여기저기 공사자재들이 널려 있어 밖에서만 보면 실망스러운데 안엔 육필원고들, 각 나라에서 번역된 그의 작품들 등 볼거리들이 꽤 있었다. 일본어, 중국어버전의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를 보고 한국어 버전도 있겠지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다. 이제 고인이 되신 이윤기씨도 크레타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고, 조르바 혹은 이윤기씨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이 심심찮게 크레타를 방문한다고 들었는데 아쉬웠다. 그뿐이었다.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또 바쁜 일들에 밀려 내가 크레타에 다녀왔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다 우연히 <그리스인 조르바> 광고를 보게 되었다. 번역은 이윤기씨가 했지만 버전이 다른 책을 가지고 있는데(한국에) 출판사가 '열린책들'인줄 몰랐었다.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출판사에 메일을 띄웠다.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크레타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에 한국어 버전의 <그리스인 조르바> 책을 한권 보내주실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답변을 받을 거란 기대는 안했지만 혹시나 싶었다. 물론 출판사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내가 출판사 담당자라도 왠 오지랖인가 그랬을 것 같다. 가끔 일용할 양식이나 읽고 싶은 책을 보내주던 내 친구 기 노 작가가 생각났다. 특별히 바쁜 일 없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에 고 이윤기씨가 번역한 <그리스인 조르바> 책 한권만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덧붙여, 책 받고 놀랄지도 모르니 짧은 메시지도 책 보낼 때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친구한테서는 "접수!!" 라는 답이 바로 왔다. 그리고 또 잊고 있었다.


얼마 전 박물관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인이 보낸 책을 받았으며, 잘 전시해놓겠다고 했다. 물론 많이 고맙다고 그랬다. 내 오지랖이 결실을 맺은 거다. 언제 한번 크레타에 다시 가고 싶었는데 박물관에 가면 반가울 것 같다. 에티오피아 디레다와 공항에 가면 난 기 노 작가와 김 훈 작가가 생각난다. 허름한 그 공항에서 아디스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친구가 싸인 받은 <남한산성>을 반이나 읽은 기억 때문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에 가면 난 또 기 노 작가와 고 이윤기씨가 많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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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