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의 내 왼쪽 옆자리에서 같이 공부하던 에티오피아 친구가 떠나고 좀 허전했는데 얼마 전부터 나이지리아에서 온 박사과정 학생이 오른쪽 한자리 건너에 자리를 잡았다.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연구과에 자기가 공부할 빈 책상을'찜'해달라고 연락을 해뒀는데 담당자가 같은 과의 카메룬에서 온 학생한테 부탁을 했었나 보다. 공부하는 학생은 없는데 '여기 자리 OO가 찜함' 이라는 메세지가 작년 연말부터 붙어 있어 누굴까 궁금했었다.

복도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이 친구한테 길안내해준 인연으로 친해졌는데 처음엔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 나이지리아에서 가져온 노트북 플러그가 안 맞아 연구실에 가져갔는데 연구실에도 맞는 게 없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제 멀티 어댑터(에티오피아에서 쓰던 거다)를 쓰라고 준 이후부터는 뭐가 안되면 대놓고 부탁을 하고 내가 연구실에 없으면 어디 갔느냐 찾는다고 그런다. 복도에서 만나면 기럭지며 덩치가 내 두배는 될 것 같은 이 친구가 내 보디가드 행세를 한다. 

이제 스물을 좀 넘겼나 싶게 아주 '영'한 얼굴을 한 친구가 오늘은 지나가는 나를 불러 뭘 좀 보여주겠다고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장래 사업구상에 대해 설명을 하는 거다. 조사를 아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과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결론은 아프리카 여기저기가 난리긴 난린가 보다. 카메룬의 그 친구도 공부 보다는 사업으로 바빠 보였는데...기숙사 여기저기에 아프리카에서 영어 배우러 온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고. 아프리카가 진정 대세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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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