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계속 겪고 있는 중인데 가끔 한국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경우.


1. 기숙사에서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기숙사 내방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아주 생쑈를 하는 중인데 결국 아직도 접속이 안된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IT관련 서비스를 일주일 내내 그것도 하루 24시간 계속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어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 전화를 했더니 주말이라 안되니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리란다. 이렇게 서비스 할 거면 아예 주말엔 쉰다고 하지 왜 일주일 내내 24시간 서비스를 한다고 홍보를 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잘 모른단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상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쯤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 사이에 자기네들이 업데이트를 해서 이메일로 다 보내놨는데 읽어보고 전화를 했느냐고 묻는다. 이것들이 제 정신인 건지. 인터넷이 안되어 연락을 했는데 피드백을 전화가 아니라 이메일로 하고 있었다. 정말 아주 '버럭' 화를 냈더니 당황하면서 학교가면 24시간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는데 왜 거기가서 이메일 체크를 안하느냐는 거다. 난 기숙사 사감이라 주말엔 움직일 수 없다, 라는 얘기는 못하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면서 장애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라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결방법을 제시하라고 문의할 때마다 계속 이메일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짜증 만랩이다.  



2. 학교에서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와서 겪은 일이다. 기숙사에 인터넷이 안되어 학교에서 인터넷을 쓰려고 씩씩대며 도서관에 도착했다. 지금은 학교 여기저기에 컴퓨터가 넉넉해졌지만 불과 3년전만해도 도서관에서 컴퓨터 빈자리를 찾으려면 줄을 한참이나 서 있어야 했다. 어쨌거나 긴 줄을 참아내고 무사히 빈자리를 찾아 컴 앞에 않았다. 컴이 내게 묻는다. 로그인을 해라. 그렇지. 로그인을 해야지. 그런데 내가 아직 등록된 학생이 아니라서 로그인을 할 수가 없었다. 등록은 컴퓨터로 하라는데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지 원. 결국 옆자리에서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한테 부탁을 해서 겨우 등록을 마치고, 이메일을 쓸 수 있었다.



3. 은행에서

얼마전 사용중이던 직불카드가 잘못됐다고 은행에서 계속 전화가 와 바쁜 시간 쪼개서 학교에 있는 은행 지점을 찾아갔다. 그 사이 카드 사용을 안해서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 카드를 내밀며 빨리 해결하라고 자꾸 전화가 오는 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창구의 여직원이 전화번호를 하나 주면서 거기로 전화를 한 후에 나보고 무슨 문제인지 알아보라는 게 아닌가. 이것들이 장난을 하나. 어쨌거나 전화를 했더니 내 신상정보를 묻더니 주소까지 다 대란다. 난 아직 여기 주소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이곳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우편번호를 잘 못 외운다. 주소 전까지 잘 진행됐는데 우편번호에서 딱 막힌 거다. 늘 지갑에 주소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날 따라 안보인다. 인터넷 접속되면 내가 사는 빌딩이랑 방번호 얘기 해줄테니 우편번호 좀 찾아봐주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절대 안된단다. 내가 너랑 통화하는 데 거의 30분이나 걸렸는데 끊고 다시 걸려면 또 기다려야하니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여자,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뚝 끊는다. 결국 은행창구의 여직원한테 내 주소를 물어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카드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했다. 같은 상품에 카드 결제가 여러번 되어 확인하려고 카드 사용을 막은 거였다. 그리고 은행 직원한테는 이제 입출금 자유롭게 되느냐, 확인해 달라고 한후 문제없다고 해서 은행을 나왔다. 



4. 애플스토아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혹시 세팅 문제인가 싶어 애플스토아를 찾아갔다. 지난번에 예약을 했다가 1분 늦어 그 다음날 다시 가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이번엔 넉넉하게 갔다. 약속시간 10분이 지났는데 스탭이 아무도 안오는 거다. '버럭' 모드 장전중이었는데 느리적거리며 스탭이 하나 왔다. 이것저것 눌러보더니 컴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런 문제는 처음이라면서 두가지 옵션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학교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 두번째는 데이터 백업한 후 싹 밀고 OS를 다시 깔라는 거였다. 학교가야 소용없다는 것 알아서 어제 저녁 내내 데이터 백업했고, 다 밀어버리고 지금 한쪽에서 인스톨 중이다. 이럴 때 난 한국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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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