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 최돈선
이제야 잠든 풀잎으로 그리워한다 친구여
모래 속에 묻어둔 잊혀진 이름들은
젖은 밤 강바람에 불려 반딧불 반딧불로 떠오르나니
사금파리 박힌 하늘의 숨은 별이 되나니
친구여
어디메 들메꽃으로 자욱히 피어나 빛나는 건지
마음 속 뻐꾸기 울음 하나 놓아두고 가리라
가리라 친구여
바람 한 갈피에 감추운 노래는 버리고
인생은 마침내 독한 풀잎에 돋는 한 방울 이슬인 것을
그리운 날 비가 오고
어깨가 쓸쓸한 사람끼리 눈맞춰
한 줌 메아리로 부서지리라
가을 햇볕을 동무삼아 동네 한바퀴 돌기에 안성맞춤인 하루다.
친구야, 아무 걱정 해주지 말고 몽상만 해주렴.
우리들이 지금 '할 것이 많은' 것들이 모두 '한 것이 많은' 것들이 될 때까지...
너의 마음이 따뜻해서 나는 이미 '든든'하다.^^
잘 지내자...이곳에서의 겨울 풍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0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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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꼭 4년 전 친구에게 이런 엽서를 받았다. 책꽂이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뽑아 온 책 속에 정말 우연하게도 이 엽서가 들어 있었고, 하필 오늘 그 책을 열어 보게 되었다. 주소는 춘천시 후평동. 친구가 그 곳에 살 때는 몰랐는데 갑자기 동네 이름 조차 문학적으로 다가온다. 친구는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서 이제는 작가다. 내게는 그 옛날부터 작가였지만.
말이 더 이상 필요없는 친구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나는 내 엄마가 그 누구도 아닌 내 엄마라서 늘 행복하고, 이 친구가 내 친구라서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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