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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5 천천히 그리고 오래
  2. 2016.12.16 업데이트 그리고 신간소개
  3. 2016.03.11 제목 없음
  4. 2016.03.07 나이 듦에 대하여
  5. 2016.02.03 잡지교환은 이렇게
  6. 2016.01.27 겨울 단상
  7. 2015.12.24 그 많던 20,30대 여성들은 어디로 갔는가
  8. 2015.12.06 다시 한국
  9. 2014.12.31 안녕, 2014년!
  10. 2014.12.11 NGO 취업 분투기 5
채널24: 한국/20172017. 11. 5. 21:05

근 1년만에 이곳에 글을 쓴다. 작년에 책이 나온다고 들어왔었는데 어느새 내가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지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올해는 통 쓰지 못했는데 <세계의 시장을 가다>라는 책의 공저로 참여했을 뿐이다. 네이버 캐스트에 소개된 글을 묶은 책으로 잘 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학내 부설연구소에 둥지를 텄고 1년을 잘 버텼다. 보스는 내가 언제고 여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어쨌거나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베이스 캠프를 학교 근처로 옮기면서 서울 생활과는 멀어졌다. 꼭 가야하는 일이 아니면 서울에는 잘 안 가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강의도 하면서 짬짬이 페스티벌 운영에도 참여했는데 올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줬다.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만들 생각인데 덕분에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 여름 우여곡절 끝에 2개월간 에티오피아 현지조사를 다녀왔고, 한국에서 커피와 관련된 연구활동에 좀더 매진하기 위해 학교 안에 연구소를 하나 만드는 중이다. 커피를 잘 로스팅하고 추출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커피와 관련된 학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크루즈 투어리즘 프로그램에 관광객이 아닌 스탭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장난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올 초 약 45일간 호화 유람선을 타고 남태평양을 다녀왔다. 적도를 두 번이나 통과했고, 남태평양의 섬들 중 4개 섬에 정박을 했는데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이야기는 어디에도 적지 못했다. 오는 겨울방학에 시간이 되면 그 이야기도 여기에 풀어놔야겠다.


원하지 않았지만 연구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축제 만드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커피하는 사람 등의 n잡러로 살다보니 놓치지 말야하는 것들을 놓칠 때가 많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멘토한테 메일 한통을 보냈는데 아래와 같은 격려 메시지가 왔다.


"하여간 오랫동안 많은 일을 천천히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천천히 하는 건 가능할 것 같다.



사진: http://grisem.tistory.com/entry/%EC%B2%9C%EC%B2%9C%ED%9E%88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6 2016. 12. 16. 11:24

가끔이라도 여기 들어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인사 남깁니다.


이 블로그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1년간 아프리카 주제의 강의를 했고, 대학부설 아프리카연구소에 자리를 잡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에티오피아에도 다녀왔고, 에티오피아 관련 글도 다시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커피와 인류의 요람, 에티오피아의 초대>(도서출판 눌민)이라는 신간도 한권 출간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인분분야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오늘 알라딘에 들어가보니 역사주간 79위에 올라 있네요. (참고: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8535007) 


연말연시라 분주하지만 앞으로 자주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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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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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중에서


살아 있으면 가까이서 이런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 텐데......허나, 여기에서는 또 여기 생활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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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6 2016. 3. 7. 00:48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오늘은 날씨가 좀 쌀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봄 같았다. 황사 때문인지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만 옷차림은 확실히 가벼워졌다. 내일도 기온이 높은 것 보니 한낮은 따뜻할 것 같다.


햇살이 따뜻해서인지 밖에 나와 계시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씩씩하게 혼자 걷는 분들 보다는 누군가의 부축이나, 바퀴가 달린 지팡이 혹은 의자에 몸을 실어 한걸음씩 힘들게 움직이는 분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어느 순간에 이곳을 떠난다. 허나 바쁘게 살다 보면 이걸 잊을 때가 많다.


전에는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하루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도 만나고 기관방문도 척척 잘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 번에 한가지 일 밖에 못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같은 날 여러 일정을 잡지 않는다. 나이들었다는 신호다.


눈이 점점 나빠지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몇 살까지 읽을 수 있을까 아찔하게 느낄 때도 많다. 박완서 선생이 어떤 글에서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듯이 덤덤히 늙음을 받아들이라고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된다. 아프면 치료를 받고, 안경이나 보청기처럼 보조기구가 있으면 사용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지인의 어머니는 인플란트를 할 때 우시기까지 했다 그러고, 내 엄마도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우시지는 않았지만 내게 그런 기척을 보이셨다. 엄마가 여기를 떠난 후 남아있는 자식들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요즘 매일 물건을 정리 중이시라는데 마흔 초반에 가족들만 남기고 갑자기 떠난 친구들 생각하면 엄마의 짐정리가 내게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올해는 가볍게 살아야지, 일단 마음은 먹었는데 얼마나 버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날씨가 풀리고 있으니 겨울 옷부터 정리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손도 안댄 겨울 옷은 나랑 인연이 없는 옷이니 우선 그것부터 처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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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6 2016. 2. 3. 01:43

이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에게는 나도 '간장 두 종지의 그 부장' 일 수도 있겠다. 인터넷 서점을 오래 이용했었는데 연구실 지근에 교보문고가 있다보니 요즘은 오프라인 교보문고에서 자주 책을 사게 된다. 5만년 전 침엽수로 만든 대형 테이블 구경도 할 겸 가끔 광화문 본점에도 들르는데 일본의 츠타야(TSUTAYA) 서점에 갔을 때의 그런 느낌은 아직 안든다. 매대에서 책을 못 찾아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부탁하면 저~어기 저 사람한테 가봐, 또 저~어기 저 사람한테로 가봐라, 또또 저~어기 저 사람한테로 가봐라 일 때가 많고. 긴 테이블이 등장하면서 서점이 도서관(교보에서는 그걸 원했는지 모르겠으나...)이 아니라 완전 시장판처럼 바뀐 느낌이다. 요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백화점의 명품관에 들어섰을 때 그런 느낌? 


어제는 광화문에 간 김에 새로운 달을 시작하는 기념으로 신간 몇 권과 매달 챙겨보는 잡지(신문 형태라서 보통 잡지 같은 느낌은 안나는)를 한 권 샀는데 집에 가져오니 1월호가 아니라 2월호였다. 바보처럼 2월이니 당연히 2월호일 거라고 생각했다. 영수증에 7일 이내면 다른 지점에서도 교환이 가능하다고 해서 2월호로 교환을 하려고 영등포 교보로 방향을 잡았다. 비록 하루가 지났지만 포장도 안 뜯은 거라 바로 교환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그 잡지는 취급을 하지 않는다면서 첫번째 거절. 지난 번에도 샀었다고 했더니 2월호가 없어서 안된다고 다시 거절. 다른 책을 사고 부족한 금액은 더 지불하면 안될까요, 했더니 거래처가 달라 교환할 수 없다고 세번째 거절. 일부러 왔는데 방법이 없겠느냐고 했더니 영수증에 "잡지는 제외"라고 되어있다면서 최종 거절을 했다. 혹시나 서점에서 반환이유를 물으면 "이것 봐라. 내가 이미 1월호를 가지고 있어 같은 잡지가 두 권이지 않나."라고 할 생각에 두 권의 잡지를 챙겨넣었는데 그걸 보여 줄 틈도 없었다.


날씨도 추운데 광화문 본점에 가서 또 헛탕을 칠까봐 영수증에 있는 안내번호로 같은 잡지의 2월호가 있는 지점을 알려줄 수 있는지, 아니면 매달 언제쯤 이 잡지가 입고되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문의를 했다. 안내원은 각 지점의 재고를 거기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 나한테 직접 전화를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줬다. 중요한 순간에 우리 나라는 IT 강국의 면모를 잊지. 어쨌거나 알려 준 번호로 전화를 여러차례 했는데 점심시간이 아닌데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영국에서 유학할 때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싼 맛에 <1파운드 숍 (모든 물건 가격이 1파운드)>에 자주 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판매원이 내가 1파운드짜리 물건을 샀다고 나까지 1파운드짜리로 취급을 해버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1파운드 숍>에 발길을 끊었던 경험이 있다. 그날 판매원이 나한테 그렇게 불친절할 이유가 없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불쾌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다. 책이 많은 교보문고에 발길을 끊을 것 같지는 않다. 손님은 왕이고, 나는 그 손님이니 물건을 파는 너네들한테 갑질을 해야지, 그런 마음은 전혀 아닌데 정당한 서비스를 못 받았다고 생각할 때는 나도 인간인지라 억울한 생각이 든다. 


서점에서 처음부터 반환이 안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했으면 3번 더 내가 좌절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을 테다. 그리고 내가 담당자라면 카운터에 손님이 나밖에 없었고, 객장이 분주하지 않은 시간대였으니 본점으로 전화를 걸어 2월호가 있는지, 있다면 교환이 가능한지 물어본 후 결과를 알려줬을 것 같다. 또한 내가 전화상담 안내원이었다면 전화를 끊고 본인이 알아본 후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내 연락처를 물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당연히 결과를 알려줬을 것 같다. 그랬더라면 이렇게 야심한 밤에 아무 영향력도 없는 이 블로그에 이 따위 넋두리를 올리지는 않았을 테지. 


잡지교환 문제로 낭비한 시간이 아깝긴 한데 결국 지인한테 내가 두 번이나 산 1월호를 아직 안 읽었으면 한 권 선물할 테니 내게 2월호를 선물해 달라고 떼를 써 반환문제는 자체 해결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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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6 2016. 1. 27. 00:20

1.

매생이굴국밥 맛있게 하는 집이 있어 친구까지 불러 갔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사 중이 아닌가. 뜨끈한게 땡겨 칼국수로 대신했는데 여전히 아쉽다. 맛있는 집에 한번 꽂히면 물릴 때까지 가는 편인데 국밥집 문이 언제 다시 열릴까.


2. 

전기요금이 3개월간 연체되었다고 고지서가 날라왔다. 이사 후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썼는데 자동이체는 신청도 되어있지 않았고, 한전에서는 지로를 계속 보냈다는데 나는 받은 기억이 없다. 3개월 미납이면 다음달에 자동으로 전기를 끊는 시스템이라는데 그간 세상을 너무 안일하게 살다보니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처음 받아 본 지로용지에는 미납금, 연체료와 함께 TV수신료도 청구되어 있었다. 집에 TV세트가 없는데도 말이다. TV수신료와 관련해서는 KBS에 문의해야한다고 하는데 나한테 문의도 안하고 고지서에 수신료를 포함시켰으면서 참 웃기는 행정이다.


3. 

철들고 이렇게 추운 겨울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올해는 이걸로 끝인지 아직 더 남은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국민안전처까지 나서서 한파경보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추웠는데 그래도 가장 추운 기간에 주말이 끼여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옥탑방에 살면서 수도가 끊겨 급한 마음에 핫팩으로 수도관을 녹여보려 했다는 사람도 있고, 작심하고 떠난 제주여행이었는데 비행기 운항정지로 졸지에 노숙자 신세가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들 무탈하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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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5 2015. 12. 24. 01:39

지인이 음악작업에 참여를 한 덕에 실로 오랜만에 무용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유명한 무용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무대였지만 무대에서 남자들이 거의 안 보였다.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남자들은 메인 댄서를 서포트 하거나 음악하는 남자들 뿐이었다. 여대에서 공부한 덕에 여자들만 많은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닌데 대학졸업 후 그런 자리는 처음이지 않았나 싶었다. 매 씬의 주인공이 모두 여자였고,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하러 나온 관계자들도 온통 여자들, 그러니까 곱게 꾸민 아주머니 혹은 할머니들이었다.    


요즘 행사에 가면 참가자들의 성별의 차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돈이 잘 안 되는 분야는 인턴도 여학생들이 많고, 행사진행도 여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한 무용공연은 물론 예외다. NGO 혹은 국제개발협력 관련 행사가 대표적인데 여기도 가면 자리를 차지하는 다수가 20,30대 여성들이다. 네팔의 개발현장에서 내가 만난 NGO 활동가들도 대부분 20,30대의 비정규직 여성들이었다. 물론 위로 올라가면 대표도 남자고, 이사도 남자고, 부장님, 팀장님도 남자들이 많다. 


얼마 전 한 대학의 아프리카 지역연구 관련 세미나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교수님들을 제외하고 20,30대로 보이는 여학생은 열 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남학생은 딱 세 명이었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연구는 돈이 안되는 분야임이 분명하다. 


지난 달에 하토야마 일본 전 수상의 강연이 있어 갔다가 저녁식사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데 머리카락도 별로 없고, 볼품없어진 50, 60,70대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들이 인삿말도 제일 오래하고, 사진도 자기들만 찍고, 상석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테이블의 여자는 동시통역하는 사람 뿐이었다. 그 많던 20,30대의 '일하는' 여성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상석을 지키는 자리에는 언제나 남자들 뿐인지 모르겠다. 


연말이라 여기저기에서 행사가 많다. 듣고 싶은 행사가 겹치는 날도 많은데 오늘도 그랬다. 두 번의 행사 모두 요즘 뜨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여학생들이 많았고, 남학생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엉성해서 자료집만 챙겨 나올까 했는데 그냥 끝까지 앉아 있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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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  (0) 2015.12.06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5 2015. 12. 6. 06:59

매일 이곳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알면서도 업데이트가 늦어 죄송합니다. 이 블로그 개설하고 이렇게 오래 방치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네,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3년 예정으로 떠났던 네팔 일을 갑작스럽게 정리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국제개발 현장에서의 사회적기업, 한국의 사회적기업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비슷한 일을 하라고 하면 별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심을 했습니다. 이제 싫어하는 사람 안 만나고, 싫어하는 일 안 하고, 싫어하는 곳 안 가겠다고요. 한국에 오니 안 좋은 일도 많고, 좋은 일도 많고 뭐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겪는 한국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공간을 마련해줘 요즘 거기에 나갑니다. 가끔 강연이나 국제학술회의 토론자로 부르면 거기 갈 때도 있고, 뭘 써 달라고 하면 그런 것도 쓰면서 지냅니다. 작은 출판사와 책을 한 권 계약했는데 내년에 출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동연구 진행하는 게 하나 있는데 관련 자료들 보다 보면 시간이 아주 잘 갑니다. 아무래도 연구자가 제 체질에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서 새로 만든 습관이 하나 있는데 하루에 10킬로미터씩 걷는 일입니다.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것 신경 안쓰고 모바일 앱을 이용해 매일 체크를 하며 많이 걷고 있습니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학교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그걸 타면 연구소까지 10분이 안 걸립니다. 해찰을 하면서 걸으면 집에서 연구소까지 도어투도어로 40분 정도 걸립니다. 왕복 걸어도 10킬로미터가 안되어 낮 시간에 연구소 빌딩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이나 카페 혹은 중앙도서관을 다녀올 때가 많습니다. 내년 봄에는 자전거를 한 대 살까 생각 중입니다.


주말에는 특별히 일을 만들지 않는데 주로 미디어서평을 읽고 재미있어보이는 책들을 메모한 후 주중에 직접 서점에 가서 그 책들을 구입합니다. 유학 중일 때는 이삿짐 때문에 책 한 권 살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냥 삽니다. 이런 것도 한국살이의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은행도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은행에 갑니다. 직접 연락을 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귀찮은데 인터넷으로 모든 걸 해결해버리면 하루 중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 별로 없더군요. 한국에 오자마자 심심풀이로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바느질에 소질이 있다는 소식 전합니다. ㅋㅋㅋ 틈틈이 소품들 많이 만들었는데 언제 몰아서 사진방출 하겠습니다.

  

어제는 강남의 교보문고에 갔었습니다. 이외수 선생님이 위암 투병을 끝내고 첫 책 사인회를 하신다고 해서요. 최근에 <자뻑은 나의 힘>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오늘도 영등포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하신다고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안되어 어제 다녀왔습니다. 사인회 가면 늘 만나던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시간들이 쌓이는 모습이 다 같을 수 없으니까요. 멀찍이 서서 30분쯤 사인회를 지켜보다 자리를 떴습니다. 전에는 사인회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저녁까지 먹고 올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들도 과거가 되어 버렸습니다.


2015년이 이제 한달도 남지 않았군요. 정리할 일들이 많은데 내년으로 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럴려면 부지런해야겠지요. 업데이트 안되는 이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http://tongblog.sdm.go.kr/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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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4 2014. 12. 31. 23:59

2014년은 모두에게 힘든 한해였나 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정말 힘들었다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해였다고 그런다. 2014년에는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았으니 이제 나 자신만 알면 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2014년은 나에게도 참 힘든 한해였다. 봄도 여름도 마치 겨울처럼 추웠던 것 같다. 2015년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건강한 한해였으면 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해. 그런 마음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좋겠고.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잘했던 일, 못했던 일들을 꼽아봤다. 여기다 풀어놓을만한 내용이 아니라 소개는 안할란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버텼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기대치를 낮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럴필요 있나요.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 비록 2014년은 지난했을지라도 밝아오는 새해에는 우리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잘~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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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채널24: 한국/2014 2014. 12. 11. 15:46

한국에 와서 세 군데의 대학부설 연구소에서 일을 했다.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기에 쏟아놓겠다. 그리고 세 군데의 NGO(비영리기구)에 진지한 마음으로 원서를 넣었었다. 첫 번째 NGO는 면접을 위해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나를 면접 본 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려 떨어진 걸 알았다. 에티오피아에 파견을 한다고 해서 지원을 했는데 내부 사정으로 파견지가 케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면접일 바로 전날 알았지만, 이왕 원서를 넣었으니 합격하면 케냐에 갈 생각이었다. 이때만 해도 불합격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


두번째 NGO는 아프리카 연구분야의 박사급을 채용하겠다고 해서 지원했었다. NGO지만 직책은 선임연구원이고, 연봉은 5,100 정도를 주겠다고 했다. 돈 때문은 아니고, 하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 지원을 했는데 전부 석사급만 채용했다는 걸 나중에 들었고, 면접한 사람(들)이 내가 이전에 일했던 곳에 가서 내가 이곳에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걸 또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다. 이 바닥이 이렇게 좁다. 합격자 발표가 난 이틀 후 다른 장소에서 이 NGO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 옆에 있는 교수에게만 자기 명함을 주고 나는 모르는 체해서 재미있는(?) NGO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떨어진 게 몹시 아쉬웠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NGO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곳이었는데 실제 가서 보니 좀 웃기는 곳이었다. 프로젝트 매니저 포지션에 지원했는데 일단 1차 서류는 통과되었는지 면접에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다른 NGO의 같은 포지션에서 지원해주는 정도의 지원은 힘든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게다가 건강검진도 내가 해야하고, 파견지역에서 요구하는 주사도 내 돈주고 직접 맞아야 한단다. 직원의 복리후생에 전혀 관심이 없는 NGO라는 생각이 들어 왜 그렇게 공지를 했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일단 면접을 보고 싶었다. 그 포지션의 재원출처를 알고 있었지만 설마 굶겨 죽이기야 하겠나, 합격하면 2년간 에티오피아에 파견이 되는데 하는 생각에 면접에 가겠다고 했다. 면접관은 두 명이 나왔는데 면접이 시작되자마자 두 사람은 출퇴근은 8시에서 5시까지이지만 야근이 많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할 때가 많고,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하지만 다른 NGO와 다르게 내가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꾸리는 게 아니라 잡일(그렇게 표현은 안했지만)을 하게 될 거라고 그랬다. 그러면서 애초에 내가 1차 합격하면서 들었던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기는 힘들고 그것보다 금액이 훨씬 적을 거라는 걸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나 적은 금액을 주기에 그렇게 박봉을 강조하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보통 기업에서 아프리카에 직원을 파견하면 위험수당에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많은데 해외에 직원을 파견하는 NGO들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착취모드를 고수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내가 파견기간 동안은 직원이지만 장차 그 NGO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도 있고, 홍보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면접만 보는 줄 알았는데 필기시험이 있었다. 부모님 이름을 한자로 쓰라는 문제도 있었고, 태극기를 그려보라고도 했고, 애국가 2절 가사를 쓰라고도 했다. 내가 그걸 다 했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미쳤다고들 그랬지만 진짜 그걸 했다. 애국가 2절 가사에 '바람서리'를 '바람소리'라고 써서 잠시 쪽팔리기도 했다. 영어문장을 한글로 번역하는 40점짜리 문제도 있었는데 그건 그냥 안해버리고 거길 나왔다. 어차피 합격해도 일할 생각이 없는 곳이었다. 건물을 나오면서 만약 '합격하셨습니다' 라는 연락이 오면 '미안하지만 합격을 취소해달라'라는 말과 함께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생각해놓기까지 했다. 면접장에서 합격자 발표는 2~3일 후면 해주겠다고 했는데 거의 20일이 지나서 그 NGO에서 연락이 왔다. 합격은 했지만 내가 에티오피아로 파견을 하기에 경력도 모자라고, 부족한 게 많아 프로젝트 매니저는 힘들고 일반봉사단 자격으로 가란다. 내가 합격이 되었다고 연락이 오면 준비한 말들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에티오피아에 가고 싶었지만 가서도 계속 이랬다저랬다 할 게 뻔한 단체다.


열정페이, 열정페이 정말 말은 많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뻔뻔한 지 잘 몰랐다. 위에서 언급한 세 곳 말고, 사실 일하고 싶은 NGO가 있어 인사채용 담당자에게 영국에서 메일을 서너 번이나 보낸 적이 있다. 기부를 한다고 연락을 한게 아니라서 그런지 단 한번도 답변을 못 받았다. 그러다 올해 우연히 어떤 이벤트장에서 거기서 일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대뜸 하는 말이 "그때 답장을 안 보냈었던가요? 이쪽이 진입장벽이 높아 일하고 싶다고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였다. 일 자리를 달라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졸지에 나는 넓은 세상에서 배운 것들을 고국에 와서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 아닌 일자리를 구걸하는 '저쪽' 사람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이쪽' 사람 앞에서 말이다. 들여다보면 다 거기가 거기인데 파이를 키워 더 나은 걸 모색해보자가 아니라 눈 앞의 내 파이들에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공부할 때 금의환향해서 꼭 폼나는 일을 해야지, 그 따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내 앞에 그런 목적들이 있었다면 내가 수년간 우직하게 한우물만 파면서 공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공부를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일 뿐이다. 공부가 끝나면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고, 그렇게 하는데 NGO가 적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문을 두드렸었다. 굴욕적인 과정들을 겪으며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내가 가진 것들을 많이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고 싶은 곳을 만나지 못했고, 이제 다시는 NGO 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내 뒤에서 비슷한 길을 밟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하러 오라고 해서 가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강의를 시킨 후, 신분증에 통장사본, 이력서까지 요청해서 달랑 10만원을 입금시키는 곳들에서(세금 떼면 10만원이 안되는데 개인정보를 다 주고 과연 저걸 받아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지식을 풀어놓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다.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하던말던 그냥 하던 연구나 계속하면서 덜 상처받기로 했다. 가급적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물론 내가 기꺼이 일하고 싶은 곳을 만난다면 지금 한 이야기는 다 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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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