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블로그 업데이트도 잘 안하는데 대문에 불미스러운 내용이 오랫동안 버티고 있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쓸까 고민했는데 만만한게 날씨다. 그 중에 영국의 여름 날씨. 그동안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해 기록차원에서 영국의 여름 날씨에 대해 적어본다.
내가 처음 영국에 왔을 때가 96년 여름이었다. 아주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북쪽 스코틀랜드까지 올라갔었는데 추워서 목도리도 사고 그랬었다. 그 다음 온 게 2009년. 여름 지나 가을에 와서 여름을 느낄 수가 없었다. 10월 초였는데 하-, 하면 입김이 나올 정도로 역시나 추웠다. 2010년 여름은 한국에 들어가 있던 관계로 완연한 여름은 만끽하지 못했다. 작년엔 에티오피아에 있었고. 2011년에 여기서 여름을 보낸 한국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아주 추워서 전기장판도 돌렸단다. 그리고 2012년 여름.
올해는 다른 나라에 갈 계획이 없어 영국 엑시터의 여름을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특징이라면 거의 날마다 비가 온다. 연중 우기라고 할 수 있는 나라지만 정말 징그럽게 내린다. 폭우가 쏟아질 때도 많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며 내리지는 않는데 밖에 나가기 겁날만큼 엄청나게 내릴 때도 많다. 주변에 숲이 많아 비 온 후에 세상이 맑아진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어 그게 적지않게 위로가 된다. 기온은 확실히 올라간 것 같지만 습하지 않아 그래도 견딜만하다. 며칠 비가 왕창 쏟아지고 나면 제법 쌀쌀해져서 긴소매 옷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저녁엔 열대야 같은 건 상상하기 힘들만큼 서늘하다. 며칠 여름이 왔나, 싶었던 날들이 있었지만 난 이 여름에도 여전히 밤에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잔다.
1960년대 일본 외교관들이 일본을 홍보하기 위한 표현으로 "일본은 겨울에 눈이 내린다"고 했었단다. 대개 개도국들이 남반구에 위치해 있어, 겨울에 눈보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기상이변을 제외하고) 우린 북반구에 위치한 잘 사는 나라라는 걸 에둘러 그리 표현한 것이다. 요즘의 한국이나 일본의 여름 날씨는 동남아를 방불케한다. 겨울엔 눈도 별로 없고. 기온이 높은데다 습하기까지해서 에어콘 없이는 못 견딘다. 홍콩에 갔을 때 아는 분이 "홍콩에서 남편(혹은 아내) 없이는 살아도 제습기 없이는 못 산다"고 했을 정도니 날씨가 상상이 가지 않나. 싱가포르나 홍콩이 내 공부유랑지 예정 리스트에 빠진 이유도 이 놈의 날씨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뉴스 보니 한국이나 일본도 빼야하지 않을까 싶다. 매일 비오는 영국도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몇개월 동안 습한데다 기온까지 높은 나라는 이젠 무서울 정도다.
'채널24: 영국 > 영국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일 오후 (0) | 2012.08.26 |
---|---|
불쌍한 유학생의 넋두리 (0) | 2012.08.25 |
빨리와, 빨리와!! (0) | 2012.07.26 |
빨래방 다녀오면서 (0) | 2012.07.15 |
타임스퀘어 한국홍보 광고를 보면서 (0) | 2012.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