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을 때 봄이면 저 북쪽 후쿠시마쪽으로 딸기헌팅(イチゴ狩り)을 자주 하러 갔었더랬다. 일본 오카아상의 배려덕분이었다. 가는 도중 후지산 뒤통수도 보고, 흐드러지게 핀 사쿠라, 유채꽃도 구경하고, 중간에 오카아상이 준비한 맛있는 도시락도 까먹고. 딸기밭에 도착해서는 가이드상이 "그만!!" 할 때까지 정말 엄청나게 딸기를 따먹어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가족과 동행한 적이 있는데 두 꼬마 중 큰 애가 날 언제 봤다고 그날 하루종일 졸졸 따라다니는 통해 애를 먹었었다. 딸기밭에도 지 엄마가 아니라 나를 따라왔었는데, 이 꼬마 때문에 그날 완전 망했다는.... 난 전해 경험이 있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이드상의 "시작!!"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다. 허나 꼬마가 문제였다. 키를 비롯해 여러가지 여건상 어른들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자 나 한테 좀 따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는 게 아닌가. 우는 아이 옆에 두고 혼자 따 먹자니 동물같은 생각이 들어 나도 어쩌지를 못하고 그냥 아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어야 했는데 저 앞에서 애 부모가 정신없이 딸기를 따먹고 있는 걸 보니 어이가 없었다. 애가 무슨 고집인지 딸기를 따 줘도 안 먹고 우는 통에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했는데 울음이 그치자마자 좀 먹어볼까 했더니 가이드상이 이제 그만이란다. 다음 팀을 위해 비닐하우스를 나가야했고, 다글다글하게 잘 영근 딸기들을 그냥 두고 떠나려니 내 옆의 아이처럼 울고 싶어졌더랬다. 동일본 츠나미사태로 이젠 그쪽으로 딸기헌팅 가는 프로그램도 없어졌겠지.
오늘 오카아상이 중국인 유학생들 가족과 딸기헌팅을 다녀왔다는 메일을 보내주셨다. 세상에 너무 관심이 없는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데 일본어가 안 늘어 고민이라고 하셨던, 바로 그 학생이었다. 나도 그런 중국인 유학생을 한명 알고 있다. 내게 "피카소가 뭐야?"라고 물어 주변 학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었지. 지금은 취직 잘해 돈도 잘 벌고, 연애도 잘 하고 있단다. 피카소 따위 안다고 인생이 더 윤기나는 건 아니란 거지. 오카아상한테 다시 일본에, 그것도 봄에 가게 되면 딸기헌팅 하러가자고 답장을 했다.
사진출처: http://kinokosha.exblog.jp/1048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