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03 머피의 법칙(Murphy's Law) 6
  2. 2007.06.15 아름다운 모녀 6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더니 정말 하루종일 비가 쏟아졌다. 예년에 비해 20일 정도 먼저 찾아오는 거란다. 작년에도 이맘쯤이었던 거 같은데 아니었나.

일본에서는 장마를 梅雨(바이우 혹은 쯔유)라고 부른다. 쯔유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여러가지다. 이 시기에 곰팡이(黴, 일본어로 '카비')가 생기기 쉽다고 해서 바이우(黴雨)라고 불렀다는데 같은 발음의 쯔유 혹은 바이우(梅雨)로 전이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이 시기에 매실이 잘 여물어서 梅雨(쯔유)라고 불렀다는 설. 또 하나는 이 때가 되면 매일(毎日) 비가 오기 때문에 매일의 '매(毎)'대신 매화의 '매(梅)'를 썼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비가 배(倍, 일본어로는 바이)는 더 오기 때문에 倍雨(바이우)라는 설이 있다. 결론은 비가 무지하게 많이 온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로 들어서는 것을 梅雨入り(入梅), 장마가 끝나 여름으로 들어서는 것을 梅雨明け(出梅)라고 부른다. (일본어판 위키피디아 http://ja.wikipedia.org/wiki/%E6%A2%85%E9%9B%A8)

몸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쯔유가 시작되어 당분간은 자전거가 아닌 전철로 통학해야 한다. 시골이라서 전철의 배차 시간이 한 시간에 넉대 정도다. 전철은 딱 6분을 타는데 그 짧은 와중에 한 번을 갈아타야 한다. 기숙사에서 역까지 걸어서 10분, 역에서 학교까지 다시 걸어서 10분 정도 가야한다. 시간표를 보고 나갔는데 중간에 딴짓하다 전철을 하나 놓쳤다. 15분을 기다려야했다. 오늘 치료 받으러 오라고 해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급한 일 때문에 휴진이란다. 병원이 건물 6층에 있어 내려오는데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학교까지 가는데 신호등이 그렇게 많은 줄 오늘 첨 알았다. 다 빨간불이고, 애들이 왜 그 시간에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지, 내가 무단횡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시간 잘 지키기로 소문난 지도교수 수업 시간인데 별 쓸데없는 이슈로 무려 한 시간 반을 오버해버렸다. 연속 4시간 강의에 오버까지 해버리니 의자에만 앉아있는 데도 그냥 지친다. 학교 식당도 이미 문을 닫아버려 전철타고 집에 오는데 아주 슬펐다.





Posted by 윤오순
본격적인 장마시즌이 도래한다고 해서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어제 하루 쏟아붓더니 오늘은 다시 쨍-하고
해가 떴다. 어제 같이 앞으로 40일은 쏟아진다고 70이 넘으신 내 일본어 과외 선생이 그러셨는데.

또 다 졌겠다, 하는 마음으로 역에서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왠 아주머니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건너지 않고 그대로 서있는 게 아닌가.

아, 그런데 내가 아니었다. 내 뒤를 바짝 따라오는 초등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였다. 내가 멈칫, 하는 사이에 둘은 만났고, 내 바로 앞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거셌는데 두 사람은 각자의 우산 사이로 두 손을 내밀어 꼭 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내 앞을 걸어갔다.

호기심에 나도 모르게 거리를 좁혔는데 아무래도 모녀 사이 같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은 초등학교 4, 5학년 쯤. 아니어도 할 수 없고.

오늘 요시다가 학교에 안왔어.
왜?
감기에 걸렸대.
이런.

오늘까지 내기로 했던 숙제는 선생님이 내일 내도 된대.
잘 됐네. 걱정하고 있었는데.
내가 좀 도와줄까?
오늘 저녁에 좀 봐 줘.
그래.

엄마가 같은 학급의 학생 이름을 다 알고 있나보다. 아니면 특별히 친한 학생 이름일 수도 있고. 그리고 엄마랑 상의하면서 같이 숙제를 하기도 하나보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는 엄마인 것 같다. 가끔 나 오늘 엄마랑 싸웠어, 이런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이게 말이 되나 말이다. 엄마한테 대들었어, 라고 해야 옳지. 난 내 엄마가 세상 누구의 엄마도 아닌 내 엄마인 게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랑 싸웠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제 만난 빗속의 저 학생은 엄마를 좋은 친구로 둬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저 친구도 아마, 엄마랑 싸웠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엄마의 뒷모습은 정말 자유로운 체형의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딸과 손을 맞잡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빗속을 걸어가는 모습이 아,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문득 내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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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