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걷던 중이었는데 영국 아가씨가 내팔을 쓰윽 잡더니 다짜고짜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왜 그러냐고,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꼭 그런건 아닌데 하면서 근처 벤치에 잠깐 앉겠냐고 권한다. 아니, 그 정도 여유는 없고, 필요한 일 있으면 빨리 말하라고 그랬다.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는데 조그만 수첩이었다. 길을 물어 보려고 그러나, 아니면 무슨 중국어 용어를 물어 보려고 그러나, 그것도 아니면 이런 중국인 아냐고 물어 보려고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 아가씨 동작을 유심히 지켜봤다. 수첩 사이에는 여러가지 언어의 브로셔가 가득 꽂혀 있었는데 한국어로 된게 보여 이게 뭐냐고 했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얼핏 보니 브로셔 앞면에 성서의 이해, 뭐 그런게 적힌 거 같았다. 무슨 종파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독교 전도를 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들어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없어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한국에 있을 때도 종각역 지하를 지나갈 때 예외없이 '도를 아십니까' 팀한테 잡혔었는데 내 어수룩해보이는 외관은 국제적으로 통용이 될 정도인가보다. 반성해야겠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