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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일본 저 남쪽 큐슈에 있는 나가사키에 다녀왔다. 홋가이도, 오키나와까지 구경을 했는데 큐슈는 영 기회가 없다가 이번에 학회를 한다고 하기에 그냥 냅다 티켓을 끊었다.

44회째 아프리카 관련 정기학술대회를 열고 있다는 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40년 전이면 1960년대 초반에 이미 아프리카 관련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 아프리카 여기저기에 일본인들 없는 곳이 없지. 이틀 동안 진행된 학회에서는 발표자만 150여 명이 넘었고 분야는 농업, 지역개발, 문화예술, 교육, 젠더, HIV/AIDS 등 엄청 다양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대륙 54개 나라 중에 연구자가 하나도 없는 곳도 있을 텐데 여기는 내가 본 것만 해도 한 나라에 수십명의 연구자들이 있다. 자기 돈 주고 연구하기는 힘들테고 어딘가에서 지원을 한다는 건데 참 부럽다. 내가 연구하는 에티오피아 쪽에도 연구자가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그 분야가 참으로 다양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엎고 다시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들었다.

이틀은 학회 대회장에서 보내고 이틀은 나가사키 여행을 했다. 출발하기 전에 별로 정보를 얻을 시간이 없어서 여행사 앞에 꽂힌 팜플렛에 큐슈 혹은 나가사키라고 적힌 것들을 챙겨 공항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새벽 4시 근방이었지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6시 55분 비행기를 타고는 비행기 앞 좌석에 꽂힌 나가사키 관련 자료들로 대충 지리적인 위치와 관광지 파악을 끝냈다. 그리고 다시 나가사키 공항에서 나가사키 중심에 있는 나가사키 역까지 리무진을 탔다. 편도는 800엔인데 왕복으로 끊으면 1200엔이라는 고급정보를 비행기에서 얻었기 때문에 시키는대로 했다. 나가사키역에 도착해서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데스크에 앉아 있는 아가씨와 가급적 동선을 짧게 하는 여행일정을 도라도란 짰다. 맛집 정보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정말 정신없이 관광을 했다. 이 얼마만인가. 여행이 아닌 관광이. 우울했던 5월을 확실하게 마감하기 위해 습도가 70%가 넘는, 가히 동남아시아의 그 어디를 방불케하는 나가사키 시내를 종횡무진했다. 첫날 오전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3일 동안 비 예보가 없다는 말에 그냥 비를 맞으며 쏘다녔다. 무슨 숙제하듯이 나가사키를 구석구석 훑고 다녔는데 이틀 후 나는 누구를 만나도 나가사키에 관해 잘난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