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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찍부터 옆 마을의 봉오도리를 도회에서 고향을 찾은 젊은이들과 같이 준비했다.
노인회에서 만든 다양한 종이장식들을 여기저기에 달고 붙이고 땡볕에서 정신이 없었다.
종이학도 있었고, 꽃송이도 있었고, 오징어를 많이 잡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오징어 모양의
종이장식도 있었다. 노인네들이 둘러 앉아 이걸 만들면서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어찌나 꼼꼼하게 만들었는지 한번 쓰고 말 거라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8월13일부터 일본의 여기저기는 봉오도리 준비로 아주 분주하다. 오봉이라고 하는 절기다.
분위기가 딱 우리의 추석같은 데 이때가 되면 도회로 나간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하나둘씩 모인다.
게스트하우스도 지방에 사는 애들은 지난 주말에 고향을 찾아 다들 떠났다.
이 시기에 일주일씩 휴가를 받기도 한다. 보통 8월 15일에 끝나기 때문에 대개 그 앞뒤를 쉰다.
츠쿠미시까지 올때 신간센을 타고 왔는데 객차가 아주 미어 터졌다.
방송에서는 몇 시에 사람이 몰리고 몇 시에 한가한 지를 중계할 정도다.

이 때 70, 80이 넘은 노인들만 지키던 마을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는다.
8시간, 10시간씩 차를 운전해서 고향에 도착한 젊은이들은 봉오도리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준비한다.
봉오도리는 조상에 대한 제례의식인데 우리처럼 경건하게 치르는게 아니라 다들 한군데 모여 춤을 춘다.

동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시끌벅적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전통을 지키는 마을에서
어떻게 봉오도리를 준비하고 주민들이 참가하는지 아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난생 처음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바다인데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어 마치 프라이비트 비치처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늘 바다를 두려워했었는데 무슨 용기로 오늘
풍덩 빠져버렸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간단한 동작을 익힌후 혼자 10미터를 넘게 헤엄쳤다.

해수욕을 마치고 나오는데 해변에서 가족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 동네 시보에 얼굴이
실린 덕분에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한다. 한잔 하고 가라는데
그냥 못 이기는 척 하고 주저 앉았다.

여행 오면 부끄러운 것도 없고 두려운 것도 없다는 데 이거 너무 자유로운 거 아닌지.
내일은 새벽 일찍 넙치를 잡으러 갈 것이다. 쓰고 나니 웃긴데 진짜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넙치를 잡을 것이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