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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방법이 없다. 몇년 만인지 원.

아침 일찍 시청으로 출근해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명함과 출입증을 받았다.

츠쿠미시의 ADSL사업에 대한 설명을 2시간 정도 듣고 관광 프로그램에 대한 청사진을 이야기했다.
어딜 가나 이런 이야기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달라서 귀를 쫑긋하며 들었고 또 나름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풀어놨다.

점심을 푸지게 먹고 오후에는 센스이(仙水)라는 곳에서 <히마츠리火祭り>를 같이 준비했다. '히'는 일본어로 불을 의미한다. 불꽃놀이도 하고 뭔가 요란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 그냥 감동 먹었다. 70대의 아라키 할아버지가 8년전에 사람들과 힘을 모아 시작한 페스티벌이란다. 요란한 폭죽도 없었고 수백개의 램프가 방파제 위에 죽 놓여지고 오후 7시가 되어 이 램프에 일제히 불이 켜졌다. 작은 어촌 마을이 별 세상이 되는 순간이다.

마을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올라가 보았는데 10미터에 하나씩 놓인 램프에 어떤 노력이 숨어있는지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웠다. 낮에 땡볕 아래서 할아버지들이 모여 램프에 기름을 넣고 손질을 할 때만 해도 이게 어떤 페스티벌이 될까 궁금했는데 술도 없고, 흥청망청하는 것도 없이 아주 조용한 페스티벌이 밤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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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벚꽃이 이 마을을 덮는단다. 아직은 애기 벚꽃 나무들이지만 10년 후를 내다보고 몇 년 전에 심었단다. 물론 아라키 할아버지가.

아라키 할아버지는 좀더 근사한 히마츠리를 위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보다가 말레이시아에 근사한 불꽃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단다. 올해 1시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오오이타현의 대학에 유학을 온 말레이시아 학생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내년 쯤에는 이런 마츠리를 열 거라고 오늘 자료들을 죽 보여주는데 시간이 되면 내년에도 한번 와 보고 싶다. 시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 30여 명이 모여서 매년 이 행사를 조용히 연단다.

세상은 조용히 자기를 태우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살만한 게 아닐까. 오늘도 푹 잘 잘 것 같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