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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5 옛날이야기 10
  2. 2009.06.23 같기도 날씨 11
  3. 2009.06.21 This is CNN. 2
  4. 2009.05.26 한국인은 '츤데레'? 6
  5. 2009.04.20 도쿄 사쿠라 6
  6. 2009.04.04 해마다 4월이 되면 5
  7. 2009.04.02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4
  8. 2009.03.06 합격!! 9
  9. 2009.02.26 설레이는 우연 10
  10. 2009.02.10 논문 최종발표 10
그곳에만 가면 행복해지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서점과 호텔, 그리고 공항이다. 서점은 당연히 책이 많아 좋고, 호텔은 가면 알아서 다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 공항은 내 일상과는 확실히 다른 공간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가는 동안 늘 셀렌다. 공항에 가면 떠나든 돌아오든 약간 들뜨게 되는데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또 수속을 밟으며,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처럼 들떠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2000년 여름 중국에 갔었고, 거기서 한 2년 살았던가. 그리고 띄엄띄엄 한국에서도 지냈지만 어찌되었건 따져보니 어느새 객국생활이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까지 생각하다 거슬러올라 처음 비행기 타던 생각이 났다. 그때 그 알 수 없는 설레임이 나를 계속 비행기 타게 하는 건 아닌지.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그 때였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넜고,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에 내렸다. 당시 인천공항이 없을 때였으니까 출발지는 김포공항이었다. 기내에서 일반 여성의 인체비율을 전혀 따르지 않는 싱가포르항공 여자승무원을 보고 살짝 쇼크를 먹었던 것 같고, 비행기 의자 뒤의 스크린이 메이드 인 대우전자라서 약간 우쭐했었던 것도 같다. 기내식, 당근 기억 안난다. 거리를 감안하면 영화를 두편 정도 봤을 것 같은데 뭘 봤는지는 모르겠다.

훅-하고 날아오는 더운김을 맞으며 창이공항에 도착했는데 이게 참 별천지인 거라. 지금 생각하면 딱 버스터미널 규모의 김포공항과 당시 아시아 항공물류의 중심지였던 창이공항과는 애초부터 게임이 되지 않았다. 바깥 세상에 이런 게 있었는데 나원참 그걸 몰랐네, 하며 좀 억울해했던 것도 같다. 혼자 어떻게 짐을 찾았는지, 어떻게 세관을 통과했는지 역시 기억 안난다. 택시기사가 하는 말이 중국어인지 영어인지 감이 안잡혔지만 날씨도 물었던 것 같고, 가로수의 종류(까지나)도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호텔까지 가면서 나눴던 대화 중에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한가지.

  아저씨, 아파트들이 상당히 넓어 보이는데 왜죠? 
  싱가포르의 모든 주택은 30평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는 정부규제 때문이죠.
  왜 하필 30평 이상이죠?
  리콴유 총리가 집이 좁으면 아이들이 밖으로 돌기 때문에 무조건 30평 이상으로 지으라고 했거든요.

후텁지근한 데다 짠냄새 가득했던 그곳에서 딱 하루를 머물고 난 다시 다른 나라로 떠났다. 김포공항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창이공항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에 이상하게도 싱가포르에 갈 일이 단 한번도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때 모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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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책상에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더워 드디어 폭염이 시작되나보다 그랬다. 그러나 천둥과 강풍을 동반한 비가 어제 밤새 내렸다. 내일 학교는 다 갔구나 했었는데, 그랬는데, 왠걸 다시 염천이다. 완전히 쭉 더운 것도 아니고 완전히 쭉장마도 아닌, 이런 걸 두고 옛날 사람들은 '같기도 날씨'라고 했다지. 믿거나 말거나.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데 좀 끔찍하다. 세상 일이라는 게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4월, 5월, 6월. 참 힘들었다. 다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확실히 신은 내편인 것 같다. 7월부터는 밥벌이 걱정 그만하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곧 찜통더위가 시작되어 책상에만 앉아 있기 힘들겠지만, 기숙사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사진 속의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타마가와 조스이(玉川上水) 지역에 조성된 숲길에서 찍었다. 타마가와 조스이(玉川上水)는 에도시대에 도쿄의 상수도 역할을 했던 곳인데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숲길은 맘 먹고 걸으면 편도만으로도 서너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대개 왕복 한시간 코스를 택해서 걷는다. 숲길 옆으로 강폭이 약 2m 정도에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내가 흐른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어른 팔길이만한 물고기들이 물길 아래위를 아주 여유롭게 헤엄쳐 다니는데 그 수가 생각보다 많다. 이곳에 연노란 빛깔의 물고기가 딱 한마리 사는데 이 놈을 본 날은 기분이 좋다. 

오늘도 학교에서 오는 길에 굳이 길을 돌아 여길 들렀다 왔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물이 맑아진 데다 그 물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내 듣기에 무우척이나 좋았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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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기독교는 선이고 이슬람은 악이라는 분위기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사실 지식인들의 글에서 이슬람을 가해자로만 묘사하는 표현들을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다. 이슬람이 정말 악의 축인가. 적어도 지식인이라면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하지 않나. 세상엔 그런 말도 안되는 오해로 억울하게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영국으로 박사과정 공부하러 간다고 심하게 들떠있던 친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못갈 것 같다. 영국대사관에 학생비자를 신청했는데 서류미비를 이유로 미뤄진 지가 벌써 넉달째. 4월에 학기가 시작되어 3월에 간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바레인이란다. 그 친구 작년 6월에 영국에서 있었던 학회에도 비자때문에 못 갔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아무래도 무슬림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바레인정부가 못 가게 하는 건지, 영국정부가 못 오게 하는 건지 오직 신만이 알 일이다. 

친구가 미국에서 공부를 끝낼 즈음에 9・11테러가 일어났었는데 거의 매일 조사를 받으러 다녀야했단다. 그 친구 뿐만아니라 이슬람 국가에서 온 학생들은 전부 그렇게 조사를 받았단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상담창구를 찾았는데 상담하는 선생이 그 친구 상황을 도저히 이해못하더란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슬람을 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였을 테니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친구는 미련없이 미국을 떠났다는데 조사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나 보다.

걸프 전쟁이 터졌을 때 바레인에도 폭탄이 떨어졌었단다. 학교에서는 날마다 전쟁을 대비하는 훈련이 실시되었고, 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전쟁상황이 내보내졌다고 한다. 밤이면 전쟁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는 꿈을 꾸었단다. 어린 아이가 처음 배우는 말은 "엄마"나 "아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걸프전이 한창일 때 바레인의 많은 어린이들이 처음 내뱉은 말은 "엄마" 혹은 "아빠"가 아닌 "This is CNN."의 "CNN"이었단다.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출신지역 때문에, 종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억울한 대접을 받는다면 돌아버릴 것 같은데, 체질이 될 수밖에 없도록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과연 인간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놈의 대립과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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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안 그러면서 유달리 뻣뻣하게구는 사람들이 있다. 뭐 좀 해달라면 무조건 안된단다. 결국 도와줄거면서...좋아하면서도 내색은커녕 앞에서는 아주 못된 사람처럼 굴기도 한다. 제3자가 지적하기 전까지는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지,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상대도 당사자도 아무도 인식못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츤데레'라고 부른다. 의태어 츤츤(つんつん)과 데레데레(でれでれ)의 합성어이다. '츤츤'의 사전적인 의미는 새침하며 퉁명스러운 모양, 또는 화낸 모양을 뜻한다. '데레데레'의 사전적인 의미는 진지한 데가 없이 흐리멍덩한 모양 혹은 남자가 여자에게 느물느물 따리를 붙이는 모양을 뜻한다.

라면이 불어도 노무현이 때문이고,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려도 노무현이 때문이며, 실연을 당해도 그게 다 노무현이 때문이라던 시절이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잘 달리던 차가 푹 퍼져도 무조건 노무현이 때문이며, 문짝이 제대로 안 닫힌다면서 이게 다 노무현이 때문이라며 제대로 닫힐 때까지 발로 뻥뻥 차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5년 내내 세상에 있는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고향에 내려가 이제 좀 신간이 편할려나 했는데 참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포털사이트들이 대문에 색깔을 빼고 국화를 얹어놓으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살아 있을 때 그를 시기하면서 또라이로 몰던 신문사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전국 각지에서 봉하마을까지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 임기중에, 살아있을 때, 국화 한송이 얹어 놓을 그 마음만큼만이라도 그렇게 그에게 힘을 좀 보태 줄 것을.  잘 한다고, 잘 하고 있다고 그 사람 살아있을 때 응원 좀 많이 해 줄 것을. 내 가족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많이 안타깝다. 그러고보면 나도 츤데레인 지 모르겠다. 허나 츤데레짓도 다 살아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그렇게 표현하면서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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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벚꽃은 이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고, 자연은 눈부신 신록의 5월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언제 결과가 나올 지 모르는 신청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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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이곳에 와서 세번째 맞이하는 4월이다. 작년과 다른 점은 여기저기에 제출할 신청서가 좀더 많아졌다는 거다. 비자도 연장해야하고, 유학생이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격외활동허가서도 세관에 가서 받아야 하고, 외국인이지만 여기서 몇 년 더 살 거라고 시약소(우리나라 동사무소 같은 곳)에 알려서 외국인등록증도 갱신해야하고, 국민건강보험증서도 다시 만들어야하고, 학생대상 보험신청도 해야하고, 건강진단도 해야하고, 장학재단에 장학금 서류도 장학금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내야하고, 조성금 관련 서류도 돈 나올 때까지 내야하고, 과목 이수신청도 해야하고, 수업료 좀 제발 면제해달라고 소설도 한편 써야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알아봐야하고, 누군가 내 신원을 보증해야하니 그런 사람도 찾아야 하고(수업료를 내지 못하거나, 내야할 돈을 못 냈을 때 보증인한테 독촉서류가 가기 때문에 보증을 부탁하기가 쉽지가 않다.) 요즘 머리가 아주 뽀개질 지경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대학로(학교앞)의 사쿠라는 눈이 부실 지경인데 내 맘은 언제나 한겨울이다. 내년 4월엔 좀 나아지려나. 이번에 화천에 갔을 때 이외수샘이 그러셨다. 나도 나이 마흔 될 때까지는 뭘 해도 안됐는데 지금 봐라, 이렇게 인생을 노닐 수 있지 않니. 어제 미국에 계시는 기홍님이랑 스카이피에서 만나 신세 한탄을 했는데 내 사정을 너무 잘 아시는 거다. 세상에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나니 적지않게 위로가 됐다. 시간이, 그래 시간이 다 해결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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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모두 그대로였다. 가족들의 사랑도 여전했고, 친구들도 변함이 없었다. 그들이 수다스러워진 건지, 내 감각이 떨어진 건지 언제 대화에 끼어들어야 할지 망설여야했던 것 말고는. 눈이 오던 날 화천에 가서 축제조직위 사람들도 만나고 만능엔터테이너로 완전 떠버린 이외수샘도 만나 내 사는 세상과 완전 다른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어보기도 했다. 고향이 이래서 필요한가 보다.

피지에서 온 디팔과 바레인에서 온 핫산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엊그제 일본을 떠났다. 떠나기 전날 기노시타상 집에 모여 날을 새며 놀았다. 정말 가족처럼 우리를 대해주셨는데 많이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 저녁만 먹을 게 아니라 그냥 자고 가자고 합의를 봤다. 기노시타상은 부엌 옆의 기둥에 우리를 다 세워놓고 키를 재시면서 다음엔 더 커서 돌아오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20년간 자원봉사활동을 하셨으니 그동안 인연을 맺은 유학생들이 많으셨을 텐데 기둥에는 가족들 키를 잰 표시 이외에는 없었다. 그만큼 우리한테 애틋하셨던 것 같다. 새벽 3시까지 끊임없이 먹을 것을 내놓으며 잠들지 못하는 기노시타상을 뒤로 하고 우린 화투 삼매경에 빠졌다. 이번에 한국에서 화투를 가져왔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 몰랐다. 화투장을 날리며 4장씩 12개 그룹을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두번 만에 짝을 다 찾는 바람에 같이 게임을 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내가 룰이라고 말해주면 무조건 트릭을 쓴다며 야유를 보냈지만 즐거웠다. 비풍초, 이런 거 설명하는 게 어려웠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디팔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고 핫산은 날마다 행복하다는 연락이 왔다. 

오후 2시부터 입학식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데 가야하는 지 고민이다. 졸업식도 안갔으니 가줘야 할 것 같은데. 내 인생에 또 박사공부를 할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문방구에 가서 새학기 기념으로 펜이나 노트라도 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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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2009년 3월 8일 드디어 한국 갑니다. 몇 년만인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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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작년 5월에 아프리카학회 때문에 교토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짬짬이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몇권 빌렸다. 다녀와서는 물론 모두 반납을 했다.

지난 월요일 박사진학시험 1차시험 결과발표가 있었다. 합격했단다. 3월2일에 있을 2차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이다.

발표가 난 다음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몇권 빌려왔다. 대출한 책 중 5월에 교토에 갔을 때 빌렸던 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르르 책장을 넘기는데 눈에 익은 메모지가 꽂혀 있었다. 머물던 호텔의 레터지에 교토에서 방문했던 곳을 적어두었었는데 그게 그대로 있었다. 아니 꼭 그대로는 아니었다.

방문할 곳을 일본어로 적었었고, 다녀와서 그때의 느낌을 영어로 간단하게 메모했었다.

金閣寺ーexcellent
清水寺ーgood


이런식이었다.

그런데 메모지에는 간단한 느낌과 함께 관광지 두군데가 추가되어 있었다. 덕분에 교토 여행이 즐거웠다는 두줄의 영어소감도 있었다. 일본어 필체는 별로인데 영어 필체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누굴까?

오늘 책을 반납하면서 다음에 또 보자고, 나도 메모지에 한줄을 추가했다. 2009년 5월 어느날 똑같은 책을 다시 대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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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논문 제출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김없이 발표의 날이 왔다. 박사진학 1차시험을 겸하는 자리라 심적인 부담이 상당히 컸다. 유학생도 떨어진 경우가 있었다는 선배의 영양가 없는 소리 때문에 더 쫄았는지도 모르겠다. 떨어지면 뭐 하나...

발표를 들으러오는 사람들이 전부 일본인이라 이번에는 일본어로 발표해야했다. 세 명의 심사위원들도 외국어가 부담스러운지 어떤 언어로 발표하느냐고 다들 물었다. 네가 영어로 발표해도 우린 일본어로 질문할 거니까 그렇게 알라면서. 어쨌거나 겨우 끝났다.

심사위원 중에 한분은 내 지도교수였다. 지도교수는 논문 뒷부분이 상당히 허접해(?)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나를 위해 아주 장시간 질문을 해주셨다. 답변하기 어려운 건 패스, 이러시면서. 또 한 사람은 질문에 앞서 논문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코멘트를 해줘 나를 안심시켰다. 뭐 이것저것 질문을 던진 것 같은데 질문도 답변도 전혀 기억 안난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 2007년 여름 오오이타 츠쿠미에 갔을 때 거기서 만난 선생이었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질문은 딱 하나를 하셨는데 내가 제대로 대답했는지 잘 모르겠다. 지도교수 이외에 나머지 두명의 심사위원이 누굴까 궁금했는데 인연이란 참.

이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2년간의 석사과정이 오늘로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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