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어느덧 2년차에 접어든 외국인 친구가 들려준 한국문화 이야기 1탄.
1. 화려한 등산복
마치 히말라야에라도 갈 것 같은 폼으로 등산 가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옷 색깔이며 장비가 너무 화려하단다. 나는 직접 본 적은 없고, 포털사이트에서 관련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전에 비해 삶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속을 채우는 것 보다 과시하기 좋아하는 한국인 속성이랑 잘 맞아 떨어져서이지 않을까. 이곳 영국에서도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아웃도어용 옷들을 일상으로 입고 다니지만 한국에 비하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한국은 아저씨, 아줌마, 청소년들이 그렇게나 많이 입고 사용하는데도 등산복이나 등산장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2. 자전거 장비
위에 등산복과 같은 맥락인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복장이며 장비가 너무 고가에다 부담스러울만큼 화려하단다. 자전거를 일상으로 타는 중국, 일본, 영국에서 살아 본 바에 따르면 자전거에 그리 돈을 많이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자전거가 그리 비싸지도 않고, 복장도 그냥 평상시 입는 옷 그대로 입고 자전거를 탄다. 영국의 경우 스피디하게 차를 모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헬멧을 쓰거나 저녁에 야광조끼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무는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는 자전거를 안 타지만 일본에서는 학교 통학을 2년간 자전거로 했었다. 공부 끝나고 간 유학생이 준 중고 자전거를 아무 무리없이 탔고, 왕복 매일 한시간 정도 자전거를 탔지만 한번도 자전거를 타기 위해 복장을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안전을 위해 복장이며 장비에 신경을 쓴다면 할 말은 없지만 요즘의 한국 풍경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싶다.
3. 전철에 탄 아기들
외국에서는 지나가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구속이 되는 일도 있는데 한국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관용적인 나라다. 전철에 아기가 타면 그 아기는 모두의 아기가 된다. 아무리 시끄럽게 울어도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고, 아기 옆의 어르신들은 마치 본인들 손주라도 되는양 아기 볼을 만지거나 심지어 아기 엄마에게 아기를 안아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친구가 탄 전철에 아기 엄마와 아기가 탔고, 전철에 타자마자 아기가 몹시 울었나 보다. 근처의 할아버지 한 분이 갑자기 엄마한테서 아기를 빼앗아 안고는 금방 울음을 그치는 마술을 시전했단다. 울음을 그치자 할아버지는 아기 엄마에게 아기를 돌려줬고, 전철 안에서 할아버지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다. 우리에겐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친구는 그 상황에 몹시 놀랐단다. 외국에서라면 사실 큰일 날 일 아닌가.
4. 치맥
한국처럼 닭을 많이 먹어 치우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삼계탕으로 먹어 치우고, 치킨으로 먹어 치우고.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치킨 편을 본 적이 있는데 개사료로 가야하는 닭들이 음식에 사용된다고 해서 닭고기를 먹을 때 좀 찝찝하다. 요즘 한국에 치맥이라는 게 유행이란다. 아마 내가 한국을 떠나고 새로 생긴 문화로, 치킨과 맥주를 일컷는 말인 것 같다. 물론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소주에는 삼겹살, 막걸리에는 파전, 맥주에는 치킨이라는 암묵적인 궁합이 존재했는데 먹기 좋게 치맥이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가면 늘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적어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치맥이 일순위이다. 독특한 한국문화로 치맥을 언급하는 친구에게 내가 치맥이 뭔지 모른다고 했더니 다음에 한국에 오면 치맥은 자기가 쏜단다. 그 친구 이야기가 닭요리 중 최고는 한국 치킨이란다. 오늘처럼 하늘도 낮고, 안개도 자욱한 날은 치킨이 더 맛있을 것 같기도 하다.
5. 테크놀로지
이건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특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문화는 세계 최고가 아닐까. 스마트폰 문화는 빠른 것 좋아하고, 보여주기 좋아하는 한국인 성격에 딱 맞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블로깅은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도 활발히 하고, 정보공유에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친구 말에 따르면 일본이나 미국이 기술에서는 우위에 있을 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일상으로 스마트폰을 즐기고 편하게 사용하는 문화는 한국을 따라올 수 없을 거란다. 이것도 인정.
6. 거리에서 침뱉기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중국의 각종 매체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윗옷을 벗지 말 것, 차를 탈 때 꼭 줄을 설 것, 길 거리에서 침을 뱉지 말 것 등의 교양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쳤었다. 한국은 중국, 인도,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부자 멤버십인 OECD에도 가입을 한 선진국이면서 왜 길 거리에 침뱉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친구가 불만을 토로했다. 아, 그건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나도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말할 때마다 욕을 달고 사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게 칙-하고 침을 뱉는 사람을 볼 때도 그냥 혼자 부끄러워하고 만다. 중국처럼 캠페인을 펼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부끄러운 한국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