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일본'에 해당되는 글 124건

  1. 2007.03.08 오랜만의 외출
  2. 2007.03.07 숙제 하나 끄읕~
  3. 2007.03.06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4. 2007.03.05 블로그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2

오랜만의 외출

병실과 집에 쳐박혀 있는 사이 밖에서는 날씨가 널뛰기를 하는 줄도 몰랐다.
봄 같은 겨울에는 안에만 있어 몰랐는데 밖은 겨울 같은 봄날이었다. 3월도
중순에 함박눈이라니. 세탁소에서 찾아 온 겨울 옷을 입으면서 이거 너무
오버 아닌가 싶었는데 스키바지 안 입고 나간 게 후회스러울 지경이었다.
다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둘둘 말고 다녀 털이 잔뜩 달린 내 겨울 옷차림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청담동엘 나갔다. 그 사이 변한 건 없는 데 길들이 어찌나
헷갈리던지. 시간 맞춰 나갔는데도 헤매다가 15분이나 늦었다.
만남은, 음..., 아주 좋았다. 그 사람은 참 이상한 사람이다. 같이 일을
한 적도 없는데 만나면 편해서 수다스러워진다. 이젠 낯간지러운 자랑도
막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참나. 사람 관계라는 게. 콩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될 줄 알았는데 작설차를 제일 큰 컵으로 마셨다. 원래도 이 메뉴가
있었는 지 최근에 추가됐는 지는 모르겠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티백차였지만 텁텁하지않고 맑은 게 딱 좋았다. 요즘 내 사는 게 참
막막했는데 속시원히 털어 놓으니 걱정이 마치 다 사라진 느낌이다.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들었다. 멘토, 이런 거창한 거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가끔 만나 이런 기분 드는 사람이 가까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은행카드 유효기간이 얼마 안남아 이걸 어떻게 늘일까 고민하다
은행에 가서 이거 카드 안돼요, 마그네틱이 손상됐나봐요, 했더니
'즉발카드'가 있다며 잠시 기다리란다. 새 카드는 별로 써먹을 기능 없이
단순한 것으로 바뀌었고, 유효기간은 2012년으로 늘어나 있었다. 야호~~.
카드를 교체하면 한 보름은 기다릴 줄 알았다. 게다가 나같이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한테 새로운 카드를 발급해줄 금융기관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숙제 하나 또 덜었다.

집에 오다 드러누워있던 병원에 잠깐 들렀는데 경과가 아주 좋단다.
오늘은 뭐가 이렇게 다 좋지?

비행기표를 바꿨다. 수요일 밤비행기가 아니라 낮 12시 비행기다.
작가 친구는 취직이 되어서 이날 못 나오게 됐단다. 이렇게 사이클이 맞을
수가. 약속을 미루는 게 미안하던 차였다. 스님 친구한테 연락했더니 그럼
전날 보잔다. 그래서 다 같이 전날에 만나기로 했다. 이것도 좋은 거 맞지?

방을 비워놓으라고 연락했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꼭 비워놓을 테니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럼, 가고 말고. 거기 아님 내가 지금 갈 데가
없거든. 같이 일하자는 데서도 연락이 왔다. 조건을 들어보자고.
그럼 그럼, 가고 말고. 내 코가 석자거든. 이력서를 쓰면서 내가 일본에서
이 짓을 앞으로 몇 번이나 할까 했었는데 뜸안들이고 연락들이
바로바로 와서 어제의 기분을 보상받는 것 같다.

그래, 신은 언제나 내편이었다.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0) 2007.03.14
시간이 잘도 흘러간다  (0) 2007.03.08
숙제 하나 끄읕~  (0) 2007.03.07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0) 2007.03.06
블로그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2) 2007.03.05
Posted by 윤오순

숙제 하나 끄읕~

고민이라는 게 자꾸 한다고 확실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쯤에서
접어야지, 그러고 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본인이 직접와서 수속을 다
해야 한다고. 최악의 경우 학교를 포기한다, 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락을
받자마자 이게 아니지, 하고 비행기표 먼저 끊었다. 그리고 눈알이 빠져라
찾던 방 주인에게 비워놔라, 내가 곧 가니, 라는 연락을 해놨다. 맘에
들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나니까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오히려 더 개운해
지는 거 아닌가. 문제는 이거였네. 사실 문제가 이거였지. 안 갈지도 몰라,
였었는데 이제 확실히 간다. 14일 오후 7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내 사랑하는 친구들을 이날 다 만나기로 했다. 짐싸놓고 파주의 헤이리도
가고 수안이 터를 잡게되는 절에도 갈 계획이다. 약산사라고 했던가,
아니다, 낙산사라고 했던가. 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제 거기 가면 수안이
있다. 화천에 가면 랍쇼가 있는 것처럼.

방이 쉽게 안구해지고 막막해서 왜 이제는 내 편이 아니냐고 그랬는데,
신은 그냥 언제나 내 편인 것 같다. 방 구하면서 도쿄의 왠만한 지하철
노선을 다 알게됐다.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 한번 꽂히면 디리 파는 게
내 '벽'인데 그 덕에 이제 두리번거리지않고 도쿄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일본에 가면 공부만 해야지 했었는데 그건 또 안될 것 같다. 그래서
몇 군데 메일을 날렸더니 일본에 오면 바로 연락을 하라고 한다. 학기 시작
전에 일을 시작할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 내가 누구한테 나를 의지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아주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그냥 나를 믿고 살 팔자다.

내가 나를 친구삼아 그렇게 잘 살련다.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0) 2007.03.14
시간이 잘도 흘러간다  (0) 2007.03.08
오랜만의 외출  (0) 2007.03.08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0) 2007.03.06
블로그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2) 2007.03.05
Posted by 윤오순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다산 선생이 강진으로 18년간 유배당했을 때 무엇보다 제일 걱정했던 게
두 아들의 교육문제였다. (천연두로 아이들을 잃은 후 아마 아들 둘에
딸을 겨우 건졌던 걸로 안다.)

지금 다 기억은 못하는데 서울을 떠나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다. 저 살기
싫다고 처자식 다 데리고 산에 숨는 사람들을 아주 몹쓸 사람으로 매도했다.
저만 망하지 자식까지 망하는 일이란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화의 중심은
서울이었었나 보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꼭 서울에 붙어 있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닭을 한번 키워보겠다는 아들에게 이왕 키우는 것 제대로 키워보고
키우는 것으로 그치면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으니 그걸 잘 기록해서 책을
한번 만들어보라고 조언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담배 이야기인 '연경'
처럼 너는 '계경'을 한번 만들어봐라, 이랬었다. 그리고는 책의 목차까지
잡아주고 참고하라며 참고문헌까지 적어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또 패족이라도 돈을 벌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돈벌이가 힘들어도 돈놀이
같은 건 하지말고 힘 안들이고 돈버는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의원을 하는 아들에게 그렇게 쉽게 돈을 벌어서는 안된다며 당장
때려치우라고 했다. 대신에 누에를 기르고 과실수를 심으라고 했다.
고지식한 분 같으니라고.

따뜻함이 없으면 공부해서 뭐하냐고 했고 경제적인 기반도 없이 저
살 궁리만 하는 공부도 필요없다고 했다. 나아가 상아탑 속에서 공부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경멸했다.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없는 공부를
해서 뭐하냐며 거침없이 이야기하던 분이셨다. 아버지가 이런데 자식들이
바르게 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18년 동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할 거라 다들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강진 유배 생활이 끝났을 때 그는 500여 권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의 책들을 들고 짜잔~나타났다. 조정에 있는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지금의 내 상식으로도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책들은
제목만 봤지만 결코 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산 선생 성격에 책들을
허투로 만들 사람도 아니고. 참으로 놀랍다.

나도 이제 한 6,7년 쳐박혀 있을 계획인데 먹과 붓으로 18년에 500여권이면,
난 그럼 200권은 족히 만들 수 있는 시간에 무슨 일을 하며 날들을 보낼까.

이래저래 요즘 심난하긴 한데 이상하게 이럴 때 다산 선생 생각이 많이 난다.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0) 2007.03.14
시간이 잘도 흘러간다  (0) 2007.03.08
오랜만의 외출  (0) 2007.03.08
숙제 하나 끄읕~  (0) 2007.03.07
블로그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2) 2007.03.05
Posted by 윤오순

블로그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여러가지로 제 매니저인 어랍쇼라는 친구가 이걸 꼭 만들라고 해서
오늘 만들었는데 아주 복잡하네요. 여기에 와서 자주 글을 올릴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는데 일단 숙제는 하나 한 것 같습니다.

휴~~

'채널24: 일본 > 일본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0) 2007.03.14
시간이 잘도 흘러간다  (0) 2007.03.08
오랜만의 외출  (0) 2007.03.08
숙제 하나 끄읕~  (0) 2007.03.07
정다산 선생 가라사대  (0) 2007.03.06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