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츠키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내가 이 게스트하우스에 왔을때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준 친구인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길에서 가끔 만났을 때 인사를 해도 안 받길래 못 봤나보다, 하고 그냥 넘겼는데 며칠 전에는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정면으로 마주 보고 인사를 했는데도 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아닌가. 너무 황당해서 식당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별로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꽤 됐단다. 누구라도 경계심을 갖게 만들 정도로 인상이 확 변해서 그간 무슨 일이 그에게 일어났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 원인은 아무도 모른단다. 내가 학교에 다니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낮에도 눈에 띄는 것 보면 아직도 취직을 못했던지, 적어도 정규직 일자리는 구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것 때문인가. 글을 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글이 잘 안풀려서? 가끔 식당에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으면 시끄럽다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방으로 들어간 적이 여러 번이란다. 그리고 밤엔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 옆방에 사는 사람들이 잠을 설치기도 한단다. 증세가 아주 심각한 것 같다. 음식을 해서는 식당에 모여 같이 먹는 게 아니라 따로 상을 차려 자기방으로 가져가서 먹고는 빈 그릇을 들고 다시 나온다. 액면가로도 근 마흔은 되어 보이던데 참 걱정이다.

이른바 우울증이라고도 하는 이 마음의 병은 당사자도 힘들고 주변사람도 아주 돌게 만드는 몹쓸 병이다. 한번 우울증 당사자의 공격대상이 되어버리면 인생이 참으로 피곤해진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당사자는 이 사람만 공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한다. 공격대상에게 보여지는 양태는 실로 다양한데 오오츠키의 경우는 공격대상이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사람 모두인 것 같다. 모두를 왕따 시켜버림으로써 본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자가 안나와서 나도 한참을 우울하게 지냈었다. 학교에서 실시한 적성검사에서 "환경적응지표"가 일본인의 평균치 보다 월등하게 높은  "Very High Uncertainty"라는 결과가 나와 나 스스로도 내가 환경적응능력이 뛰어난 줄 알았다. 그러나  정말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나도 속수무책으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오기 전까지 난 내가 굉장히 강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주 사소한 일로도 그냥 무너져버릴 수 있는 아주 약한 사람인 걸 이번에 알았다. 물론 그 상황을 깨닫기까지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지도편달을 했지만. 통장에 거침없이 총알을 쏴주는 친구들을 비롯해서.

나는 물론,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이런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러다 인생의 목표를 놓쳐 버리면 결국 삶의 끈까지 놓아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내 경우는 우울해하다가도 하고 싶은 일이 금방 생겨버리는 타입이라 오오츠기의 지경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뭐, 별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마음을 잘 다독여 주는 게 최선일 것 같은데... 그냥 날 보고 모른 체 해도 오오츠키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곤니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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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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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주 전에 파티를 한 것 같은데 그동안 영 시간을 내지 못했다. 오늘이 지나가면 올리기가 힘들 것 같아 5월의 마지막날 기념으로 포스팅.

지난 달에 교자 파티를 하면서 이번 달에 김치부침개 파티를 하자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달 파티의 메인요리는 김치부침개가 차지하지 못했다. 김치부침개의 자리는 사진에서 보이지만 테이블 한 귀퉁이였다.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내 이번 달에 파티가 진행되는지 파티를 준비할 때는 몰랐다. 지난 달처럼 난 또 엉겁결에 참가를 했다.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드는 건 부담스러우니 각자 한 접시 정도 음식을 만들어 저녁에 먹자, 가 시작이었다는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많은 바람에 이렇게 근사한 상이 마련됐다.

나는 김치부침개 팀에 합류를 했다. 그날 낮에 오사카에 주문한 김치가 도착을 해서 메뉴는 이미 김치부침개로 정해졌단다. 김치 10킬로그람에 2,900엔이고 우송료가 500엔이라는데 혼자 먹긴 좀 부담스러워서 이걸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사람과 나누기로 하고 주문을 했었다. 한 사람은 중국인 원상, 또 한 사람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들어온 한국인 대학생, 그리고 나. 옛날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한류 덕분에 김치 포장을 부엌 아무데서나 뜯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그래도 코 막고 다니는 일본인들이 몇명 눈에 띄어 통에 나누어 담는 일은 속전속결이었다. 그리고 바로 재료를 준비해서 부쳐내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만 보면 '지지미' 안 만드냐고 해서 그래, 실컷 한번 먹어봐라 하고 부쳤는데 오며가며 먹는 애들이 많아 다 부치고 접시에 담아보니 얼마 안됐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날 세 접시가 다 팔렸다.

낫또를 물에 씼어 냄새를 없앤 후 야채에 싸서 먹을 수 있게 양념을 한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 난 낫또는 절대 안먹어, 하는 남자가 두번이나 싸서 먹었으니 가히 성공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왼쪽에 가장 큰 접시에 담긴 요리는 닭가슴살 요리인데 뭘 이것저것 넣어서 뭐가뭔지 모르겠지만 맛이 아주 독특했다. 자타공인 이 게스트하우스 요리사인데 평소에도 밥 한끼를 그냥 안 먹는다. 오늘도 난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냈는데 아직도 작은 이쑤시개에 뭘 끼우고 있었다. 튀김 요리를 할 요량인 것 같은데 그 정성이 놀랍다. 이상한 해산물 재료를 사와 기인열전 보여주듯이 손질을 하는데 이날은 아주 특이한 요리를 세 가지나 선보였다. 또 한가지는 오이절임 옆의 하얀 사각접시에 담긴 건데 해산물을 어떻게저떻게 해서 김에 말아 내놓았다. 소스까지 따로 준비했는데 정성이 참...그리고 이날 모두를 위해 밥을 한 솥 해서 테이블 한켠에 준비해두었는데 이 밥이 그냥 물에 쌀을 삶은 게 아니라 닭가슴살 요리하면서 낸 국물에 한 밥이라 밥맛이 아주 특별했다. 이 친구 때문에 모두가 기다렸던 김치부침개가 이날 메인이 되지 못했다.

포트락 파티에 과자 한봉지 달랑 들고 오는 사람들도 봤는데 이날 파티는 '아주 굿'이었다. 얘기를 처음 꺼낸 친구가 둘인데 식사후 즉석에서 칵테일을 선보였다. 알코올 'NO'가 내 요즘 기본 노선인데 넙죽 두 잔을 비웠다. 와인을 준비한 사람도 둘이나 됐나. 이번에 한국팀이 너무 약소해 다음달엔 좀 분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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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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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난 이 길을 지나 학교에 간다. 집 근처에 편의점도 없고, 공중전화도 없어 처음엔 참 불만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 없이 이런 자연이 내게 더 가깝다는 사실이 참 좋다. 4월 내내 꽃그늘을 만들어주더니 이제는 녹음이 우거질대로 우거져 길을 통과하는 잠깐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아침 일찍 수업이 없는 날은 길 중간에 있는 벤치에 잠깐 앉았다 학교에 간다. 다리쉼 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지만 벤치에 앉아 있으면 마치 숲속에 있는 것처럼 아주 평화롭다. 집값이 비싸다고 다른 데를 기웃거리다가도 이 길 때문에 이번 달에도 그냥 살기로 했다. 다음 달에도 그럴지 모르겠다.

Posted by 윤오순
요 며칠 날씨가 맑아 이 상태로만 쭉-, 이랬었는데 또 여지없이 쏟아지고 있다.
동경의 날씨는 요즘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한낮에 천둥을 동반한 비를 쏟다가는 금방 쨍-하고
해를 내보내기도 한다. 우산 안 가져 간 날 서캠퍼스에서 동캠퍼스로 넘어가야 할 때는 오만가지 상상에
갑자기 피로가 엄습한다. 폭우를 뚫고 교실로 들어가 축축한 상태로 90분간을 앉아 있을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수십편의 영화를 찍는다. 한국에서는 비오는 날 학교 정문에 우산 파는 아점마,
아저씨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학교 생활은 이제 점차 적응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맨 낯선 것 투성이였는데 이제 익숙한 게
많이 생겼다. 한국에서도 대학원 생활을 해봤는데 거저였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건 단순하게 언어의 차이가 아니라 시스템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어떻게 저떻게 하다보니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과정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뭐, 이 학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매시간 발표가 있고, 그 발표를 위해 읽어야 할 책이 매주 몇권씩
할당된다. 읽고 코멘트하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이게 이 학교의 수업 방식이다. 교수의 역할은
방송프로그램의 사회자 정도다. 막 가나 싶으면 커트, 말도 안된다 싶으면 또 커트, 정도.
난 처음에 내가 바보인 줄 알았다. 한과목의 수업 준비를 위해 며칠씩 낑낑대도 결과물은 늘 초라했다.
여기서 만난 유학생한테 이게 정상이냐고 하소연했더니, 자기도 한과목 수업준비를 위해서는
3,4일이 걸린다는 얘기에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나의 일상은 이렇게 채워지고 있다.

학교가 교외에 있어 공부하기 딱 좋은 환경인데 무엇보다 도서관이 마음에 든다.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면 여지없이 있다. 일본에서 도서관 하나는 남부럽지않다는 학교관계자의 말을
그러려니하고 넘겼는데 거참, 신기했다. 누가 이렇게 골고루 주문을 해서 관리를 할까, 의문이다.
뭐, 내 관심 분야가 한정돼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학외 이용자들을 만나 물어봐도 공감하는 내용이란다.
혹시 도쿄의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공부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이 학교 강추다.
도쿄대, 와세다, 게이오 외에는 일본에 대학이 없는 줄 아는 분들에게도...

처음에 뭐가 뭔지 우왕좌왕할 때 이 학교에서 내게 내민 카드가 입학금 면제 제도였다.
물론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설득력있게 구구절절 소설 한편은 써야 한다는 게 전제다.
이런 재주가 있는 사람에게는 수업료 면제라는 카드도 주어진다.
그리고 집에 프린터가 없는 내게 A4 500장을 학내에서 무료로 프린트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처음만이 아니라 매 학기 제공이 된단다. 참고로 A4 한장을 프린트 하기위해 학교 근처의
PC방을 이용할 경우 우선 인터넷(컴퓨터) 이용료를 200엔 정도 내야 하고
장당 10엔에다 부가세 1엔을 더 내야 한다. 거의 초죽음의 고물가이다.
복사도 대부분 장당 10엔 정도가 공정시가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1년에 800장을 복사할 수 있는
무료 카드를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저작권 관리가 엄격해서 잡지 한장 카피하려고 해도
신청서 한페이지를 가득 채워 내야 할 만큼 복잡하지만 800장 무료복사카드는 아주 큰 선물이었다.
뭐 그게 별거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모든 유학생들은 가난한 법이다.

한국에서 대학들이 대학원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는데 그게 도대체 뭔가 감을 못 잡았었다.
이곳은 확실히 대학원생 중심으로 학교가 돌아간다. 그렇지 않은 교수들도 있지만
교수가 학생을 자기 아래의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연구자로 대해준다.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게 없는 건 당연하고 울기 전에는 결코 떡을 주지 않는다.
모든 대학원생들은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연구동이 있는데 이 학교에서 제일 좋은 건물이다.
이 안에 8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연구실이 또 따로 있다.
공동연구실이라고는 하지만 방하나에 큰 책상 하나 놓여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
개인 책상에 개인 책장까지 다 갖춰져있다. 이곳에서 밥 먹고 그저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지천이다.
그런 걸 이용해본 적 없는 내게는 이 학생 전용 연구실도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곳에서는 '제미'라고 부르는 세미나 수업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 학교에서 제일
먼저 시작해 이제는 모든 일본의 대학에서 이 수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제미는 1년 단위로 움직이고 교수 하나에 공통의 관심분야를 가진 학생들이
매주 모여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뭔가를 준비해 발표를 해야 한다.
논문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고 학회나 발표회를 준비하는데 제미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수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 전사 같다. 싸우기 위해 온 사람들 같은 이미지가 내게 강하다.
보통 90분 정도인데 내가 참여하는 제미는 중간 휴식 20분을 제외하고 180분간 진행된다.
늘 그날 모인 전사들에게 엄청 깨진다. 그러나 깨지고 나서 얻는 게 많기 때문에
매주 깨질 준비를 한다. 한국에서는 지도교수랑 달랑 둘이 논문을 썼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제미에 참가하는 모두와 논문을 쓰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또 제미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대부분 연구실을 같이 쓰기 때문에 제미에서 아웃사이더가 되면
끝장이다. 그래서 여기서만큼은 독립군으로 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공부할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아직 난 해결이 안된 문제들 때문에 장학금이 없다.
아예 신청자격이 안되어 널려 있는 장학금이 내겐 그림의 떡이다.
시간만 빨리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인데
그때까지 내가 굶어죽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죽지 않는게 요즘의 내 소박한 소망이다.

오늘은 발표는 안하고 자료만 제출해야 해서 덜 부담스럽다. 내야하는 레포트를 다 내고
100% 출석하면 C를 준다고 교수가 첫 시간에 얘기했다.

비는 아직 그칠 기미를 보이지않지만 이제 학교에 간다.
여러분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기를....




Posted by 윤오순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어쩔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지금인지 모르겠지만 초코파이가 먹고싶어진 거다. 게스트하우스 주변은 주택가라 가게를 찾으려면 옷을 챙겨입고 역까지 기어나가야 한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옷을 챙겨입고 그냥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 초코파이를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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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아니면 편의점에 있겠지, 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나오기가 귀찮을 뿐이지, 일단 나왔으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수퍼나 편의점에 갈 생각이었다. 역 바로 앞의 패밀리 마트에 갔더니 없단다. 어라, 진짜? 역의 남쪽 출구에도 패밀리 마트가 있지만 반대쪽인 북쪽 출구에도 같은 이름의 편의점이 있어 헉헉대며 찾아갔는데 아, 여기도 없단다. 음...

SEIYU라는 수퍼가 있어 거길 갔는데 거기도 없었다. 아니 롯데 초코파이는 있었다. 내가 찾는 게 아니라서 나왔다. 그리고는 100엔숍, 잡화점 피카소, 녹색 상호인데 한번에 읽기 어려운 대형 수퍼 등등 초코파이 같이 생긴 것들을 살 수 있을만한 가게들을 다 뒤졌는데 결국 못 샀다. 어, 왜 없지? 중국에서도 러시아에서도 먹을 수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왜 일본 도쿄에 없느냐는 말이지. 비록 사서는 아니었지만 에티오피아에서도 먹을 수 있었던 오리온 초코파이가 왜 동네 수퍼에 없느냐는 말이지.

터덜터덜 집으로 오다 생각을 바꿔 SEIYU에 다시 가서 롯데 초코파이를 집어 들었다. 6개들이 한 상자에 299엔. 뭐 이렇게 비싸. 눈물을 머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이럴 때 객국살이의 비애가 들게 뭐람. 그냥 사가지고 와서 낼름 하나를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쳐 넣었다. 이왕 만드는 거 좀 먹음직스럽게 포장 좀 하지, 제품 디자인이 아주 꽝이다.

오리온이 아직 일본으로 초코파이를 수출하지 않는 건가? 왜? 일본이 아직까지 롯데의 나와바리라서? 신주쿠 이런 데 가면 혹 있을 지도 모르는데...눈물나는 오리온 초코파이를 먹어보지 않고 인생을 논하지 말지니, 라는 잠언을 내 비망록에 추가한다. 그리고 난 인터넷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를 찾았다.


사진출처:
http://www.kpug.net/zboard/data/photo/chocopie.jpg
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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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쓰바시 대학 Jazz 동아리 공연 모습


도대체 이 놈의 도쿄 날씨는 종잡지를 못하겠다. 봄이라 생각하고 봄 점퍼 하나 달랑 들고 왔는데
아직도 이곳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목도리를 둘둘 말고 다니고 털이 달린 겨울 코트를
입고 다닌다. 속에 아마 내복도 입었겠지. 한국에서라면 3월에 벌써 겨울옷들은 세탁소로 보내질 텐데
여긴 여전히 한겨울 옷차림으로 사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꼭 북유럽의 여름 날씨 같다.
게다가 오늘은 여름 장마철 처럼 굵은 비가 오후부터 쏟아지더니 지금도 계속이다. 가방도 신발도 마음도
다 젖었다. 원래 이 즈음의 도쿄 날씨는 이렇지 않다는 데 이상 기온도 보통 이상 기온이 아니다.
꼭 계절을 탓할 게 아니지, 이게 다 우리 사람이 한 짓이니까.

점심을 먹고 나오는 데 어디서 째즈 음악이 들려와 소리를 따라갔더니 학내 째즈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었다. 요즘 한참 학내 동아리들이 신입단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분주한데 음악관련 동호회 답게
직접 연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친구들도 날씨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얇은 옷차림에다 손이 시려운지
곡이 하나 끝날 때마다 손을 호호 부는 게 아닌가. 공짜 공연 감상 기념으로 한장 찍었다. 다른 악기는
그냥 그랬고, 더블베이스 연주자의 연주가 맘에 들었다. 뒤에 금관악기들을 들고 있는 여학생들이
죽 앉아 있는데 사진에는 안 보인다.

무대 뒷편의 큰 입간판이 동아리 홍보용 간판인데 학내에 수십 개가 기댈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저렇게
기대어 있다.


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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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스트하우스에 아직 스물이 안된 아가씨가 하나 왔다. 게스트하우스 막내다.
이름은 모르는데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고 곧잘 예쁜짓을 한다.
뭐 예쁘면 뭘 해도 예쁜 게 만고의 진리지만서도.
요리를 못한다고 친구가 요리책을 선물했다는데 뭘 만드는 시간보다 책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
같이 뭘 시작하면 난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냈는데 이 아가씨는 아직도 물을 끓이고 있다.
교자가 먹고 싶어 한번 해볼까 폼을 재고 있었는데 중국인 원상이 보기 안쓰러웠나보다.
그러지말고 같이 만들어 먹자고. 처음엔 둘이, 그러다 셋이, 나중엔 게스트하우스 전체가 같이
교자를 만들어 먹기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획이 되었었나보다. 그날이 어제였다.

학회가 있어 끝나고 오는데 부엌이 아주 분주하다. 저녁엔 뭘 먹을까 고민하고 왔는데
이제 파티가 막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뭐냐고 하면서 나도 끼워달라고 하고는 염치없이 합류해버렸다.
회비야 당근, 냈지. 그리고 염치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파티가 끝난 후 설겆이로 보상했다.
교자피가 남아 막판에 그래도 3개를 만들고 5개를 먹었으니 남는장사라고 해야하나?
샐러드가 맛있어 그걸로 배를 채우느라 사실 교자는 내게 큰 의미가 없었지만 나름 유쾌한 파티였다.
19명이 참가해 교자를 만들었다는데 분위기를 딱 보니 원상이 반장이었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그럼 다들, 예,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이슬도 한병 등장했는데 애들이 음료수 마시듯이 소주를
마시는 게 아닌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참이슬도 그런가 보다.
파티가 무르익어 왁자지껄한 틈을 타 부엌게 들어가 남은 교자를 챙겨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얌체족들도 있었다. 사람 사는 데가 똑같지 뭐.

이번 달은 엉성했지만 다음달은 좀더 잘 준비해서 일본애들한테는 무우척 어렵지만 한국사람들한테는
식은죽 먹기인 일명 '지지미'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땐 나도 뭔가 기여를 해야지.

'지지미'하니까 작년 여름 화천에서 쪽배축제 일하면서 장 본부장님이 해주신 그 부침개가 생각나네.




Posted by 윤오순
채널24: 일본2007. 4. 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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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사진작가 에이전시인 매그넘(Magnum Photos)이 찍은 '도쿄Tokyo' 사진 전시회가 같은 타이틀로 도쿄 사진미술관에서 3월 10일부터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6일 일요일까지다.

■Period:March 10,2007 to May 6,2007
■Closed Day:Monday(Tuesday if Monday is a national holiday)
■Venue:Exhibition Gallery, 3F
■Admission:Adults ¥1,000(800)/College Students ¥800(640)/High School and Junior Hight School Students, Over 65 ¥600(480)
※ The figure in parentheses refers to a group discount rate applicable to groups of 20 people or more and a discount rate applicable to members of the Tokyo Metropolitan Museum of Photography.

※Admission is free of charge for primary school students & younger children, disabled persons and their caretakers.

※Admission is free of charge for persons aged 65 or older on the third Wednesday of each month
관련사이트: http://www.syabi.com/details/magnam.html

한국도 작년부터 한겨레 신문사 주관으로 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총 20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이 20개의 주제를 가지고 1년간 '한국'을 담을 계획인데 아마 작업이 끝나면 이런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열릴 것이다. 작가 3인이 자기의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4월 7일에 모두 끝났다.

이 기간에 도쿄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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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사  (2) 2007.09.27
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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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왠 일이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랍쇼가 이사를 싹 했네? 결혼 준비에 바쁠텐데 말이야.
아무튼 땡큐~~서울신문의 사강님이 그랬단 말이지. 블로그는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근데 난 이렇게 든든한 서포터가 있으니 도움을 받아야지 뭐.

사진은 <핑퐁>의 박민규 작가가 지금처럼 뜨기 전에 보내 준 건데 내가 이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더라고. 메뉴의 기린을 보니까 이 사진이 생각났어. 내 짐 30킬로그램 안에 기노 작가가 선물한 <핑퐁>이 있었는데 책을 읽을수록 박 작가는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요즘 젊은 작가들 중에 이렇게 탁월한 상상력으로 작품을 마구, 정말, 마구 쓰는 작가를 보기가 힘든데 말이야. <핑퐁>이 장편이지만 그 안에 박 작가의 나름의 '단편'을 여러 편 읽을 수 있었어. 이 사진 보면서 느낀 건데 <카스테라> 표지의 일러스트 모델이 이 기린이 아닌가 싶네.

아무튼 그냥 들어왔다가 블로그가 싹 바뀌어 있어서 놀란 김에 '일단' 하나 포스트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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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세상 참 좁더라

어제 물어물어 찾아간 컨퍼런스 홀에서 튀니지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현재 야스쿠니 신사 옆에 있는 도쿄 대사관에서 근무를
한댄다. 네 여자 친구는? (전에 알제리에서 온 친구랑 누가 봐도
커플처럼 지냈었거든.) 손사래를 치면서 그 친구는 그냥
베스트 프렌드 중에 하나였단다. 알제리는 바로 튀니지 옆에
있기도 해서 더 그랬다는데 뭐 나야 할 말 없지.
원래 약혼자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알제리 친구도
현재 도쿄 알제리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단다.

오늘 코스타 리카 친구한테서 메일을 받았는데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친구도 다들 지금 도쿄에 있단다. 살짝 보고 싶은 칠레
친구만 현재 산티아고에 있고. 늘 칠레상, 칠레상, 이렇게 불러서
이름도 잘 생각 안난다. 진짜 뭐였지? 다들 이름이 복잡해서
아르헨티나상, 온두라스상, 이랬었거든. 어쨌거나 조만간 동창회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코스타 리카상은 지금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만 끝나면 일본에 와서 공부하고 싶단다. 열심히
스페인어 공부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데 쩝이다. 한국어도 다 까먹을
지경인데.

며칠 전 메신저에서 만난 친구한테 "일찍 죽는 걸 뭐라고 그러지."
이걸 물어봤었다. 요절.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