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9.05 츠쿠미 8일째-부침개파티
  2. 2007.05.31 게스트하우스 5월의 파티 2
공식적인 스케줄이 없어서 그냥 쉬었다. 아니 알바를 했다. 출판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어린이 동화책을 번역하라고 해서 하루종일 그 일을 했다. 사전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는데 동화책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스캔으로 떠서 보내 준 그 친구 생각하니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데 문장을 읽고 또 읽어 가면서 나름 열심히 했다.

번역하면서 나는 꼬마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카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별로 놀아 준 적도 없고, 숙부 댁에 늦둥이로 태어난 '지광이'(내 친구들은 얘가 누구인지 다 안다.)와 1년에 한 두번 놀아주는 것 말고는 기억도 안 난다. 그래서 번역을 하고 나서도 내심 불안하다. 내가 쓴 말들을 애들이 알아들을 지. 어쨌거나 출판돼서 나오면 너무 더워 땀 삐질삐질 흘린 일이 먼저 생각 날 것 같다.

저녁에는 부침개 파티를 했다. 홈스테이하는 아주머니(토미코 씨)는 생협 회원이신데 먹거리에 관해서 아주 엄격하시다. 덕분에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음식들만 먹고 있는데 부침개에 쓰일 재료도 생협에서 사야한다고 해서 지난번 상금으로 받은 5천엔을 들고 따라 갔다. 일본 사람들은 부침개, 아니 지지미를 아주 특별한 음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런저런 야채 남은 거 넣고 그냥 부쳐내면 그게 부침개 아닌가.

야채며 김치까지 준비가 되었는데 부침가루가 없어서 완벽한 부침개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죽을 후라이팬에 덜어서 모양을 내긴 냈는데 부친 후에 후라이팬에서 접시까지 오는 사이 그만 다 뭉개져버려는 게 아닌가. 토미코 씨는 내 얼굴 세워주는라 그 힘없는 부침개를 모양을 내서 하나씩 오려내 접시에 담았다. 수십장 부친 것 같은데 저녁은 그걸로 때웠다. 식사가 다 끝났는데도 토미코씨가 여전히 모양을 내서 부침개를 자르고 있길래 뭐 할 거냐고 했더니 내일 점심에 시청 직원들에게 선보일 거란다. 아, 쪽...이미 내 선을 떠난 일이라 그냥 말았다.

부침개 먹으면서 내가 에티오피아에서 전쟁때 사용한 탄피를 700그람이나 들고 두바이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들 나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단다. 인천공항 세관 리스트에는 그 일 때문에 지금도 내 이름이 올려져있다.

낮에 어찌나 집중을 했던지 느무느무 피곤하다.
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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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주 전에 파티를 한 것 같은데 그동안 영 시간을 내지 못했다. 오늘이 지나가면 올리기가 힘들 것 같아 5월의 마지막날 기념으로 포스팅.

지난 달에 교자 파티를 하면서 이번 달에 김치부침개 파티를 하자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달 파티의 메인요리는 김치부침개가 차지하지 못했다. 김치부침개의 자리는 사진에서 보이지만 테이블 한 귀퉁이였다.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내 이번 달에 파티가 진행되는지 파티를 준비할 때는 몰랐다. 지난 달처럼 난 또 엉겁결에 참가를 했다.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드는 건 부담스러우니 각자 한 접시 정도 음식을 만들어 저녁에 먹자, 가 시작이었다는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많은 바람에 이렇게 근사한 상이 마련됐다.

나는 김치부침개 팀에 합류를 했다. 그날 낮에 오사카에 주문한 김치가 도착을 해서 메뉴는 이미 김치부침개로 정해졌단다. 김치 10킬로그람에 2,900엔이고 우송료가 500엔이라는데 혼자 먹긴 좀 부담스러워서 이걸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사람과 나누기로 하고 주문을 했었다. 한 사람은 중국인 원상, 또 한 사람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들어온 한국인 대학생, 그리고 나. 옛날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한류 덕분에 김치 포장을 부엌 아무데서나 뜯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그래도 코 막고 다니는 일본인들이 몇명 눈에 띄어 통에 나누어 담는 일은 속전속결이었다. 그리고 바로 재료를 준비해서 부쳐내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만 보면 '지지미' 안 만드냐고 해서 그래, 실컷 한번 먹어봐라 하고 부쳤는데 오며가며 먹는 애들이 많아 다 부치고 접시에 담아보니 얼마 안됐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날 세 접시가 다 팔렸다.

낫또를 물에 씼어 냄새를 없앤 후 야채에 싸서 먹을 수 있게 양념을 한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 난 낫또는 절대 안먹어, 하는 남자가 두번이나 싸서 먹었으니 가히 성공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왼쪽에 가장 큰 접시에 담긴 요리는 닭가슴살 요리인데 뭘 이것저것 넣어서 뭐가뭔지 모르겠지만 맛이 아주 독특했다. 자타공인 이 게스트하우스 요리사인데 평소에도 밥 한끼를 그냥 안 먹는다. 오늘도 난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냈는데 아직도 작은 이쑤시개에 뭘 끼우고 있었다. 튀김 요리를 할 요량인 것 같은데 그 정성이 놀랍다. 이상한 해산물 재료를 사와 기인열전 보여주듯이 손질을 하는데 이날은 아주 특이한 요리를 세 가지나 선보였다. 또 한가지는 오이절임 옆의 하얀 사각접시에 담긴 건데 해산물을 어떻게저떻게 해서 김에 말아 내놓았다. 소스까지 따로 준비했는데 정성이 참...그리고 이날 모두를 위해 밥을 한 솥 해서 테이블 한켠에 준비해두었는데 이 밥이 그냥 물에 쌀을 삶은 게 아니라 닭가슴살 요리하면서 낸 국물에 한 밥이라 밥맛이 아주 특별했다. 이 친구 때문에 모두가 기다렸던 김치부침개가 이날 메인이 되지 못했다.

포트락 파티에 과자 한봉지 달랑 들고 오는 사람들도 봤는데 이날 파티는 '아주 굿'이었다. 얘기를 처음 꺼낸 친구가 둘인데 식사후 즉석에서 칵테일을 선보였다. 알코올 'NO'가 내 요즘 기본 노선인데 넙죽 두 잔을 비웠다. 와인을 준비한 사람도 둘이나 됐나. 이번에 한국팀이 너무 약소해 다음달엔 좀 분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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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