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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석회석 광산을 보러 산비탈을 한참을 올라갔다. 15미터 높이의 계단으로 깎아 내려가고 있는
광산 현장을 보면서 츠쿠미의 경제는 조상한테 물려받은 수려한 자연을 이래저래 이용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세대들에게는 뭘 남겨 줄 수 있을까. 다 깎아내고 파헤치면 말이다.

점심은 배를 타고 호토지마라는 섬을 방문했다. 일본인들이 사는 집을 토끼장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실체를 볼 수 있었다. 섬의 토지가 넉넉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방한칸 정도 되는 넓이로 건물을 2층, 3층 올려서 지은 주택들이 섬 여기저기에 가득했다.

집과 집 사이는 아주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온 동네를 연결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어찌나 건강하신지 바구니들을 하나씩 지고 산비탈로 연결된 골목을 쉬지도 않고 올라다니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띄었다. 경사가 높아서 머리에 이기도 힘들고 들기도 힘들어서 여기 사는 할머니들은 커다란 바구니를 만들어 그곳에 짐들을 넣어 다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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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톤의 배로 미크로네시아까지 가서 참치잡이를 하신다는 원양어선 선장님을 한분 만났다. 7년만에 아주 젊은 사람이 배를 타게 돼서 요즘 살맛이 난다고 하셨다. 인도네시아에서 연수를 온 젊은 사람들 말고는 그동안 맨 60, 70 넘은 사람들 뿐이었단다. 배 타는 사람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자꾸 딴 생각을 했다. 무슨 요리를 해먹을까, 그물을 내리고 남는 시간엔 뭘 할까 등등.

너무 더워서 츠쿠미시 출장소를 찾아 들어갔다. 어찌나 반갑던지. 물 한잔을 얻어먹고 돌아오는 배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왠 개들이 배안에 그렇게 많던지. 이런저런 배들을 많이 타봤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저녁엔 저 멀리 오오이타현의 농림청 직원을 홈스테이 하는 곳으로 초대해 농산물 판매 촉진활동에 대해 밤 11시가 넘도록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고정된 월급을 현으로부터 받지만 과외로 현내에서 농사짓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날밤을 잊고 뛰어다닌다는 얘기를 여러 사람한테 들었다.

어디나 지역혁신의 핵심은 사람이었다. 미야자키현의 후쿠다씨를 새롭게 알게되었다.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