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는 산책로가 있는데 걷다가 말을 탄 아줌마들 두명을 만났다. 여긴 자전거 탈 때도 눈에 잘 띄게 형광색으로 된 조끼를 입는데 말탄 아줌마들도 그 조끼를 입고 있었다. 말꼬리에도 형광색의 띠가 부착되어 있었고. 하이, 하고 먼저 아는 체를 해서 나도 얼떨결에 하이, 하고 말았지만 아주 큰 말들이었고, 두 사람 모두 그 말 위에 앉아 있어 눈을 마주치기위해 고개를 버쩍 들어야 했다.
기숙사 컴파운드를 나와 한 30분쯤 걷다보면 목장이 나오는데 말들도 보이고, 양들도 보인다. 처음엔 내 발소리에 움직이는 시늉들을 했었는데 요즘은 아는 체도 안한다. 내가 왔는지, 지들을 지나가는지....걸으면서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까, 오늘 여기에 쓴 부분을 저쪽으로 옮기면 어떨까, 내가 이나라저나라에서 만났던 그 사람들은 지금 뭘 할까, 등등의 오만가지 생각들을 다 하는 날도 있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쭉 걷다가 다시 집으로 올 때도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도중에 말탄 아줌마들을 만난 것 빼면.
날씨는 어제보다 더 쌀쌀해졌다. 어제는 반소매 티셔츠 위에 자켓을 걸치고 나갔는데 오늘은 긴소매 티셔츠에 같은 자켓을 입었어도 약간 추위가 느껴졌다. 바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허나 아직 입김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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