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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2 산책
  2. 2009.06.23 같기도 날씨 11

자주 다니는 산책로가 있는데 걷다가 말을 탄 아줌마들 두명을 만났다. 여긴 자전거 탈 때도 눈에 잘 띄게 형광색으로 된 조끼를 입는데 말탄 아줌마들도 그 조끼를 입고 있었다. 말꼬리에도 형광색의 띠가 부착되어 있었고. 하이, 하고 먼저 아는 체를 해서 나도 얼떨결에 하이, 하고 말았지만 아주 큰 말들이었고, 두 사람 모두 그 말 위에 앉아 있어 눈을 마주치기위해 고개를 버쩍 들어야 했다. 


기숙사 컴파운드를 나와 한 30분쯤 걷다보면 목장이 나오는데 말들도 보이고, 양들도 보인다. 처음엔 내 발소리에 움직이는 시늉들을 했었는데 요즘은 아는 체도 안한다. 내가 왔는지, 지들을 지나가는지....걸으면서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까, 오늘 여기에 쓴 부분을 저쪽으로 옮기면 어떨까, 내가 이나라저나라에서 만났던 그 사람들은 지금 뭘 할까, 등등의 오만가지 생각들을 다 하는 날도 있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쭉 걷다가 다시 집으로 올 때도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도중에 말탄 아줌마들을 만난 것 빼면. 


날씨는 어제보다 더 쌀쌀해졌다. 어제는 반소매 티셔츠 위에 자켓을 걸치고 나갔는데 오늘은 긴소매 티셔츠에 같은 자켓을 입었어도 약간 추위가 느껴졌다. 바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허나 아직 입김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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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책상에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더워 드디어 폭염이 시작되나보다 그랬다. 그러나 천둥과 강풍을 동반한 비가 어제 밤새 내렸다. 내일 학교는 다 갔구나 했었는데, 그랬는데, 왠걸 다시 염천이다. 완전히 쭉 더운 것도 아니고 완전히 쭉장마도 아닌, 이런 걸 두고 옛날 사람들은 '같기도 날씨'라고 했다지. 믿거나 말거나.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데 좀 끔찍하다. 세상 일이라는 게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4월, 5월, 6월. 참 힘들었다. 다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확실히 신은 내편인 것 같다. 7월부터는 밥벌이 걱정 그만하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곧 찜통더위가 시작되어 책상에만 앉아 있기 힘들겠지만, 기숙사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사진 속의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타마가와 조스이(玉川上水) 지역에 조성된 숲길에서 찍었다. 타마가와 조스이(玉川上水)는 에도시대에 도쿄의 상수도 역할을 했던 곳인데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숲길은 맘 먹고 걸으면 편도만으로도 서너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대개 왕복 한시간 코스를 택해서 걷는다. 숲길 옆으로 강폭이 약 2m 정도에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내가 흐른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어른 팔길이만한 물고기들이 물길 아래위를 아주 여유롭게 헤엄쳐 다니는데 그 수가 생각보다 많다. 이곳에 연노란 빛깔의 물고기가 딱 한마리 사는데 이 놈을 본 날은 기분이 좋다. 

오늘도 학교에서 오는 길에 굳이 길을 돌아 여길 들렀다 왔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물이 맑아진 데다 그 물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내 듣기에 무우척이나 좋았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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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