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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28 에티오피아 커피 행사에 가다
  2. 2007.09.29 2003년 9월 29일-친구여 3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에티오피아 커피 관련 행사가 있으니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무려 3시간 반 (왕복 7시간) 운전을 해서 다녀왔다. 부산 영도커피페스티벌 일로 신세진 것도 있고 일종의 품앗이(?)였다. 중간에 내비게이션으로 쓰던 핸드폰의 건전지가 제로가 되면서 고속도로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조건 달려야했는데 천우신조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왜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비상용품을 챙기지 않는지 난 영원히 철이 안드는 사람인가봉가....#흑역사

행사가 시작되기 전 친구와 그친구의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전에 같이 일하면서 알던 사람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사람들은 나한테만 나쁜 놈들인 줄 알았는데 이바닥저바닥에서 나쁜짓을 많이 하고 다닌 놈들이었다. 내 안에 잠자던 분노가 일어나 한동안 다스리기 힘들었다.

행사장에 들어갔더니 내가 다시 저 분야 사람들이랑 말을 섞으면 성을 갈리라 다짐했던 곳에서 온 사람들이 보였다. 작년에 내가 다 내려놓고 그래도 분노를 이기지 못해 삭발까지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 참담하기 그지없었던 내 행적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행사 중간에 사회자와 행사 주관자 사이에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었는지 침묵이 흘렀고 마이크가 에티오피아 공사관까지 넘어 갔다가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오늘 여기에 닥터 윤이 왔으니 물어 보자고 해서 객석의 나한테로 넘어왔다. 거기 있는 것도 불편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끼면서 결국 앞에 나가 답변을 정리해주고 들어왔다. 일진이 이상한 날이었다.

행사가 마무리되고 에티오피아 공사관이 나를 살려줘 고맙다는 인사와 행사전반에 대한 피드백을 해달라고 해서 전해주고 돌아가려는데 사회를 보던 사람과(사실 내가 전에 가르쳤던 학생이었다) 일행이 쭈뼛쭈뼛 걸어왔다. 마음 속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냉정한 태도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교수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우리는 교수님이 왜 떠나셨는지 다 이해해요.” 이 말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게다가 재미있는 일 있으면 우리가 가서 열심히 도와줄테니 꼭 불러주세요, 하는데 이것들은 속이 없는 건지 하다가 사제지간으로 맺은 인연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퉁쳐버리기로 했다.

친구들과 다시 만나 놀다가 새벽에 왔는데 떨어진 기온과 저질체력이 갑작스런 ‘무리’를 감당못해서인지 감기기운이 엄청난 속도로 밀려오고 있다.



Posted by 윤오순

친구여
/ 최돈선

이제야 잠든 풀잎으로 그리워한다 친구여
모래 속에 묻어둔 잊혀진 이름들은
젖은 밤 강바람에 불려 반딧불 반딧불로 떠오르나니
사금파리 박힌 하늘의 숨은 별이 되나니
친구여
어디메 들메꽃으로 자욱히 피어나 빛나는 건지
마음 속 뻐꾸기 울음 하나 놓아두고 가리라
가리라 친구여
바람 한 갈피에 감추운 노래는
버리고
인생은 마침내 독한 풀잎에 돋는 한 방울 이슬인 것을
그리운 날 비가 오고
어깨가 쓸쓸한 사람끼리 눈맞춰
한 줌 메아리로 부서지리라

가을 햇볕을 동무삼아 동네 한바퀴 돌기에 안성맞춤인 하루다.
친구야, 아무 걱정 해주지 말고 몽상만 해주렴.
우리들이 지금 '할 것이 많은' 것들이 모두 '한 것이 많은' 것들이 될 때까지...
너의 마음이 따뜻해서 나는 이미 '든든'하다.^^
잘 지내자...이곳에서의 겨울 풍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0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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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꼭 4년 전 친구에게 이런 엽서를 받았다. 책꽂이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뽑아 온 책 속에 정말 우연하게도 이 엽서가 들어 있었고, 하필 오늘 그 책을 열어 보게 되었다. 주소는 춘천시 후평동. 친구가 그 곳에 살 때는 몰랐는데 갑자기 동네 이름 조차 문학적으로 다가온다. 친구는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서 이제는 작가다. 내게는 그 옛날부터 작가였지만.

말이 더 이상 필요없는 친구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나는 내 엄마가 그 누구도 아닌 내 엄마라서 늘 행복하고, 이 친구가 내 친구라서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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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