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작가 우스이 요시토(臼井儀人)씨가 등산하다 실족사했다는 뉴스를 좀전에 봤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 

<짱구는 못말려>를 처음 본 건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서였다. 중국 TV 에서도 방영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짱구의 목소리를 연기한 중국의 성우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워 후외이 라일러!!(저 왔어요!!)" 그 만화로 중국어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처음엔 무슨 저런 어이없는 꼬마가 다 있나 그랬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짱구만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성우 목소리가 언어만 다르지 거의 흡사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일본에 와서 다시 짱구를 만났다. 오리지널 짱구 목소리를 비로소 들을 수 있었는데 한국, 중국의 성우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전부 한사람이 연기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아주 비슷하다.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않아 전부는 못 봤지만, 내 생각에 <짱구는 못말려>는 어른 대상의 만화이지 아이 대상의 만화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짱구가 하는 대화며 행동이 몸만 아이이지 이건 완전히 어른이다. 볼 때는 재미있게 봤지만 짱구 또래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는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 작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많이 아쉽다.



한국에서 우스이 요시토 씨를 만난 적이 있었다. 만화페스티벌이었는지,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우스이 요시토 씨가 행사 참여차 한국에 왔을 때였다. 행사가 끝나고 이외수 선생님 댁으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눴었는데, 그림 이야기가 나왔고, 기념하기 좋아하는 친구들 덕분에 난 우스이 씨가 그 자리에서 그린 춤추는 짱구 그림을 얻을 수 있었다.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 선생님도 오셨었는데, 내게 요리하는 희동이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 주셨다. 두 그림 다 서울집 어딘가에 잘 모셔져 있을 텐데 문득 다시 보고 싶어졌다.

두분 모두 한 나라를 대표하는 만화작가였는데 그 위상의 차이가 엄청나게 커서 좀 놀랐었다. 김수정 선생님은 혼자 그곳에 오셨고, 당시 우스이 요시토 씨는 수행하는 사람만 여덟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판 관계자,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카메라맨, 매니저 등등. 내가 기억하는 우스이씨는 우울증이 있지 않나 싶게 감정의 기복의 커보였는데 그래도 만화작가답게 아주 유쾌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왜 혼자 등산을 하다 그렇게 생을 마감했는지 의문이고, 이제 다시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니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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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