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영국/영국유학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10.08.31 엑시터의 중국인 유학생들 2
  2. 2010.08.19 한국은 없다 3
  3. 2010.06.23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고... 1
  4. 2010.06.16 일장춘몽 2
  5. 2010.05.18 박종만 저 <커피기행> 오류에 관하여 5
  6. 2010.05.15 진정한 루저란 6
  7. 2010.04.05 용감한 신입생 3
  8. 2010.03.12 밖에서 보는 한국 4
  9. 2010.02.13 독도투어리즘 2
  10. 2010.02.11 게으른 영국인들 8

영국에 와서 가장 놀란 일 중에 하나가 상상이상으로 많은 중국인들과의 조우가 아닐까 싶다. 영국에서 중국어를 쓸 일이 생길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비자 받을려면 어느 정도 재산도 증명해야하고, 학비며 생활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으면 여기까지 와서 저렇게 럭셔리한 생활을 즐기며 지낼 수 있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한 1년 지내보니 엑시터 상권은 이런 중국인 유학생들 때문에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엑시터까지 기차로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 정도 걸리는데 대개 중국 학생들은 택시를 타고 도착해서, 떠날때도 택시를 불러 런던까지 간다. 그 일만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트가 있는데 이 남자 벤츠를 몰고 다닌다. 이 사람이 데리고 있는 직원들이 여럿 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만큼 영어를 못해 런던에서 학생들을 태우고 엑시터까지 올때는 난리를 몇번 쳐야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의 숙소 위치를 묻기위해 나같은 레지던트 튜터들에게 연락을 하는데 주소를 불러줘도 도통 못 알아듣는다. 네비게이션이 있으니 정확한 주소를 문자로 찍어달래서 문자를 보내주면 제대로 찾아와야 하는데 그나마도 못찾아 야심한 밤에 학생들을 길바닥에 내려놓고 와서 데려가라고 전화를 한다. 투덜대며 나가면 그 사이에 학생들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있다. 공부하면서 런던 나갈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란다. 기차로 왔다갔다 귀찮지 않겠느냐는 거다. 중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오리엔탈 숍의 사장도 학생들이 산 물건들을 차에 싣고 배달을 해주는데 이 아주머니도 고급차를 몰고 다닌다. 며칠전 누가 요란하게 문을 두드려 나갔더니 중국인 식당에서 배달 온 친구였는데 이 친구도 BMW를 몰고 왔다. 중국인 상대로 하는 장사가 아주 짭짤한가 보다.

중국에서 공부할 때 베이징의 우다코에 처음 간 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완전 코리안타운으로 생활하는 데 중국어가 전혀 필요없는 곳이었다. 그때부터 10년이 넘었으니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다코 쪽에서 중국어 공부했다는 사람들은 신뢰가 잘 안간다. 엑시터는 영국의 다른 도시보다 중국인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그게 상대적인 것이지 눈에 보이는 중국인만 해도 엄청나다. 내가 관리하는 이 기숙사만해도 거의 80%가 중국인인 것 같다. 나머지가 인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동에서 온 부자들의 자제들이다. 시내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택시를 불러 타고 다니는 애들도 많고, 주말이 지나면 쓰레기 쌓아놓는 곳에 백화점에서 물건 산 봉투며 상자들이 한가득이다. 기숙사를 떠날 때 얘네들이 버리는 물건들이 또한 장난이 아니다. 기숙사 규정상 음식이며, 사용하던 물건들을 남기지말고 무조건 버리라고 하는데 아까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규정이니 어쩔 수가 없다. 영국에 처음 오던 날 중국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와서 중국인 이웃들 하고만 어울리며 중국식당에서 배달한 음식만 먹고 지내다 떠날 때도 중국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중국으로 떠난다. 그러다보니 도착한 날은 영어 좀 하네, 하던 애들도 체크아웃할 때 방에 문제가 생겨 설명이 필요할 때 그 설명을 영어로 제대로 못하는 애들이 많다. 결국 중국어로 하다 안되면 그냥 벌금을 내고 떠난다.

처음에 살던 기숙사에도 중국애들이 많았는데 그 애들은 사는 게 지금 이 기숙사의 중국애들과 아주 달랐다. 우선 기숙사 방값이 여기의 절반도 안된다. 여긴 일주일에 140파운드 정도로 방값이 비싼 편이다. 가재도구 중에 일회용품도 많았고, 아이스크림통 등을 재활용해서 사용하기도 했고, 거의 아르바이트 하면서 공부하는 애들이 많아 시내 커피숍이나 학교안 매점등에서 이 애들을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사는 기숙사 애들은 돈 걱정과는 거리가 먼 애들로 보인다. 매너도 가진 돈만큼 따라오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 사실 트러블이 많이 생긴다.

얼마 전 내 층에서 일어난 일이다. 중국인 하나가 내 사물함에 있는 후라이팬을 꺼내 쓴 것까지는 좋은데 요리하면서 뭘 사용했는지 완전히 망가뜨려놓고는 닦지도 않고 턱하니 그냥 놔둔 거다. 이런 싸가지, 하면서 그럴만한 애를 찾아서 네가 그랬니, 했더니 내가 그랬는데 하나 사줄게, 그럼 됐지, 이러는데 아주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혼자 생활하는 게 다들 처음이라 공동체 생활하면서 겪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요리하다 손가락을 베어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찾아와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고 해서 데리고 응급실에 다녀와야 할 때도 있었다. 전자렌지에 음식을 넣어놓고 지켜보지않아 안에 유리가 박살이 나고, 화재경보기가 울려 구급차가 달려올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벌금을 내겠으니 얼마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다. 

오늘도 오후에 한건이 터졌다. 어디선가 고구마 굽는 냄새가 나서 나도 장에 가서 고구마나 사다 먹을까 그러고 있는데 순식간에 냄새의 종류가 바뀌더니 밖에서부터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방으로 들어왔다. 불이 난줄 알고 깜짝 놀라 부엌에 나가봤더니 중국인 여학생 하나가 창문도 안 열어놓고 그릇이 탔는지 연기 속에서 묵묵히 그 그릇을 닦고 있었다. 네가 그랬느냐고 했더니 안그랬단다. 여기서 만난 중국애들은 이상한 버릇이 있다. 잘못한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네가 그랬느냐고 하면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그런다. 그래서 결국은 같은 층 전체 애들한테 벌금을 물리면서 일을 마무리하게 된다. 참 알 수가 없는 애들이다. 얘네들이 중국의 미래라니 원. 

*사진: 에티오피아의 바하르다르에 갔을 때 코이카 단원 숙소에서 하루 묵고 떠나던 날 찍은 사진이다. 빨리 박사과정 끝내고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면서 한 1년 놀았으면 좋겠다. 졸릴 땐 저렇게 햇살 받으면서 잠도 자고. 사진 속의 개팔자가 부러운 요즘이다.
Posted by 윤오순
*사진: 대영박물관 서점. 아시아 코너인데 한국 관련 도서는 단 한 권도 없다. 기념품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재외동포초청프로젝트 덕분에 올여름 잠시 서울에 다녀왔다. 2005년 이후 서울의 여름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적응안돼 아주 혼났다. 날씨가 덥기도 더웠지만 어찌나 습하던지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게 맞이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서울시가 재외동포를 초청한 목적은 서울을 해외에 좀더 알리고자 함이었다. 밖에 나와 있다보니 외국 사람들이 서울은 물론 한국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놀랄 때가 많다. 연구실의 내 뒷자리 박사과정 학생은 내가 쓰는 말이 중국어인 줄 안다.  올림픽도 열렸고, 월드컵도 개최한 국가인데 누굴 탓해야 할 지 모르겠다. 

커피 투어리즘을 공부하면서 커피숍 뿐만아니라 시내의 여행사들도 자주 다니는데 갈 때마다 새로 나온 여행 책자들을 들고 나온다. 여행사가 취급하는 각 나라의 여행지를 화려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두툼한 책자인데 공짜다.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쪽 책자가 내 관심분야이다. 지금은 그러려니 그러지만 처음 아시아 소개책자를 보고 많이 놀랐었다. 대여섯군데 유명 여행사 안내 책자 중에 서울이 소개 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아시아 하면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여러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한국은 아예 내용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가 일본은 교토, 나라, 오사카 등이 근사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되는데 한국은 아예 없다는 말이다. 내 느낌에 한국의 서울이나 제주도는 아시아의 매력적인 여행지로써 베트남의 하노이나 인도네시아의 발리 등에도 밀린다.  최근에 지정된 하회/양동마을까지 합쳐서 세계유산을 10개나 가지고 있는 나라인데 어찌 이다지도 해외에 안 알려졌는지,  그리고 안 알려지는지 모르겠다.  2010년 현재 대한민국과 수교국이 188개나 되는데 여기 담당하는 외교관들이 한나라씩만 집중해서 한국을 홍보해도 이정도로 세계가 한국을 모르지 않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노릇이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3층에 가면 중국관과 일본관 사이에 한국관이 초라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소장된 작품들 면면을 살펴보면 자랑스럽기 그지 없는 보물들이지만 중국관, 일본관과 비교하면 작품수에서 한참 밀린다. 2000년에 한빛문화재단 한광호 이사장이 기부한 100만 파운드로 유물을 구입해 전시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소장된 작품만으로는 각 시대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문화적 특징을  잡아내기도 힘든 실정이다. 기념품 판매점에 가면 더 기가 막히다. 일본, 중국, 인도가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심지어 전시되지도 않은 작품들이 도안으로 사용된 기념품들이 일본 코너에 전시되어 있다.  대한항공이 2009년부터 대영박물관에 외국어 안내 서비스 단말기를 후원하고 있는데 덕분에 이제 한국어로도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기념품 코너를 지나 박물관 입구쪽으로 나오다 보면 오른쪽에 보이는 단말기 대여코너의 대한항공 마크에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곤 한다.

세계가 한국을 많이 기억하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할 지 모르겠지만 문화가 국력인 시대가 이미 와 버렸다. 문화의 나라에서 만든 차는 프레미엄이 붙어 비싸도 사지 않는가. 삼성이나 엘지가 초박형 TV나 모바일을 해외에 팔면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이유다. 삼성이나 엘지를 일본기업으로 기억하는 외국인들이 많고, 굳이 싸구려 이미지를 가진 나라를 홍보하면서 제품 이미지까지 영향을 줄 필요가 없지 않겠나.

사건이 하나 터지면 벌떼처럼 모여 경찰들도 두손두발 들게하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그 능력, 그 에너지를 해외에 한국을 홍보하는 일에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두루 돌아다녀보니 한국처럼 네티즌들이 센스도 넘치고, 그 결집력이 대단한 나라를 못 봤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소개되지 않은 한국의 작가들, 예술가들이 있다면 간단하게라도 소개해주고, 한국을 대표하는 물건들이나 사람들, 사상들이 빠져 있으면 채우는 일들에 이들이 앞장 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매년 해외로 나가는 공무원들, 상사주재원들, 외교관들, 유학생들, 배낭여행객들이 조금만 한국 알리는데 노력을 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한편으로 순식간에 한국이 일본의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았나. '문화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Posted by 윤오순
인터넷에서 커피관련 자료를 찾다가 <에티오피아-커피견문록: http://report.paran.com/report/view.hcam?no=10885116>이란 제목의 레포트를 하나 발견했다. 한국돈 1,74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글자료는 다운해서 보기도 힘들고, 결재도 안되어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자료를 받아 읽었다.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고. 여기저기 긁어다 짜깁기해서 용어도 통일이 안되어 있고, 단순실수라고 보기에는 오류들이 너무 어이가 없다. 저자 이름도 없고, 이 글을 왜 썼는지 이유도 모르겠다. 돈 때문이었나? 돈 벌기 참 쉽다. 이런 걸 돈 벌겠다고 인터넷에 올려놓고 편하게 잠이 오나? 아침부터 심하게 사기당한 기분이다. 아이디를 긁어 검색해보니 이렇게저렇게 짜깁기한 자료들을 여기저기 올려놓고 팔고 있다. 지식사기꾼 같으니라고. 바라건데 그냥 중고생이 관심있어 만든 레포트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올린 거였으면 한다. 만에 하나 대학교육까지 충실하게 받은 지식노동자가 그랬다면 정말 할말 없다. (사실 심하게 썼다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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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친구한테 책을 한권 선물 받아서 읽는데 오류가 너무 많아 출판사에 보냈는데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 박종만씨가 쓴 <커피기행>이라는 책이다. 책이 이미 많이 팔린 것 같은데 다시 찍을 때 내가 지적한 오류들이 시정이 될지 모르겠다. 출판사에 보냈던 이메일 전문을 싣는다. 소개된 나라 중 에티오피아 부분만 지적했다.


편집부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윤오순입니다.
현재 영국 엑시터 대학 지리학 박사과정에서 커피문화와 커피관광에 대해 연구중입니다.

제가 커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국의 지인이 최근에 박종만씨가 쓴 <커피기행>이라는 책을 보내줘 읽게 되었습니다. 탐험대가 에티오피아의 냉건기 때 방문해서 우기때에 실컷 볼 수 있는 울창한 숲과 초원들은 별로 못 봤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였고, 책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홍해 연안국들의 커피문화를 연구하면서 커피역사에 관심 가지게 되었는데 책에 오류가 너무 많아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이 판매가 많이 된 것 같은데 시정을 할 수 있으면 하셨으면 좋겠고, 박종만씨께도 내용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년 넘게 커피를 연구하셨다는 건 알겠는데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내용을 단정해서 쓴 부분이 많습니다. 통역의 문제였는지, 정말 잘못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인 것 같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가진 책은 1판 5쇄 발행된 것입니다.
 
P.98 
사진 캡션의 '지베나'는 '제베나' 발음에 가깝습니다. P.136 중간에도 지베나라고 했는데 영어표기처럼 현지인들은 제베나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P.197 
아래서 셋째줄에 '민둥산'이라 표현했는데 사시사철 그런 것이 아니고 냉건기 때라서 무성한 잡초를 볼 수 없었을 겁니다.

P.113 
칼디의 전설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가 없는데 사진 속의 모스크를 칼디가 방문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P.124 에 칼디가 모스크로 달려갔다는 표현이 다시 한번 나옵니다.

P.115 
짐마 옛지명인 Kaffa에서 coffee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바 없습니다. bunn은 아랍어로 bean을 뜻합니다. 아랍어로 커피를 뜻하는 qahwa는 본디 껍질로 만든 차를 의미합니다.( tea made from the husks) 그리고 bunni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것은 아랍어로 brown 혹은 roasted 컬러를 의미합니다. Kaffa bunn에서 커피빈, 즉 커피콩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데 어찌되었든 지금까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P.120에서 정부관료가 에티오피아의 짐마가 커피의 고향이라 단정짓는 것은 관광을 비롯한 정책적인 면과 관련이 있습니다. P.120 '카베' 유래설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P.122 
15째줄에 '식민정부'라고 표현했는데 에티오피아는 강대국의 식민지 경험이 없습니다. 이 내용은 박종만씨가 앞부분에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P.135
위에서 넷째줄에 '네탈라'는 공식행사에서만 입는다고 했는데 '네딸라'(사실 발음은 여기에 가깝습니다.)는 그때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입는, 크기가 큰 스카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51에 300명이 넘는 여성이 네딸라를 입고 있다고 했는데, 일하면서도 당연히 입습니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사진속의 여성들 중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스카프를 한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컬러플해 보였을 겁니다. 네딸라는 흰색이며 양끝단을 화려하게 수를 놓아 장식합니다. 기계로 짠 것도 있고, 시장에서 판매됩니다.P.156 사진 앞쪽의 두명의 여성들이 두르고 있는 게 네딸라 입니다.

P.136
여덟째줄에 'Kocho'잎이라고 했는데 '엔셋'이라는 식물이며 가짜 바나나라고도 부릅니다.멀리서 보면 꼭 바나나처럼 생겼습니다. 엔셋 뿌리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요리해 '꼬쪼'라는 떡 비슷한 모양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여기서 착오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엔셋 잎의 용도는 책에서 소개된 것 말고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P.137
일곱째줄에 기독교국가를 언급했는데 커피 세러모니의 근원을 따라가면 터키의 수피의식이나 아랍 무슬림의 영향에서 왔다고 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후에 기독교(에티오피아 정교)적인 요소도 가미되었지만 책에서 묘사된 것만으로 기독교국가라고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참고로 현재 에티오피아는 무슬림이 이미 인구 절반을 넘어섰고, 그 다음이 정교도 신자로 50퍼센트에 못 미칩니다. 책에서 커피 세러모니의 세 잔의 용어를 설명했는데 첫번째잔, 세번째 잔은 지역별로 발음 차이가 크게 없습니다. 첫번째 잔은 Awol혹은 Abol이라고 하는데 아랍어 Awwal에서 기원했고 '첫번째', '우선'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번째 잔은 Baraka라고 하며 아랍어 baraka에서 유래했습니다. 의미는 '축복'에 해당됩니다. 두번째 잔이 지역에 따라 좀 다르게 발음됩니다. 책에서 후엘레타냐(훌렛탱냐), 소스타냐(소스탱냐)는 에티오피아 공식언어인 암하릭어로 둘, 셋을 각각 의미합니다.

P.141-142
기독교인과 이슬람의 무력충돌이 잦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예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에티오피아는 보기 드물게 기독교와 이슬람이 사이좋은 국가이며 양 종교의 기념일을 국경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책에도 언급된 하라르가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스크가 100개가 넘고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물론 프랑스인이 세운 일반교회 신자들도 각자의 종교 생활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커피 세러머니를 할때는 종교의 차이도, 빈부의 차이도, 계급의 차이도 없이 함께 어울립니다. 우리가 가진 선입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P.144
칼디의 전설에 대해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학자들도 밖에서 안으로 전파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체다이 사장도 잘 모르고 있었으며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알았다고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커피 세러모니와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 정부는 칼디의 전설을 에티오피아 커피 홍보요소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P.145
차 안에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칼디 커피숍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에티오피아의 주문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술집이나 바 등에서도 앉을 자리가 협소해서인지 지저분해서 그런 건지 다들 차 밖에서 주문해서 차안에서 술도 마시고 심지어 인제라 같은 음식도 먹습니다. 계산도 차 안에서 합니다.

P.163
'하쿠나 마타타'라고 인사했다고 하는데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에티오피아 공식언어는 스와힐리어가 아니라 암하릭어와 영어입니다.

P.165
맨 아랫줄에 랭보하우스는 유네스코기금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는데 프랑스 대사관에서 진행하는 문화개발 프로젝트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랭보하우스 도서관의 책들은 랭보와 관련된 책들이라기 보다는 그저 불어로 된 책들입니다. 

P.166
아래서 세번째 줄에 '이탈리안 무슬림의 코발트빛'이란 표현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P.167
하라르식 버터 커피라고 했는데 카파지역의 고산지대 오로모족들은 여전히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버터 뿐만이 아니라 소금, 꿀, 계피,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마신다기 보다는 먹고 있다고 해야겠죠. 노예무역이 활발할 때 카파지역의 몸 좋은 오로모족들이 노예로 많이 팔려갔는데 당시 노예들의 집결지였던 하라르로 이동하면서 커피나무도 같이 이동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커피에 이것저것 넣어 먹는 풍습도 거기에서 연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은 커피 원두만이 아니라 커피 잎, 가지, 껍질 등을 전부 먹습니다. 죽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차로 달여서 마시기도 하고요. 하라르에서는 커피 껍질도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이는 P.174에서 처럼 단순하게 가난해 커피원두를 구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커피 껍질을 차로 달여마시는 풍습은 옆나라 예맨에도 있는데 에티오피아와의 문화교류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맨에서는 이 차를 Qishir(Coffee husk tea)라고 부릅니다. 수출도 합니다.

P.172
커피 껍질을 분칼레 의식으로 보기도 했다는데 그것보다는 희생제를 위해 동물을 죽이듯이 오로모 지역에서는 동물대신 커피콩을 사용한 사례가 문헌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과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를 아주 신성하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소수민족들이 있습니다.

P.174
아래서 세번째 줄의 '투투'는 인도에서 수입된 차를 말하는 것 같고 현지 발음은 '툭툭'에 가깝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만 적었고, 빠진 게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 되었다기보다는 부가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박종만씨의 작업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없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권장도서로도 손색이 없지만 가뜩이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보가 적은 한국이라 연구자의 입장에서 아는 한도내에서 적었습니다. 추가로 인쇄할 때 반영할 수 있으면 반영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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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봄이 많이 온 것 같은데 여전히 춥다. 내가 아는 봄꽃들-동백, 철쭉, 벚꽃, 목련, 개나리 등-과 또 모르는 봄꽃들이 활짝 피었다 모두 지고 있는데도 밖은 여전히 춥다.

어떻게 6개월을 넘기나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6개월이 넘어갔다. 경험에 따르면 3개월, 6개월이 고비인 것 같다. 3개월쯤 되면 아는 것들이 눈에 많이 띄고, 6개월쯤 되면 어딜 가도 동네 수퍼에 갈 때 그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6개월을 넘기기 전에, 아직 호기심이 많을 때,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기록해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게을러서일수도 있고, 정말 바빠서일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목적에 충실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랄 수도 있고.

지금 사는 기숙사에 이사오고나서 죽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하나 있다. 내 층엔 나를 포함에 6명이 살고 있다. 

1번은 파니. 홍콩에서 왔고, 영어는 느린데 광동어는 엄청 빠르고 게다가 시끄럽기조차 하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매너가 아주 그지다. 저런 걸 어떻게 애인으로 두나 싶을 그런 개차반 같은 넘이다. 파니는 졸업하고 부자가 되고 싶단다. 지금도 엄청 부잣집 딸로 보인다. 

2번 제이시. 중국인이고 이번 학기에 새로 이사왔다. 딱 봐도 공부만 할 것 같은 성실녀이다.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전에 살던 중국인 남자는 골초에 마리화나도 피는 넘(복도를 지나가다 이상한 냄새가 나서 물어봤더니 스탭 하나가 마리화나 냄새란다.)이었는데 두 학기 내내 학교를 안 나가 비자가 취소되면서 자동 귀국했다. 벽이 얇아 옆 방에 작은 소리도 다 들리는데 이 놈은 낮엔 자면서 코고는 소리로, 밤엔 메신저 채팅 소음으로 나를 짜증나게 했었다. 

3번은 나. 

4번은 앤드류. 중국인인데 아주 말끔하게 생겼고, 첫인상은 젠틀맨, 바로 그거였다. 그래서 농담으로도 이놈을 젠틀맨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더럽기 짝이 없는 놈이다. 늘 인스턴트 음식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데 식사가 끝난 후 접시에 사용한 화장지를 수북히 담아 싱크대 옆에 며칠을 묵혀둔다. 가끔 요리를 해 먹을 때도 있는데 기름 범벅 요리라 요리후 오븐 주변이 아주 난리다. 일본에 있을 때 인도네시아에서 온 페리랑 아주 똑같은 놈이다. 당근 청소는 안한다. 제발 다른 사람 위해서 청소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메시지를 붙여놔도 알았다고만 하고 달라지지 않는다. 냄비를 렌지에 올려놓고 방에서 딴짓을 하다 태워먹기를 여러번. 그럴 때마다 냄새가 다 빠지는 데 며칠이 걸린다. 매일 밤 12시 반쯤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들린 후 밖으로 나간다. 여자 친구가 근처에 사는 것 같다. 가끔 여자친구가 놀러오면 며칠 먹을 인스턴트 음식을 잔뜩 사와서 냉장고 여기저기에 넣어놓기 때문에 냉장고 칸이 모자란다. 냉장고에 인스턴트 음식이 유달리 많아지고 밤 12시 반쯤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안들리면 여자친구가 왔다고 보면 된다. 매일 울리는 알람소리도 짜증나는데 밤마다 들리는 헤어드라이어 소리는 더 짜증난다. 

5번은 맨튜, 일명 루저인데 요놈은 좀 있다 설명하겠다. 

6번은 중국인인데 밖에 나온 걸 본 적이 없다. 음식은 전부 배달해 먹는다. 방에서 담배를 하도 많이 피워 제발 그러지 말라고 사정사정을 했는데 요즘은 아예 안보인다. 가끔 친구들을 불러 요란하게 파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소음도 안 들린다. 담배 안피고, 조용히 지내니 그저 내겐 고마운 이웃일 뿐이다.


5번 루저. 아주 소설 속 주인공 같은 놈이다. 머리는 노랗게 염색을 했고, 바지는 항상 스키니 진 스타일에 구도코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신발을 타고 다닌다. 키가 내 어깨 아래에 올 정도로 작고, 뒤뚱뒤뚱 걷는 게 마치 만화 주인공 같다. 처음 오자마자 부엌이 더러워 전부 100파운드에 청소비를 따로 물리겠다고 생난리를 폈는데 1번 파니랑 5번 이놈이 내 앞에 와 살랑거리며 네가 오기 전에 우리가 주로 청소를 했으니 봐달라며 아주 친절하게 굴었다. 살다보니 알게되었는데 1번과 5번은 날마다 돌아가면서 파티를 벌였다. 얘네들이 구비하고 있는 가제도구는 거의 신혼부부 수준이다. 없는 게 없다. 냄비를 비롯해 그릇들도 전부 세트이다. 파니의 남자 친구가 루저의 친구기도 했다. 한번에 예닐곱씩 부르니 매일 파티가 끝난 후 나오는 쓰레기가 장난이 아니다. 참고로, 중국 정부는 홍콩도 중국이라고 하겠지만 여기서 보면 홍콩과 대륙은 같은 나라가 아닌 것 같다. 사용하는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같은 층에 살면서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 이들이 새벽까지 마시고 떠들어도 아무도 시끄럽다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나 말고는.

이놈과 그리고 이놈을 찾아 오는 '것'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를 않는다. 처음에는 거짓말도 했는데 요즘은 아예 대들기까지 한다. 어제는 친구 생일이었다, 친구가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그랬다, 뭐 이런 핑계들이었는데 그러려니 하고 위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도가 지나쳐 경비를 불러 해산시켜야 할 때도 있다. 음악소리도 줄어들지 않고, 복도며 부엌을 왔다갔다하면서 떠들며 파티를 지속할 때이다. 내 경고에, 술이 취한 체 너 자꾸 그러면 고소를 해버린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나를 협박할 때는 어이가 없다. 어떤 날은 경비를 불러도 얘들이 경비를 속인다. 경비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있다가 경비가 문을 두드리면, 수고하십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친절하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만 병신 될 때다. 저도 양심은 있는지 이제는 떼거지로 애들을 부르지 않고, 달랑 여자친구만 부른다. 혹 다른 층의 친구 방에서 파티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교양없기는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벽이 얇아 소곤소곤하는 소리도 다 들리는 기숙사에서 밤마다 지 무용담을 얘기하는지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아주 미칠 지경이다. 새벽 3시, 4시에 요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 가제도구도 사용하고 씼지도 않고 그냥 방치해두기 예사다. 담당 선생이 불러 얘기를 했는데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그랬다면서 선생이 얘가 정말 그랬냐고 몇번이나 확인을 하는 메일을 받았다. 녹음이라도 해서 들려줘야 한단 말인가. 참나원. 어젯밤에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조용히 해달라고 갔다니 왜 아무도 시끄럽다고 안하는데 너만 자꾸 그러느냐, 너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대드는데 아주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우발적 살인이라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두번째 경고를 하러 갔더니 아주 대놓고 소리를 지르며 웃고 떠드는데 똥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보란듯이 떠들며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 5시까지 난 잠들지 못했다. 둘다 아주 부셔버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무슨 수를 쓰긴 해야하는데 방법이 없다. 울 엄마는 따뜻한 태양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다고, 그저 좋게좋게 얘기하란다. 전 세계의 가난한 커피 농가들을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에 대해 연구하려면 일분일초도 아까운데 저런 쓰레기같은 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 좀 쪽 팔리기도 하다.

방으로 돌아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메일로 내가 겪은 걸 써서 위에 보고하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니 지난 밤이 참 우울했다. 이런 것들이 중국의 미래라니 중국 별거 아니구나, 하는 여우의 '신포도 넋두리' 전략도 별로 위로가 안되었다. 애써 흥분을 진정시키며 다른 이웃들에게도 직접 물어봐서 나와 똑같은 반응이면 당장 얘를 쫓아내라고 써버렸다. 영국은 이런 반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졌다. 

*사진은 엑시터에 도착한 다음날 새벽에 숙소에서 학교에 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여긴 아침이 이렇게 어두워, 궁시렁 거리면서 학교에 갔는데 시계를 잘못 맞춰서 그런 거였다. 어젯밤에는 두 쓰레기들을 저렇게 매달아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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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봄이 안 오는 줄 알았다. 아니 여긴 봄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자연은 거스를 수 없는 법. 꽃망울들이 하나씩 툭툭 터지고 있다. 3월 초만해도 새파란 싹만 보여주던 수선화가 캠퍼스 곳곳에 노랗게 만개했다. 그리고 난 두번째 방학을 맞이했고, 요즘 객국생활 10년을 회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다음학기 신입생 세명이 기숙사에 입주했다. 전부 중국인이었다. 한 사람은 영국의 다른 곳에 있다가 학교를 옮기면서 이곳으로 이사한 학생이었다. 밤 늦게 도착해 걱정했는데 만나보니 영어도 잘하는 것 같고 별로 내 도움이 필요없어 보였다. 두번째 학생은 오전에 도착했는데 영어가 완전 초보수준이었다.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잘 읽어보고 싸인하라고 했더니 오케오케 하더니 바로 싸인을 해버린다. 엑시터가 아닌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 둘을 데리고 왔는데 그 둘은 영국에 좀 오래 산 것처럼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다 아는 것처럼 추임새를 넣는다. 그래 얘네들이 이 친구를 도와주면 되겠다 싶어 안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의 학생이다. 밤 10시가 다 되어 긴급할 때만 연락하는 번호가 뜨면서 전화가 왔다. 학생 하나가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가고 있으니 안내를 해달란다. 서류들 들고 튀어나갔는데 택시에서 낑낑대며 짐을 내리는 몸이 갸냘픈 여학생 하나가 보였다. 택시기사가 영어를 못해 오는데 혼났단다. 사무실에서 보낸 택시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사를 했는데 무슨 말만 하면 땡큐였다. 이 학생이 아는 유일한 영어였다.

한개에 40킬로그램은 나가는(전문가 소견이다.) 큰 짐가방이 두개였다. 그리고 작은 가방 세개. 그 중 두개는 공항에서 짐이 많아 나눠 담느라 새로 산 것 같다. 짐가방은 아주 비싸보이는데 작은 가방들은 깨끗한데다 상표도 안 떨어져있었다. 이것들을 다 들고 혼자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참 대견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직항으로 왔더라도 런던에 내린 후 기차를 몇번 갈아타야 했을 텐데 참 대단하단 생각뿐이었다.

이 학생이 새로 살 집은 3층이었는데 큰 짐가방 두개는 둘이서 도저히 들어 옮길 수가 없었다. 작은짐도 들어보니 아주 묵직했다. 결국 다른 남자 레지덴셜 튜터를 불러 짐을 옮겨줬다. 그리고 안내를 해줬다. 그동안 중국어를 안써서 단어들이 생각이 안났는데 이 친구가 딱 감을 잡더니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제대로 된 표현을 바로 중국어로 해줬다. 그래 그래 그거. 부엌은 어떻게 사용하고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고 우편물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건물을 이동하면서 하나씩 설명해줬다. 설명이 끝날때마다 무조건 땡큐였다.

근처에 친구가 있느냐고 했더니 아무도 없단다.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부활절 휴가기간이라 학교도 문닫고 시내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는데 먹을 건 있느냐고 했더니 없단다. 내가 빵이나 라면같은 게 있는데 좀 줄까 했더니 머뭇거린다. 그러더니 사무실에서 받은 과자가 좀 있고, 오늘만 버티면 내일 다른 도시에서 오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고 내려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 편했다. 다시 올라가 옆방의 중국인을 미안하다면서 깨운 후 새로 온 사람이라고 신입생을 소개해줬다. 문제가 생기면 네가 선배니까 직접와서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랑 다른 친구들이 오리엔테이션 해줄테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가서 자란다.

마지막에 도착한 여학생을 보면서 10년도 전에 중국에 처음 유학갔을 때 생각이 났다. 나도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혼자 북경에 도착했었다. 물론 나는 고맙다는 의미의 씨에씨에도 몰랐으니 이 여학생이 나보다 좀 낫다고 할 수 있다. 어제 저녁 혹시나 해서 안심이 안되는 그 여학생한테 가보려고 했더니 방에 불이 꺼져 있었다. 자는 건지 아니면 친구들을 만나 안 들어온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더 일찍 들러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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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Daum 파워에디터동계올림픽이 끝났다고 한다. 한국팀이 참가하는 국제규모의 이벤트였는데 이번엔 단 한 게임도 구경을 못했다. 2008년 북경올림픽도 자국위주의 중계방송을 하는 일본에 있었지만 유도도 (확실히) 봤고, 야구도 봤(나?)는데 영국에서는 한국팀의 경기를 한번도 못 봤다. 김연아 경기는 보고 싶었는데 며칠 전 BBC 홈페이지에서 프리경기만 봤다. 경기를 못 본 이유를 굳이 분석해 보자면 텔레비전이 없었고, 시간을 챙겨 인터넷으로 보면 되는데 열정이 부족했고, 또 어디서 하는 지도 모르겠고, 많이 바빴고, 그래서 포기했는데 벌써 올림픽이 끝났단다. 세계 5위라니 우리 선수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우리나라 스포츠가 성장하듯 다른 분야도 그렇게 쑥쑥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 워크숍이 있어 런던에 다녀왔다.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하는 워크숍이었는데 건물내 전시실에서 여행가이며, 작가이며, 또 지리학자이기도 했던 이사벨라 버드(Isabella Lucy Bird)의 자취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사벨라 버드가 지나간 길을 다시 더듬었던 가나사카 기요노리의 사진 작품도 같이 전시되었는데 이 전시회의 협찬과 후원기관들을 훑어보니 일본국제교류기금, 교토대학 등 일본관련 기관들 일색이다. 이사벨라 버드는 구한말 한국에도 머물렀으며 <조선과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라는 책도 남겼다. 이 사람 전시회를 둘러 보면서 일본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해외에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남긴 책에서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주제별로 뽑았고, 다시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사진을 찍은 일본인의 작품을 적절히 섞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녀가 대한제국에서 받은 실물크기의 여권 복사본도 있었다. 가만히 전시회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일본은 다도, 절, 신사 등 고요하고 정적인 이미지 사진들 위주였다. 중국이나 남아시아 여러나라들은 지저분하고 소란스러운 시장통을 찍은 사진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었다. 컬러플하며 역동적인 이미지로 볼 수도 있지만 현대의 중국이나 남아시아는 여전히 일본과는 거리가 먼 '다른' 아시아 국가 이미지로 전시를 기획한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동대문과 남대문, 그리고 부산 시내 어딘가인 것 같은데 간판들이 다닥다닥 걸린 거리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동대문, 남대문의 글자와 양식들은 중국문화을 모방했다는 내용을 사진 아래에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고, 어수선하게 정리되지 않은 한국이라는 내용도 빼놓치않고 있다. 그들이 본 당시의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왜 현재의 전시기획자들까지 그녀와 일본인의 많은 사진들 중에 그런 사진을 뽑아 전시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 있을 때 텔레비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시끄러운 오락 프로그램이나 상상하기 힘든 범죄사건들, 지진관련 내용들을 이곳 NHK를 통해서 볼 수가 없다. 영국의 NHK에서는 일본의 아름다운 경관, 조용하면서 신비함이 가득한 신사들, 특이한 취미를 가졌지만 거의 장인반열에 올라갈 만한 사람들 이야기, 외국인에 친절한 일본인들, 일본이 세계에 기여하는 활동들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일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에티오피아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다. 시끄럽고 요란한 건 전혀 볼 수가 없고 지극히 정적인, 재미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지만 뭔가 있을 것 같은 그런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밖으로부터 얻고자하는 이미지가 저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침략하고 약탈하고 예고없이 쳐들어와 말살해버렸던 그들의 이미지를 저런식으로 희석하는 활동들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은 금메달을 한개도 가져가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이 한국이 따낸 다섯개의 금메달을 무척이나 부러워할 것이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는 런던의 한 작은 전시실에서 한국은 왜 금메달에만 열광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며칠동안 런던을 둘러보면서 나는 한국이 하나도 못 딴 금메달을 일본이 100개는 딴 느낌을 받았고, 일본이 하고 있는 국가이미지 홍보활동이 정말 부러웠고, 우리나라가 스포츠에서 금메달 따듯 그들의 활동을 그리 쉽게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참으로 배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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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요즘 여기저기서 독도 광고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는데 아주 불안하다. 누가 봐도 독도에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광고가 아주 비장하다. 독도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다.(http://puandma.com/114)

개인적으로 왜 우리땅을 우리땅이라고 자꾸 광고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 일이 터지면 감정적으로 처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도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김장훈씨나 서경덕씨가 음지에서 이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취지를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 비빔밥 광고같은 효과는 못 얻을 것 같다. 차라리 독도 광고에 쏟아붓는 돈을 한군데 모아 독도투어리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독도관광청을 만들어 독도를 관광상품화 하는 게 어떨까 제안해본다. 시커먼 배경에 멋대가리 없게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광고 내지말고 근사한 독도 사진 깔고 '웰컴 투 독도', '사계절이 아름다운 독도에 놀러 오세요' 같은 그럴싸한 카피 넣어 광고하는 거다. 독도관광청 홈페이지 열면 유엔공용어로 전부 내용 읽을 수 있게 관리하고, 홈페이지에서 하루 열명이든 스무명이든 제한적으로 방문자 접수받고, 2년대기표, 3년대기표 나눠주는 거다. 독도사랑 같은 단체 회원들 자원봉사자로 뛰게하고, 독도관광해설사 양성하고, 제주도 홍보하듯 독도를 홍보하는 거다. 우리땅인데 우리가 관광지로 개방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외국 사람들 배 타려면 울릉도 들러야 할 테고, 연계상품 만드는 거다. 돈 못 번다는 양양국제공항 리모델링해서 비행기 타고 김포가 아닌 강원도로 떨어지는 패키지 상품 만드는 거다. 핸드폰 빵빵 터지고, 대한민국 경유해 들어오는데 이게 어떻게 일본 땅일 수가 있냐. 덤으로 비무장지대도 투어프로그램에 끼워 넣으면 좋겠다. 다들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거다. 에코투어리즘이 따로 없다.

독도가 왜 역사적으로 우리땅인지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공부해야하고, 이 땅은 원래부터 우리땅이었으니 돈 써가며 우리땅이라고 소리칠 이유가 없다. 다른 나라 사람이 알아주면 내땅 아닌 게 내땅이 되기도 하나? 자꾸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접근을 하다보면 다른 나라에서 독도를 자칫 분쟁지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본 사람들은 독도가 왜 자기네 땅인지 문서로, 텍스트로 만들어 조용히 여기저기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광고 간판에만 돈을 쓰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아름다운 독도 자체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홍보가 바뀌어야 한다. 어차피 독도 홍보에 쓸 돈이 있고, 돈 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간판제작하는 일 여기서 멈추고 전략을 수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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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온지 이제 딱 한 달이 되었다. 오던 날 눈뜨고 볼수 없을만큼 더럽던 방이며 부엌은 많이 깨끗해졌다. 내가 여기서 방을 공짜로 쓰면서 하는 일은 세 빌딩에 흩어져 사는 53명의 학생들을 관리감독 하는 것이다. 

전임자가 내 방을 너무 더럽게 써서 청소하는 데만 거의 한달이 걸렸다. 붙박이장이 부서져 벽이 휜히 보이는데도 그냥 살았나보다. 고쳐달라고 보고를 했는데 눈이 와서 사람이 못 오네, 휴일이라서 안되네,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더니 15일만에, 그것도 간단하게 고쳤다. 참나원. 이런데서 어떻게 음식을 해먹나 싶었던 부엌은 전단지를 방 앞에 붙이고 하룻만에 해결했다. 시간을 하루 줄테니 각층 6명이 상의해서 청소를 하든지, 만일 안하면 전문 청소원을 부를 것이고, 이럴 경우 1인당 100파운드 벌금에 청소원 부르는 값을 나눠서 걷을 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그랬다. 하루 지나서 전단지는 필요없어졌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걸 왜 안하고 사는지 원. 여긴 경관도 좋고, 방값이 비싼만큼 시설도 좋은 편이라 조금만 정리하고 살면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 

난 이런 일을 하던 전임자가 살던 방에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영국여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을 어떻게 썼는지 청소아줌마가 일주일을 매일 와서 청소를 해 겨우 얼룩을 제거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에 이삿짐을 흩어놓고는 거의 보름이 지나 가져갔다. 사무실에 보고를 했는데 또 핑계가 똑같다. 눈이 와서 못하는 것 같다, 휴일이라서 못하는 것 같다 등등. 내 층에 사는 애들이 나한테 그런다. 냄새나는 쓰레기 봉지를 부엌에 몇개나 내놓더니 우리한테 치우라고 했다고. 도대체 어떻게 사는지 그 방 구경하고 싶었다고. 그 게으른 영국여자는 다른 기숙사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1일에 6명씩 사는 각 층을 전부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나 불편한 것은 없는지, 고장나 수리할 것은 없는지 물어봤다. 다들 하는 얘기가 우리가 보고하면 뭔가 바뀌는 게 있느냔다. 당연히 바뀌지, 했는데 학생 하나가 작년 10월부터 화장실 전구좀 갈아달라고 했는데 여전히 어둠속에서 산단다. 설마 하면서 불만사항을 접수했는데 이게 엄청났다. 어떻게 다들 비싼 등록금에 비싼 방값을 주고 살면서 이렇게 무감하게 살 수 있나 싶었다. 당장 그날밤에 보고서를 작성해 사무실에 보고를 했다.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 내 층 부엌이랑 내방 전체가 전기가 나갔다. 담당부서에 전화를 했는데 전기점검 중이라 한시간 후에 들어온댄다. 아무 생각 없이 연구실에서 11시쯤 나와 방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전기가 안들어온다. 게다가 인터넷도 안된다. 재앙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까지 그 상황이 지속되었다. 사무실의 시설관리 담당자한테 날마다 보고를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래서 너는 누구한테 보고를 하느냐고 했더니 건물 하나를 알려준다. 그 건물을 찾아가 담당자를 불러 내 상황이 보고가 되었느냐고 했더니 보고가 안되었단다. 그럼 그렇지. 그 건물을 나와 지난주에 보고한 게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불만을 얘기했던 학생들을 찾아가 물어봤더니 아무도 오지 않았단다. 원래 그렇단다. 영국사람들은 원래 그렇단다. 무슨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는데 생각해보니 도저히 안되겠다. 화요일 새벽에 학생복지를 담당하는 최고 상관한테 장문의 불만메일을 보냈다. 난 도저히 너네가 하는 일을 잘 모르겠다. 학생들이 담배피면 그 자리에서 벌금을 내라고 하고, 부엌을 더럽게 써도 벌금을 내라고 하고, 등록금이며 방값을 제때 안내면 이유를 막론하고 쫓아내던지 이자까지 청구하지 않느냐. 그러면 너네도 학생들이 요구하는 게 있으면, 그럴 때 바로바로 시정을 해야하지 않느냐. 화장실이 막혔다고 보고를 했는데 왜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 피드백이 없느냐.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기가 나가 생활을 못한다고 보고를 했으면 누가 와서 체크라도 해야하지 않느냐. 내 층은 내가 살고 있으니 뭐가 잘못되면 내가 계속 너네한테 보고를 하는데 다른 층은 어떻겠느냐.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계속 받을 것이며,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날 오전에 상관은 뭐가 문제인지 각 담당자를 불러 체크를 할 것이니 기다리라는 메일을 보냈고, 담당자는 나한테 네가 보낸 보고 내용이 너무 많아 한번에 처리를 할 수 없으니 좀 인내를 하라는 메일을 화가 난 뉘앙스로 보냈다. 그리고 전기문제는 보고를 했는데 그쪽 건물 담당자가 내 방을 못찾아서 체크를 못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 그냥 알았다고 답변을 보냈다. 

어제 내 방이며 부엌에 전기가 들어왔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어제 오늘 우리 층에 많이 다녀갔다. 부엌에 있는, 전기로 쓰는 레인지에 불이 안 들어오는 게 많다고 보고했는데 그것도 오늘 다 고쳤다. 아니 새로 다 바꿔줬다. 내 층에 작년부터 살던 친구 하는 말이 지난 여름부터 레인지에 문제가 있었단다. 무던한 사람들. 환기구 담당하는 사람들, 전구 담당하는 사람들, 화장실 배수 담당하는 사람들이 점검을 하기위해 차례로 다녀갔다. 지금도 계속 오고 있다. 조금 전 환기구 점검하던 영국청년에게 지금 이층만 하느냐고 했더니 빌딩 6개 전부를 점검 중이란다. 홍콩에서 온 패니한테 네 방의 파일함 문짝 부서진 거 수리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어제 누가 와서 고쳐놨단다. 작년 12월부터 보고를 했다는 데 이제야 수리된 것이다.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다.

런던이 세계창조도시 수도를 꿈꾼단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며 창조도시 관계자들이 발이 닳도록 뭘 배우겠다고 출장들을 오고 있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자며 1980년대부터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을 외치고 있는 영국이지만 단언컨데 영국은 다시 세계무대에서 주역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너무나 많다. 미안하다, 영국아. 지켜주지 못해서.

그나저나 계약기간 6월이 되면 불만이 너무 많다고 아무래도 이 일에서 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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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