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영국/영국유학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11.10.25 한국의 정치인 사이클
  2. 2011.10.25 책광고에 대한 변명 2
  3. 2011.10.23 스튜디오 입주 체험기 2
  4. 2011.10.21 엑시터 귀환
  5. 2011.04.01 에티오피아 출발 7
  6. 2011.03.28 에티오피아 현지조사준비 - 예방접종
  7. 2011.03.26 영국의 의료 서비스
  8. 2011.02.28 오체투지하는 마음으로?
  9. 2011.02.27 영국 동물원 가보셨나요? 5
  10. 2011.02.21 이런 식당 어떤가요 7
한국에서 정치하려면 무엇보다도 얼굴이 두꺼워야 할 것 같다. 나 같으면 쪽팔려서 못 살 것 같은데 그 사람들한테는 별로 데미지가 없나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텔레비전화면에 얼굴을 디미는 것 보면. 왠만한건 주변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덮어주니 정치인이 되기 전까지만 그 얼굴로 잘 버티면 된다. 정치인이 되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덮어주던 주변 사람들 한번에 쫙 땡겨주면 된다. 그리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사이좋게 잘 나눠먹으면 임기까지 탈없이 잘 지낼 수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의 공정한 관계는 무시되어도 되지만 그 안에서만큼은 공정함의 룰이 깨어져서는 안된다.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고 덮어주던 지들세계에서 한방에 훅 갈 일이 생기면 회생불능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훅 갈 일이 안에서가 아니라 바같에서 조장된 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 자리에 어떻게 올라갔는지, 그때 표 찍어줬던 국민들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밀어주고 땡겨주던 지들끼리 정한 후 당장 자리를 내놔버린다. 난 원래 이런자리 미련없었다는 듯이. 그리고는 몇달간 해외에 나가 있다가 에세이 한권 들고 다시 나타난다. 신간출간과 함께 미디어에 이름 석자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물론 새로 자리를 만들어 부르는 경우도 있지.

각종 유학사이트에 보면 비자가 안나와 다 준비한 유학을 포기하네 마네, 각종 위로와 팁들이 잔뜩 열거되는데 훅 가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비자 문제 같은 건 필요없나보다. 참 쉽게도 잘 나간다. 객원연구원, 객원교수 이름도 다들 그럴싸하다. (내가 이거 해봐서 잘 아는데) 영어로 Visiting Scholar, Visiting Researcher, Affiliated Researcher 등에 해당하는 포지션들로 사실 그냥 자리 fee만 주면 된다. 가서 연구를 하든 공부를 하든 그건 그 사람 몫이고, 학교에서는 돈 받고 영수증 발행해주면 소임 끝이다. 이걸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많이 웃기다. 학교에서는 도서관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고 담당교수와 자주 '디스커션'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도 바쁘고 그 사람도 바쁠 것 같아 아예 만날 시도도 잘 안하게 된다. 기간도 고무줄이라 애초에 정해진 날짜와 무관하게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내가 내 돈주고 저 포지션을 샀을 때 문제다. 그러나 저쪽 기관에서 초청해서 갈 때는 상황이 달라지는데 이때는 제공옵션이나 조건도 다르고 다녀오면 이력서도 쫌 폼난다. 그런데 훅간 사람들이 저쪽에서 초청해줄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나. 그러니 내 돈주고 갈 밖에. 앞으로는 객원연구원, 방문 학자, 이런 걸로 헷갈리지 말기를. 진짜 별것 아니다. 

이런 얘기로 흘러갈 건 아니었는데....서울시장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 보다가 문득 한국의 정치인사이클에 대해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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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이 블로그 처음 만든 게 일본유학 가기 며칠 전이었다. 얘기하다 친구가(@arapshow) 뚝딱뚝딱 만들어준 건데 그때 이런 거 안 만들었으면 책 출간으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잡지에 내 생각을 기고할 기회도 없었을 테고, 가끔 떠오르는 생각들 정리할 곳도 없었을 것이다. 

구글에서 티스토리로 옮겨오고 난 후 많을 때는 하루에 몇백명씩 방문하던 블로그였는데 정보의 질도 떨어지고, 업데이트도 잘 안하니 방문객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이제는 늘 오는 분들만 오는 것 같다. 이렇게 인기 없는 블로그를 바탕으로 책이 나왔는데, 요즘 내 블로그 방문객수처럼 판매가 영 쉬원찮은 것 같다.

블로그 관리해주는 친구한테 신간 <공부유랑>이 별로 잘 안나가는 것 같은데 링크 좀 걸어달라고 했더니 우렁각시처럼 블로그 여기저기 손을 많이 봐줬다. 자꾸 쓸데없는 메일이 와서 메일주소를 지웠었는데 이번엔 이미지로 새로 만들어줬다. 광고없는 블로그를 지향했는데 시덥잖은 철학은 이럴 때 맥을 못 추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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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사진출처: 학교 홈페이지

입학 후 줄곳 부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썼었는데 이번에 이사 온 집은 스튜디오 타입으로 부엌이 방안으로 들어와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시설도 전부 새것이다. 완전히 내방은 아니고 두달만 신세지기로 했다. 그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딱 마음에 든다. 비싼 대신 확실히 편하다.게다가 방이 남향이라 햇살이 방안 깊숙히 들어와 아주 좋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계속 살고 싶은 곳이다.  영국에서 사는 동안 몇번이나 더 이사를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환경은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전기청소기로 바닥 한번 쭉 뽑고, 에티오피아산 커피 한잔 마셨는데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다. 점심 먹고, 햇살 좋은 기념으로 자전거 타고 주변 한바퀴 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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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기숙사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 그사이 두번이나 이사를 했고 아직 한번을 남겨두고 있다. 문득 달력을 보니 영국에 도착한지 스무날이 지났다. 영국에 도착하고 며칠간은 아주 힘들었다. 에티오피아에 처음 간 것도 아닌데 이곳 생활에 집중이 안되었다.이런 것도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라고 해야하나. 몸을 바쁘게 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해 그동안 마음만 먹고 못가본 곳들 여행을 다녔다. 같은 과에 계신 분이 도착후 열흘간이나 공짜로 묵게 해주시면서 싸게 기차 타는 법은 물론  쉽게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루트를 많이 알려주셨다. 그 중 몇군데를 다녀왔다. 덕분에 영국에 대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었고, 영국이 좋아졌다. 에티오피아 가기 전까지만해도 영국의 부정적인 면만 보였는데 다녀오니 좋은 점이 많이 보여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워릭 (Warwick) 이라는 곳에서 다시 짐을 꾸려 엑시터에 왔는데 완연한 가을이다. 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지도교수는 앞으로 내가 보낼 1년에 대해 스케줄을 짜보자에서 시작해 이제 빨리 논문을 써야하지 않겠느냐며 슬슬 닥달을 하신다. 이번에 출간한 <공부유랑>에 선생님 얘기가 조금 소개되었다고 하자 한글이라도 괜찮으니 카피를 꼭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24시간 클래식을 들를 수 있는 라디오가 있고, 언제든 볼일 볼 수 있는 깨끗한 화장실이 가까이에 있고, 잘때 벼룩이나 빈대 걱정없이 잘 수 있어 너무 좋다. 이곳에서의 단점이라면 메일을 자주 체크해야하고, 바로바로 답장을 해줘야하는 것 정도.


사진설명: 
셰익스피어 생가가 있는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Stratford-upon-Avon)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무덤이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 있었다. 입장료가 있었지만 왠지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날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는 소식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더 들어가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스트랫포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가지가 부러질만큼 사과가 많이 달린 사과나무를 발견하고는 찰칵. 현 인류를 위해 엄청나게 큰 사과나무를 심고 떠난 잡스의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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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어제 기숙사 방에 있는 짐들 챙겨 연구실에 옮겨놓고나니 만사가 다 귀찮은게 그냥 쓰러져 자고 싶더라고요. 저녁도 안 먹고 그대로 잠들었는데  숙면 덕택인지 일어나니 얼굴 때깔이 달라졌더라고요. 이것 참 보여줄 수도 없고...

짐은 줄인다고 줄였는데 자료랑 책 때문인지 어깨에 져보니 제법 묵직하네요.  아무래도 10kg 좀 넘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배낭이 무거우면 여행하기 힘듭니다. 저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짐 맡겨주실 분이 계셔서 일단 도착 후 무거운 건 거기에 두고 지방으로 이동할 때는 가볍게 움직일 계획입니다. 단벌로 아주 거지같이 지내지 않을까 싶네요.

체크아웃한 후 기차 타러 갑니다.  6개월 일정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무사히 조사 잘 마칠 수 있도록 행운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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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아프리카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래저래 챙겨야할 게 많다. 그 중 빼놓지 말아야 할 게 바로 예방접종. 현지조사비 신청할 때만해도 한국에서 에티오피아 가던 생각을 해서 이 부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주 복잡했고 생각보다 비쌌다. 맞아야 할 주사도 많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지도교수가 돈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서 맞으라는 건 다 맞으라고 해서 다 맞았다.

아프리카지역으로 현지조사를 떠날 분들이 혹시 있을까 해서 필요한 내용 적는다. 에티오피아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대개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병원에 가면 일단 어느 지역에 가는지, 체류기간은 얼마인지, 과거 예방접종했던 내용들에 대해 상담을 하고,  거기서 작은 수첩(Vaccines Record Card)을 하나 만들어 줄 것이다.  여기에 하나씩 기록을 해나가며 예방접종을 하기 시작했다. 

황열병은 2006년에 접종을 했고, 유효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따로 맞지 않았다. 우선 B형간염에 관한 예방접종을 3주에 걸쳐 받았다. 가격은 60파운드. A형간염, 풍토병, 파상풍 관련해서 1회 접종했고, 무료였다. 광견병은 의무적인 건 아닌데 권해서 3회에 걸쳐 맞았고, 가격은 120파운드. 2월 11일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했는데 3월 24일에 다 끝났다. 중간에 한번도 맞으라는 날을 거른 적은 없었다. 처음에 B형간염만 오래 걸리는 줄 알고 그거 다 맞은 후 예방접종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광견병이 남아 있었다. 지인 하나가 현지에서 개에 물려 고생한 기억이 난 데다 병원에서 권해 맞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말라리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나 유명 관광지역만 돌아볼 경우 말라리아약은 해당사항이 없다. 에티오피아에 사는 지인들한테 물어봤는데 몇년씩 거기 살았고, 여행도 했지만 말라리아약을 먹어 본 적은 없다고 할 정도이다. 대개 2,000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이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에 갈 곳은 유명관광지도 아니고 시골인데다 의사가 꼭 먹어야한다고 해서 챙겨야 할 것 같다. 말라리아는 예방접종 주사가 따로 없고,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알약을 먹어야 한다. 말라리아약은 종류에 따라 복용방법이 조금 다르긴 한데 아주 위험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약일 경우, 다음과 같이 복용하면 된다. (doxycycline일 경우)
1. 해당지역으로 여행하기 이틀전부터 하루에 한알씩 복용
2. 도착후 해당지역에서 매일 한알씩 복용
3. 그곳을 떠난 후 28일간 복용 (7일간만 복용하는 약도 있는데 약값이 거의 두배 이상이다.)
말라리아약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없다. 영국에서는 Boots 같은 데서 처방전을 제시한 후 구입이 가능하고 인터넷에서 사면 많이 싼데 이때도 처방전에 적힌 코드가 필요하다. (탄자니아 지역 연구하는 영국 친구가 알려준 참고 사이트: http://www.chemistdirect.co.uk/malarone_v_4011.html) 효과가 거의 95% 이상이라고 하는 atovaquone의 경우 한알에 3.90파운드.  6개월을 험지만 돌 경우 말라리아약을 7개월분을 먹어줘야 하는데 가격이 영국에서 에티오피아 왕복 항공권 가격보다 비싸다. 난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해 바로 시골지역으로 떠날 계획이 아니라 현지에 가서 말라리아약을 구입할 예정이다. 알아보니 가격도 싼 것 같다. 말라리아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면 두통, 구토 등이 있다고 하고, 피부가 특히 예민해지기 때문에 햇빛아래서 피부관리를 잘해야한단다. 알콜이 들어가면 효과가 떨어진다는데 나한테는 별 해당사항 없고. 

이렇게 하면 예방접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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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작년 여름 한국에 가면 눈치료를 제대로 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비행기표를 끊기 전 문제가 생겨 영국에서 어쩔 수 없이 응급처치를 해야했다. 병원에 가기 전 혼자 바짝 쫄았는데 현재상태가 그리 심각한 게 아니니 다녀올 때까지 괜찮을 거라고 해서 일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갔다.  도착 후 바쁜 일들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귀국을 얼마 안 남겨놓고 안과에 들렀다. 의사한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모국어로 된 진찰결과를 속시원히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의사는 내가 자기 책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무슨 볼일을 보는지 나를 아는 척도 안하는 거였다. 급한 일도 없어 그냥 무작정 기다렸는데 한 20분쯤이 지났나 드디어 끝났는지 몸을 내쪽으로 돌리며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대뜸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내가 가끔 눈 주변에 뭐가 생겨서 불편한데 일본에서도, 영국에서도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왔다고 그랬다. 내 얘기를 들은 의사는 화장실 변기보다 더 더럽다는 키보드를 내가 본 것만해도 20분 넘게 주물럭거리던 그 손으로 예민하기 이를데 없는, 문제가 있다고 한 내 눈을 그냥 들여다 보는 거였다. 의사가 그렇게 개념이 없어서야 원. 거기다 한술 더떠 이런 건 병명이 이러저러한데 어떻게 넌 네 병명도 모르면서 의사를 찾아왔느냐고 언짢아했다. 아주 지랄이 풍년인 의사였다.

오늘 에티오피아 가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안과에 다녀왔다. 내 주치의가 이미 예약이 꽉차 돌봐 줄 수가 없다고 해서 응급센터를 찾았는데 의사가 엄청 친절해 까딱 잘못했다가는 그 앞에서 울 뻔했다. 손을 수시로 닦는 건 물론이요 허리춤에는 아예 손세정제가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영국에서 만나는 오랜만의 친절이었다.

영국은 알다시피 의료비가 무료이다. 대신에 많이 기다려야한다. 2009년 10월에 영국에 도착해 뭐가뭔지 정신도 못차리다가 생활에 적응할 때쯤 눈이 다시 불편해져 학교 구내병원을 찾았다. 접수창구의 아줌마는 당장 거기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후보 안과 리스트를 내 주소로 보낼 테니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리스트는 빨리 오지 않았다. 후보 안과 리스트를 받은 후 그 중의 한 병원에 연락해 내가 직접 예약을 했다. 안과에서는 언제까지 어디로 오고 못 올 경우 꼭 취소를 하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내게 보내줬다. 그걸 들고 병원에 가야했다.

연말쯤 학교 구내병원을 처음 찾았고, 그 사이 긴 겨울 방학/휴가가 있었고,  예약에 필요한 서류들을 기다려야했고, 예약후 내가 최종적으로 병원에 간 게 작년 4월이었다. 응급환자는 병 때문이 아니라 기다리다 지쳐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과의 내 주치의(영국에 머무는 동안 눈에 관한한 이 사람이 내 담당이다. 어느 병원에서 검색해도 이 사람 이름이 뜨고, 이 사람이 그동안 치료한 내역을 다른 의사가 볼 수 있었다.) 는 영 익숙해지기 힘든 스코틀랜드 악센트의 영어를 구사하며 내가 그 사람 말에 집중을 못하게 하는 것 빼고는 한마디로 무난한 의사 선생님이었다. 무뚝뚝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더 힘드니 그런 건 흠도 아니었다. 치료 후에 처방전을 들고 아무 약국에나 가 NUS (National Union of Students)가 적힌 학생증을 제시하면 약도 공짜였다. 오래 기다려야했지만 나같은 가난한 유학생들한테는 이만저만 고마운 일이 아닌 영국의 의료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1월말쯤 다시 안과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상담창구에 전화를 했다. 지금 예약을 해야 적어도 3월쯤 치료를 받고 그 후에 에티오피아를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미 4월까지 예약이 꽉차 있으니 응급센터를 찾아가라고 했다. 응급센터는 숨넘어가는 사람만 가는 곳인줄 알았는데 나도 해당되느냐고 했더니 그게 현재로서는 제일 좋은 방법이고 거긴 예약이 필요없다고 했다. 기다릴 필요없이 가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가서 바로 치료를 못 받으면 어쩌나 하는 스트레스를 거의 두달 동안 받았다. 그러다  결국 도저히 못 버티고 오늘 다녀왔다. 전부 기우였다.

응급센터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앉아 있었더니 간호사 하나가 와서 뭐 때문에 왔느냐고 물은 후 바로 안과 의사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사정이 다급하면 이런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담당 의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 치료받은 후 당분간은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것 같지 않은데 왜 오늘 응급센터에 왔느냐고 해서 곧 현지조사를 떠나 당분간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했더니, 어디로 가느냐, 무슨 공부 하느냐, 재미있겠다, 이 병원의 의사 하나도 지금 에티오피아에 파견나가 있는데, 하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듯이 해줬다. 검사하는 내내 생글생글 웃어줘서 기분이 좋았는데 치료가 다 끝난 후 네가 하는 여행에 행운을 빈다고 격려까지 해준 덕분에 집에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완전 봄이었다. 몇달 눈 때문에 영 찜찜했는데 오늘은 잠을 아주 잘 잘 것 같다.
 


 
Posted by 윤오순
한국은 요즘 '정의'가 난리인가보다. 교수들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렵다는 출판계의 통설을 깨고,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직도 대박행진중인 것 같다. 막 불기 시작한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때문인지, 정의가 실종된 한국사회에 다들 염증을 느껴서인지 바깥에 있는 나로서는 자세히 알길이 없지만 좋은 조짐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지조사 가기 전에 연구윤리에 관한 서약 비슷한 걸 하고 떠나야 한다. 일본에서는 너무 당연한 거라서 이런 교육을 안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지도교수도 신신당부를 하고, 연구과에서도 서식같은 걸 작성하라고 보내줬다. 학교안에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 현지에서 연구윤리에 관해 헷갈리는 상황을 만나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도 따로 줬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하고나서 인터뷰 내용을 악의적으로 연구에 이용해서는 안되며, 누구인지 바로 추적이 가능한 개인정보를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등등 조항이 많다. 기자들이 이런 윤리를 잘 어기는데 연구자들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것 보면 연구자들도 그러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리부터 이렇게 주입을 시키는 게 아닐까? 인터뷰를 위해 나는 조사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고,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의 그들에 대한 개인정보나 데이터를 처리할 때 주의를 해야하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한 순간의 그릇된 판단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니 마음 단속을 잘할 일이다.

<차마고도>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제2편에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의 길을 떠나는 티베트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체투지란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절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땅에 엎드리기 전에 박수를 세번 친다. 자신의 몸과 마음과 말을 전부 부처님께 바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상을 통해 이들의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인상적이었던 게 담장같은 장해물을 넘어야 할 때 다들 절을 몇 번 더 하는 장면이다. 도저히 엎드려 걸어가지 못한만큼 미리 절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개울이 나오면 개울의 폭만큼 미리 절을 하고 건너는 식이다. 순례자들이 혼자 지키는 이런 마음이 우리 사회에도 공유된다면 '정의' '윤리' '공정' '착한소비' 이런 구호는 더이상 필요하지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윤오순
친구들 블로그 한바퀴 돌고 오는데 요즘 다들 트위터 하느라 여유가 없는지 저처럼 방치해놓은 블로그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제대로 자극받아 오늘 오랜만에 업데이트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엑시터에서 차로 한시간 반정도 거리에 있는 Paignton Zoo에 다녀왔습니다. 학부생들 현지조사연습 수업에 보조로 따라가게 되었는데 교수님이 애들 신경쓰지말고 동물원 구경 실컷 하라고 해서 정말 실컷 하고 왔습니다. 늘 학교 안에서만 꼼지락대다가 오랜만에 그것도 밖에서 계획에도 없던 행군을 한 탓인지 다음날 입술이 다 부르텄더라고요. 

동물원이 처음 만들어진 나라는 독일이지만 일반인들에게 동물원이 처음 공개된 곳도, '동물원(zoo)'이라는 말이 유래한 곳도 영국이라는 사실 아시는지요. 자, 그럼 영국동물원 사진 나갑니다.


 동물원 입구 모습입니다.

표지판들이 아주 인상적이라서 많이 찍었는데 다는 못 올리고 맛보기로 한장 올립니다.

홍학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처음 보는 거라서요. 동물원 안의 숲도 울창하고 전반적으로 축축한 분위기가 아마존 정글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부엉이 정면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다시 찾아보니 안 보이네요.

사자를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하품을 '쩌억'하는 장면이 나름 멋지더라고요. 또 한번 해줄까 계속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다시 안 보여주더라고요. 포기했죠.

호랑이, 다들 잘 아시죠? ^^ 실제로 보니 사이즈가 큰 고양이 같더군요. 어디가 고향인지 메모를 한 것 같은데 못 찾겠네요.

관람열차가 다니는 레일입니다.


요게 관람열차입니다.

원숭이는 종류가 너무 많아 뭐가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요건 동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

살짝 보이는 엉덩이 정말 빨갛죠? 이를 잡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한국 동물원에는 대개 귀가 작은 아시아산 코끼리가 많을 겁니다. 요건 귀가 넓고 큰 아프리카산 코끼리.


내 친구가 좋아하는 기린들. 어디서 왔는지 까먹었습니다.


사람들이 동물들을 구경하는 밖은 친동물적인 환경인데 사람들이 떠난 후 기린들, 코끼리들은 이런 곳으로 돌아와 지낸다고 하네요. 마음이 아프죠? 

낙타, 물론 있더라고요. 아주 찐한 장면 연출중입니다. 그 이후 사진도 있는데 19금입니다.

저 멀리 쿠바에서 온 악어입니다. 영국내 쿠바산 악어가 있는 곳은 이 동물원 뿐이라네요.

자이언트 거북이들. 등에 상처가 났는데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여러 마리가 숨도 안쉬는 것처럼하고 저렇게 모여 있는데 살아있는 동물이란 생각이 안 들더군요.

꼬리 펼때까지 기다리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펴려고 폼만 잡으면 사람들 환호성이 들려서 그런지 꼬리를 활짝 편 모습은 끝까지 안 보여주더라고요.

동물원이 무지 넓었는데 안내표지판을 쉽게 만들어놔서 헷갈릴 일이 없었습니다. 

요런 식으로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간판 아래 적힌 사이트에 들어가 보세요.

비가 살짝 내렸는데 산책하기 딱 좋았습니다. 아이들한테 인기있는 구역 몇 군데 말고는 전부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이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죠? 내 친구 아들도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만화 주인공인가요?

이렇게  지칠 정도로 빨빨대고 열심히 다녔는데 전부 구경은 못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동물들이 많아 신기해하며 호기심천국 소녀처럼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긴 했지만 인간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야성'을 인위적으로 제거한 야생동물 천국에서 야성을 즐기다 온 사람으로서 느낀 일종의 죄책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블로그 시작하고 이렇게 많은 사진을 올려보긴 처음입니다. 겨울 내내 방치했던 블로그인데도 매일 꾸준히 오셨던 스물 몇 분을 위해 오늘 기꺼이 시간냈습니다.  그 분들이 누구인지 몹시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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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다음은 어떤 기자가 서울의 한 식당을 소개하는 대목인데 읽다가 어이가 없어 여기에 적는다.
사진작가 출신의 젊은 주인이 여자 친구인 셰프와 함께 꾸려가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테라스에서 즐기는 이탤리언 런치와 디너는 로맨틱하면서도 정겹다. 이곳 역시 패션 피플들의 아지트로, 서울의 트렌드세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추천 메뉴는 아라비아타 파스타와 안초비 오일 파스타.
나도 글을 쓰다 혹은 대화를 하다 적절한 한국어가 생각안나 대충 넘어갈 때가 있긴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까칠한 건가. 우리말로 바꾸면 촌스러울까봐 그런건지 아니면 적절한 우리말 표현을 몰라 바꿀 수가 없어서 그런 건지 내 잘 모르겠지만 기자가 게으른 사람인 건 확실하다. 

이 식당 가고 싶은가요?  

내 엄마한테는 아무래도 소개하기 힘든 식당이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