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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9 통쾌한 한판승 6
  2. 2008.07.28 내 그럴 줄 알았다 15
  3. 2008.07.26 북경올림픽에 거는 기대 2
  4. 2008.07.18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작품 10
  5. 2008.07.10 대한민국 화이팅!! 1
  6. 2008.07.05 일본에는 왜 병신이 많은가 5
  7. 2008.06.16 예정에 없던 파티 15
  8. 2008.06.03 머피의 법칙(Murphy's Law) 6
  9. 2008.06.01 5월의 킨카쿠지(金閣寺) 2
  10. 2008.05.31 2008년 5월을 보내며 5
최민호가 드디어 금메달을 땄다. 아주 통쾌하게 한판승으로 이겼다. 결승까지 한판승으로 이기며 올라왔다는데 그건 TV에서 안 보여줘 모르곘다. 상대가 60kg급으로는 세계 1위 선수라는데 그냥 들어 메다 꽂아버렸다. 승리를 확정짓고 엎드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애띤 얼굴의 최민호 선수가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뭐 요즘 시원한 일이 어디 있나. 장하다, 대한의 건아!!

어제 기숙사 사무실의 라운지에 유학생들이 모여 올림픽 개막식을 함께 봤다. 프로젝터를 벽에 쏴서 좀 큰 화면으로 봤는데 중국인 유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한민국이 입장할 때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냈지만 아프리카 선수들이 입장할 때도 환호를 날려줬다. 작년 이맘때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이후 거의 1년만에 보는 국제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인지라 기대를 잔뜩 안고 마지막 성화 주자 리닝에 의해 성화가 점화될 때까지 스크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장이모의 스케일 큰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개막식 공연은 별로 감흥이 오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는 빨랑 다음을 보여줘, 를 외치고 있었다. 독주회 하면 딱 좋을 무대에서 풀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까지 들었다. 돈도 많이 썼다고 그러더만 와우, 할 만한 크리에이티브한 건 별로 없었다. 인구 5만, 6만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은 메인스타디움에 모인 관중 수와 운동장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무용수들의 수에 우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개막식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이 자랑하는 인해전술로 그~~냥 밀어부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참가 선수가 달랑 하나, 혹은 두 셋인 나라가 등장하면 무조건 유학생들로부터 박수를 유도하며 환호를 세게 날려줬다.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갔을 때 그곳엔 분명 '평화'가 있었다. 그러나 60여 년 전 거기가 왜 참혹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알 수가 없었다. 어제 북경의 올림픽 주경기장에도 '평화'는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평화는 아니었다. 개막식에서 미국의 성조기 기수는 수단의 다르푸르 출신의 난민이었다. 티벳이나 위구르의 소수민족(이 표현은 말도 안된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전국토의 1/6을 점하고 있는데 어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소수민족인가?)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이다. 그 모든 사태의 중심에 중국이 있지만 개막식 어디에서도 그런 메시지는 읽어낼 수 없었다. 중국국기가 소수민족 어린이들 손에서 로보트 같은 군인들 손에 넘겨지는 것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세계는 하나'라고 하지만 제 29회 북경올림픽 개막식에도 여전히 네셔널리즘은 존재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 이 소리만 나와도 벌써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1988년부터 올림픽 개막공연을 쭈~~욱 봐주고 있는데 올림픽 주제가는 누가 뭐래도 그룹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베스트인 것 같다. (어제 사라브라이트만은 왜 등장했대?) 정적 속에 지구 이미지를 표현한 건 뭐니뭐니해도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아이디어라고 하는 그 굴렁쇠와 소년. 파워풀한 태권도 퍼포먼스가 끝나고 갑자기 운동장이 조용해진 후 등장한 굴렁쇠 소년 윤태웅 군. 지구와 관련된 건 운동장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 메시지의 울림은 무우척이나 크고 강했다. 어제 리닝이 성화를 손에 들고 줄에 메달려 유영한 것 보다, 땅 속에서 지구가 솟아 오른 것 보다 훨~~씬 더. 당시 한국에 맥도널드가 딱 하나밖에 없었다는 데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던 시절에 어떻게 그런 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어제는 올림픽 주제가도 시시했고, 심하게 넘치는 디지털 기술과 무조건 인해전술로 밀어부치는 매 씬에 눈도 쉬 지쳐버려 경기까지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최민호가 유도에서 따낸 금메달로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조금 증폭됐다. 나의 아조 뜨거운 여름은 올림픽과 함께 흘러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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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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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뜨뜻미지근하게 처리하더니 결국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분류가 됐나보다. 21세기에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가만히 앉아 요렇게 당해야 하냐고. 국민세금으로 월급 타가는 넘들 다 반납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왜 미국한테만 독도가 우리 땅임을 인정받아야하는 지도 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날도 더워죽겠고만 제 할일 안하고 삽질만하는 넘들 생각하면 부하가 치민다.
 
교토에 가면 우리나라 서울의 한강처럼 '가모가와'라는 도심을 흐르는 강이 있다. 강변에는 늘 데이트하는 커플로 넘치는데 가만히 보면 참 웃긴게 누가 시키지않았는데도 다들 줄과 간격을 딱 맞춰 앉아 연애질을 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1m 간격으로 앉기 시작하면 그 옆 커플도 적당히 1m 정도 떼어 앉는 식이다. 더 이상 1m로 앉지 못할만큼 수가 많아지면 그 다음 커플들은 1m 사이의 중간인 50m 정도에 자리를 잡는다. 이렇듯 남을 불편하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몸에 배어있는 민족이 일본이다. 이런 사람들이 때되면 한번씩 독도 관련 망언을 날리는 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하는 거다. 이제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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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기무치가 된 지 오래다. 기숙사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독일, 중국 애들 다들 수퍼에서 '기무치' 사다가 먹는다. 난 달고 영 맛 없어 못 먹겠는데 애들은 조금 맵지만 맛있단다. 기숙사로 이사와 처음에 냉장고 열어보고 김치통이 한 두개가 아닌 거 보고 놀랐다. 비빔밥도 건강식품으로 이곳에서 아주 인기다. 웃긴 건 비빔밥 재료가 식당마다 거의 다 똑같다는 거다. 우리는 남은 반찬 때려넣고 고추장 넣고 슥슥 비비면 그게 비빔밥인데 일본에서는 비빔밥의 위상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최근에는 덮밥(일본에서는 '돔부리'라고 함)에 일본식 재료를 넣고 고추장을 가미한 '무슨무슨 비빔밥 돔부리'도 식당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뭔가 표준화하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서 들여 온 음식들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표준화해서 지들 걸로 만들어 재포장해 팔고 있다. 표준화가 되면 이곳이 아닌 저곳에서도 만들 수가 있다는 거 당연하지 않은가.

일본의 한국음식점에서는 고기를 구워먹든 찌개를 심하게 끓여먹든 다 먹고 나도 냄새가 안난다. 종로에서 삼겹살에 술 한 잔하고 마지막 전철타고 돌아올 때 차 안에서 그날 먹은 음식 냄새로 구역질 경험할 때 없으셨는지. 일본놈들은 참, 같은 한국음식인데도 무슨 처리를 했길래 식당에 오래 앉아 있어도 옷에 냄새도 안배고, 불고기든 비빔밥이든 서민음식이 아닌 고급음식으로 둔갑을 시켜버리지?

사실 일본에 오리지널이 어디 있냐. 다 베껴다 지들 걸로 만든 게 대부분이지. 한자로 지금 히라가나 가타가나 만들었지, 기모노도 뭐 지들 거냐. 차도(티 세레모니)는 어떻고. 스모는. 지금 전세계에 일본 아이콘으로 강력하게 부상한 것들 중 오리지널이 뭐가 있냐. 그치만 배 아프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이제 곧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될 날 얼마 안남았다. 대한민국 심하게 정신차려야 한다.

주변 섬 이제 다들 지네 거라고 하고 있는데 우린 왜 아직도 당사자인 일본이랑 직접 대화할 생각안하고 미국 눈치를 보고있고, 미국에다가 독도가 우리 땅 아니냐고 묻고 있느냐 말이다. 외교부에서 미국에다 물어보려고 했는데 주말이라 근무안한다고 그랬단다.

사진출처:
1. 독도: http://sports.chosun.com/news/entertainment/200807/20080716/87p75106_2.jpg
2. 가모가와: http://allabout.co.jp/travel/travelkyoto/closeup/CU20030504A/kam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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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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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교실에 걸린 세계지도에 한국은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세상의 중심. 일본에서 만난 세계지도에는 물론 일본이 세상의 중심이다. 미국의 세계지도에는 당근, 미국이 중심이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쪼개는 일을 불사하고 미국은 그렇게 세상의 중심에 미국을 놓는다. 지도를 뒤집어 세계의 꼭대기는 지네들이라고 우기는 나라도 있다. 뉴질랜드다. 그런데 '세상의 중심'이라는 게 존재하나? 지구, 둥글지 않은가?

개발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난 '지구인'으로 살기로 마음 먹었다. '세계시민'이라는 말도 있지만 난 '지구인'이라는 말이 더 좋다. 그러나 가끔은 내가 '지구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임을 꼭 내세워야 할 때가 있는데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 쪽팔린다.

일본에서 국제개발 공부를 시작하고 이제 3학기가 지났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됐지만, 이 분야에서 한국은 OECD 가입국에 올림픽, 월드컵을 치른 선진국이 아니라 가버넌스가 건전하지 못하고, 개발독재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아시아의 '후진'(굳이 거칠게 번역하자면) 나라들로 분류된다. 어떤 자료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런 나라들과 동급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외국에 나갈 일이 많은데 출발 전에 꼭 챙기는 게 있다. 인사동표 기념품 이외에 한국문화 홍보 관련 각종 인쇄물들이다. 최근에는 강원도 화천 관련 홍보물이 추가됐지만 가방 짐의 10% 정도는 항상 이런 홍보자료들로 채워진다.

가수 김장훈이 대한민국 홍보에 목숨 건다는 '반크'와 근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관련 홍보물을 공짜로 나눠준다고 해서 해당 사이트에 가봤다. 그럼 그렇지. 외국에 있는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는단다. 한국에 있는 사람한테 홍보물을 받으라고 해서 그걸 다시 해외에 있는 내가 받아서 사용하란다. 무슨 그런 반쪽 프로젝트를 대단한 일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지.  

국정홍보처에서 한국메신저가 됩시다, 뭐 이런 비슷한 이름의 이벤트(?)를 진행한 적 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들이 국정홍보처에 연락을 하면 한국관련 홍보물을 받을 수 있고, 그걸로 한국을 잘 알려라, 라고 요란하게 떠든 그런 이벤트다. 배를 타고 중국에 간 적이 있는데 나도 좀 필요하니 달라고 연락을 했더니 비행기 이용하는 한국 사람들한테만 나눠 준단다. 그런 반쪽 이벤트를 기획한 건 누구고 결재한 인간은 누군지 궁금하다.

국론이 분열되어 있어서 그런지 요즘 부쩍 대.한.민.국.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이제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나이스샷'을 날려줄 박세리도 안 보이고, 금반지 빼서 나라 살리는 데 보태라고 할 사람들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독도'도 약발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무엇이 작금의 목표 잃은 한국을 하나되게 할 수 있을까. 북경올림픽, 함 기다려봐?

사진출처: http://www.pressian.com/images/2007/10/24/60071023174847%5B2%5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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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다시 아라비아 왕자 이야기다. 비자 때문에 런던에 못간 것에 대한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회복이 안된 것 같다. 자라면서 적당히 깨지고 실패도 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아마도 그런 경험이 없는 거 아닌가 싶다.

이 친구 현재 신분은 학생이지만 프로 음악가이다. 그러나 장래의 꿈은 작가란다. 아버지는 그 나라에서 발표만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리'는 유명 작가시란다. 반체제 인사라서 '학교'도 여러번 들락날락하셨던 것 같다. 발표된 작품은 전부 단편 소설이며 테마와 묘사가 아주 독특하다는데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친구의 장래 목표 중에 하나가 아버지의 작품을 자기가 구사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란다. 지난 방학에는 일본어로 작품 하나를 번역해 선물했단다. 멋진 친구 같으니라고.

그 친구가 뜬금없이 한국 대표작가의 문학작품 중 영어나 아랍어로 번역된 게 있으면 소개시켜 달란다. 음~~정말 한참을 고민한 후 그냥 "없어."라고 그랬다. 사실 없지는 않지. 자랑할만한 게 없어서 그렇지. 외수샘 작품 중에 <벽오금학도>나 <들개>, <꿈꾸는 식물> 같은 건 소개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번역된 게 없다. 누가 번역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선생님의 최근 작품 <하악하악>의 한 구절이 배달되어 그걸 일본어로 번역한 적이 있다. 음식과 사람의 익음 정도를 발효와 부패로 표현한 부분인데 책 전체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내 일본어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책 제목인 '하악하악'이란 말을 맛깔스럽게 번역하는 데 실패해 결국 관둬버렸다.

<토지>, <태백산맥>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사실 그 책은 여러 나라 말로 번역이 되어 있다. 그러나 번역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니 한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게 아니라 출판시기를 맞춰야 해서 여러사람이 쪼개서 번역을 했단다. 안봐도 그림 나온다. 이런 책을 어떻게 소개해주나. 쪽팔리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런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표현이 풍부해 외국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는 있어도 한국어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건 세상의 모든 언어에 해당되는 말이지 한국어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은 지들 말로 다른 건 번역할 수 있어도 일본어 작품이 외국어로 제대로 번역되기는 힘들단다. 아라비아 왕자도 그 말에 동의한단다. 결국 그 언어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번역에 대해 쉽게 한 말에 불과하다.

그렇게 불가능해보이는 언어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바로 번역자이다. 우리나라는 연구자가 오랜시간 공들여 번역을 해도 그걸 연구업적으로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자들도 그렇고 번역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이 원서로 작품을 읽어 이해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의 낭비는 결국 국력의 손실이기도 하다. 규장각에 얼마나 많은 고전들이 먼지 속에 번역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가. 국문과 졸업해서 다들 방송작가나 PD만 되려고 하니 우리가 제목이랑 작가만 아는 고전들이 언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겠나.

대산문화재단 같은데서 번역관련 사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택도 없다. 일본은 공영방송 NHK에서도 일본문화 소개관련 번역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공영방송 KBS는 직원 규모만 NHK와 맞먹지 다큐멘터리며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 등, 뭐 하나 맘먹고 맞짱 뜰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빈틈이 많아 언제 문화강국이 되겠냐고. 독도 문제로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대통령은 일본의 에너지 절약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고 뜬금이 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스피치를 날려 주셨다.(참고로, 한국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콘 온도를 24도에 맞추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본은 28도로 맞추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온도조절 스위치 옆에 28도라고 크게 인쇄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거 나도 명박스러운 거 아닌지 원.)

나는 한국이 문화강국이 되는 그 때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 날이 오면 일본에서 독도에 관해 기침 한번 했다고 온 국민이 독감에 걸려 열을 펄펄 끓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수한 한국문화가 자꾸 발굴 소개되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가져가는 사람들이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말이 길어졌다. 우리 말의 글맛과 글결을 잘 살려 영어 혹은 아랍어로 번역된 '문학'작품 알고 계시면 코멘트에 소개 부탁드린다. 아랍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 작품만이라도 좋다. 중동에 우리 문학작품 함 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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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내가 아라비아 왕자라고 부르는 친구가 런던으로 학회 발표를 간다고 해서 호스트 패밀리 아줌마네 가족과 근사하게 저녁까지 먹어준 게 한 보름 전이었다. 발표를 잘 끝내고 왔는지, 런던의 바람은 어떤지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아라비아 왕자를 만났는데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여독이 안 풀려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게 왠걸, 아예 못갔단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래. 지네 나라에서는 하루면 나오는 비자가 이곳에서 서류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며 무우척이나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바쁜 학생을 그렇게 피곤하게 했으면 발표에 차질없이 비자를 내줘야지. 히토쓰바시대학이 보증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는 출발하는 당일까지 나오지 않았단다.무지하게 싼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자랑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나원. 그 학회는 3년에 한번 돌아온다던 데 내가 생각해도 좀 아깝다.

이번달 7일부터 9일까지 홋가이도의 도야코에서 열린 G8정상회담으로 말들이 무성하다. 아프리카의 빈곤삭감을 논한다면서 그 정상들의 하룻밤 숙박료가 1,400만원이 넘는단다. 그 돈 모아서 중국 스촨성 지진피해 복구하는 데 보태라고 보냈으면 선진국 정상으로서 체면도 서고 좀 좋아. 인간들 하는 일이라는 게 참. 시위에 대한 우려때문인지 우리나라 농민단체 19명은 삿뽀로의 치토세 공항에서 입국도 못하고 되돌려보내졌단다. 울 학교 학생 하나가 통역을 부탁하고 왜 연락이 안 오는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그런 사연 때문인가보다.

사실 회담이 개최된 곳은 홋가이도인데 개최기간 내내 도쿄가 더 난리였다. 지난 번 회담 때 런던에서 일어난 테러에 대한 공포때문인지 신주쿠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운타운에서는 감식견들이 쉴새 없이 돌아다니고, 아~~주 볼 만했다. 아라비아 왕자는 한편의 서커스를 보는 것 같다고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혹시 비자가 안 나왔던 게 그 친구의 현재 때문이 아닌 태생 때문인가? 아랍=테러.

오늘 운동하면서 김상이 그런다. 조선족이기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 한 쪽의 국적을 택할 수 있지만 갈등이 된다고. 한국국적도 매력이 있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중국국적을 포기하기도 힘들단다. 김상이 말하는 한국국적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비자'다. 180일 이내는 어디든 비자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많아 부럽기조차 하단다. 미국도 비자없이 1개월 정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까 정말이냐며 놀라워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요즘 대통령이고 정치인이고 그쪽으로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자체에 실망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외수 선생님이 어느 방송 프로에서도 말씀하셨지만, 나도 정치에는 희망을 걸 생각이 없지만 내 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밖에 나오면 꼭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내 나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혹시 품질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상품 어딘가에서 Korea를 발견하고 가슴 뜨거워진 경험 있으신지.

촛불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난 항상 대한민국 편이고 대한민국이 어디서든 화이팅 해주기를 바라는 한국 사람이다. 뭐, 꼭 비자없이 여행 갈 수 있는 나라가 많아서도 아니고, 비자 못 받아서 학회에 못 가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이 중국 옆에 있는 나라 혹은 일본 옆에 있는 나라로 구질구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Korea하면 한번에 화~~악 알아봐 주는 나라가 빨랑 됐으면 좋겠다. 바람이라면 대통령이고 정치가고, 그리고 공항에서도 훌륭한 일 하라고 길도 따로 만들어 편의를 봐주는 외교관들이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고 best Korea 만들기에 주력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거 하기도 바쁠 텐데 왜 오늘도 삽질들을 하고 있는지 원.
Posted by 윤오순
작년엔 장마 내내 참 구질구질했었는데 올해는 학교가는 낮이 아닌 밤에 푸짐하게 비가 내려줘서 장마인 줄도 모르겠다. 오늘도 낮엔 뜨거웠는데 벌써 천둥 번개를 동반하고 한번 쏟아졌다. 덕분에(?) 운동장 도는 건 쉬기로 했다.

운동할 시간을 영 못냈었는데 옆방의 김상이 혼자 운동하기 심심하니 같이 하자고 해서 요즘 밤마다 몇 바퀴씩 돌고 있다. 격하게 뛰는 게 아니라 조금 빨리 걷는 정도의 운동이라 몸에 부담도 없고, 땀 흘리고 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대화는 중국어로 하기로해서 나한테는 1석 몇조는 되는 운동이다.

유학생이 되면 나이가 많고적고를 떠나 자국에서보다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생활은 아주 단조로워진다. 집과 학교만 왕복여행 하다보면 예정에 없던 약속 같은 게 반가운 게 아니라 귀찮아진다. 연구실에 있다보면 누구와 대화할 시간도 없고, 그래서 그런가 7년, 8년씩 유학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본어가 생각했던 것만큼 유창하지가 않아 처음에 좀 놀랐다. 나도 그 길을 지금 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심심한 유학생활에 그 나마 위안이라면 김상을 만났다는 거다. 심양 출신의 조선족으로 마음이 참 따뜻한 친구다. 옆 방에 살면서도 자주 얘기할 시간은 없지만 요즘은 운동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김상이 일본에 와서 가장 놀란 게 일본엔 왜그리 '병신(김상 표현)'이 많은가, 였단다.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장애인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일본에 와서는 장애인 보는 일이 어렵지가 않아 궁금하다며, 덧붙여 한국은 어떠냐고 묻는 게 아닌가. 음...한국은 전철만 타도 장애인 구경하기 어렵진 않지. 진짜 장애인인지 구분을 못해서 그렇지. 하지만 장애인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에는 아직은 장벽이 좀 많지, 라고 대답해줬다.

일본에서 장애인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인프라의 차이인 것 같다. 장애인이 바깥에 나와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설비가 '비교적'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전철역에서는 일본도 우리처럼 '전철과 승강장 사이가 넓기 때문'에 장애인이 탈 때도 승무원이 도와주고 내릴 때도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는 승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처럼 휠체어가 계단을 내려올 때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따위의 모멸감 느끼기 딱 좋을 음악 같은 건 안 나온다. 장애인이 있건없건 그게 의무인지 건물에는 계단 이외에 슬로프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올해 학부 신입생 중에 장애인이 한명 있었는 데 학교 모든 건물에 슬로프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에 놀랐다. 도쿄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장이라고 자랑하는 산토리 홀에는 맹도견의 배변을 위한 시설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장애인 관련 시설에 관심이 많아 일본인들을 만날 때 조금 배아픈 심정을 드러내면, 마치 짠 것처럼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럼 한국은 뭐고, 곧 올림픽을 개최할 중국은 뭐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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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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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온 황상이 나를 위해 오늘 저녁 이런 음식을 준비했다.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를 닮은 음식인데 맛도 썩 괜찮았다. 기름이 좀 많았지만. 얇게 부쳐낸 튀김옷 안에는 버섯, 돼지고기, 이런저런 야채가 가득 들어있었다.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먹을만했다. 튀김을 야채에 싸서 특별하게 만든 소스를 뿌려 먹는다. 베트남의 전통음식에는 누들과 스프링롤, 그리고 이런 음식이 있단다. 요리 이름을 알려줬는데 부엌에서 방으로 오면서 벌써 까먹었다.

내가 사는 라인에는 끝에서부터 중국(천진),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심양), 중국(광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북경), 라오스에서 온 친구들이 산다. 반대쪽에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독일 등등에서 온 친구들이 사는데 아시아가 압도적으로 많아 식사시간 되면 냄새가 아주 장난이 아니다. 주식이 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반찬이 다 제각각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먹어보라고 해서 냉큼 먹어봤다가 냄새와 독특한 맛에 하루종일 고생하는 날도 있지만.

내쪽 라인은 전부 대학원생들이라 다들 여유가 없어 키친에서 식사를 만들고 먹는 시간 말고는 같이 시간 보낼 일이 없다. 아시아인들 특징인지 우리 층은 파티도 거의 없어 늘 조용한 편인데 오늘 황상이 준비한 음식으로 졸지에 조촐한 파티를 하게 됐다.

황상은 논문을 끝내고 8월이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요즘 아쉬워서인지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를 입어보라고 건내지를 않나 하노이에 오면 안내를 할 테니 꼭 오라는 얘기를 볼 때마다 한다. 오늘 음식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배부른데 이걸로는 약하니 떠나기 전에 떡하니 한번 차릴 테니 기대하란다.

나도 빨랑 논문쓰고 애들 불러 한국 음식으로 파티하고 싶다. 내년 봄에는 그럴 수 있으려나.
Posted by 윤오순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더니 정말 하루종일 비가 쏟아졌다. 예년에 비해 20일 정도 먼저 찾아오는 거란다. 작년에도 이맘쯤이었던 거 같은데 아니었나.

일본에서는 장마를 梅雨(바이우 혹은 쯔유)라고 부른다. 쯔유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여러가지다. 이 시기에 곰팡이(黴, 일본어로 '카비')가 생기기 쉽다고 해서 바이우(黴雨)라고 불렀다는데 같은 발음의 쯔유 혹은 바이우(梅雨)로 전이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이 시기에 매실이 잘 여물어서 梅雨(쯔유)라고 불렀다는 설. 또 하나는 이 때가 되면 매일(毎日) 비가 오기 때문에 매일의 '매(毎)'대신 매화의 '매(梅)'를 썼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비가 배(倍, 일본어로는 바이)는 더 오기 때문에 倍雨(바이우)라는 설이 있다. 결론은 비가 무지하게 많이 온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로 들어서는 것을 梅雨入り(入梅), 장마가 끝나 여름으로 들어서는 것을 梅雨明け(出梅)라고 부른다. (일본어판 위키피디아 http://ja.wikipedia.org/wiki/%E6%A2%85%E9%9B%A8)

몸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쯔유가 시작되어 당분간은 자전거가 아닌 전철로 통학해야 한다. 시골이라서 전철의 배차 시간이 한 시간에 넉대 정도다. 전철은 딱 6분을 타는데 그 짧은 와중에 한 번을 갈아타야 한다. 기숙사에서 역까지 걸어서 10분, 역에서 학교까지 다시 걸어서 10분 정도 가야한다. 시간표를 보고 나갔는데 중간에 딴짓하다 전철을 하나 놓쳤다. 15분을 기다려야했다. 오늘 치료 받으러 오라고 해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급한 일 때문에 휴진이란다. 병원이 건물 6층에 있어 내려오는데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학교까지 가는데 신호등이 그렇게 많은 줄 오늘 첨 알았다. 다 빨간불이고, 애들이 왜 그 시간에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지, 내가 무단횡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시간 잘 지키기로 소문난 지도교수 수업 시간인데 별 쓸데없는 이슈로 무려 한 시간 반을 오버해버렸다. 연속 4시간 강의에 오버까지 해버리니 의자에만 앉아있는 데도 그냥 지친다. 학교 식당도 이미 문을 닫아버려 전철타고 집에 오는데 아주 슬펐다.





Posted by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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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킨카쿠지(金閣寺)에 다녀왔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의 바로 그 금각사이다. 1397년에 창건되어 약 600년 동안 잘 버텨오다 1950년 한 학승에 의해 소실이 되었는데 복원된 게 지금의 모습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가 학승의 범행동기란다. 숭례문 소실 사건이랑 아주 비슷하다. 약 50년 간의 복원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되는 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교토를 찾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장소 넘버 원이란다. 가로 세로 약 10cm 금박 20만장을 강력한 소재의 접착 재료를 사용해 작업했기 때문에 향후 600년간은 너끈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절을 감싸고 있는 숲에 들어가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5월의 금각사도 좋지만 겨울의 금각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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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도 마지막 날이다. 요 며칠 화창했는데 그제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 데다 비까지 내린다. 종로빈대떡에 가서 녹두전에 막걸리 한잔 마시면 딱 좋을 것 같다.

하도 오랜만에 한글로 뭘 쓰려니 낯설다. 4월 말쯤이다. 신입생 환영 파티가 끝난 다음 날 학생 하나가 방에서 조용히 숨진 채로 발견됐다. 올해 히토쓰바시대학에 입학한 일본인 학생이었다. 사망 원인은 급성알콜중독. 꿈이 많았을 텐데 많이 안타까웠다. 자숙하는 의미로 5월은 기숙사에서 파티를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학교에서는 '학생제군에게 알림'이라는 타이틀로 경고성 안내문을 곳곳에 게재했다. 당시 같이 자리를 했던 학생들을 전부 소환해 조사했다는 데 결과는 잘 모르겠다. 99년 6월 구마모토 의학부 1학년 학생이 서클 환영파티가 끝난 후 급성알콜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동석했던 19명을 전부 소환해 조사했고, 후쿠오카 고등법원에서는 그중 8명에게 '안전배려의무' 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300만엔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세상에 무리해서 좋은 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게 결론이다.

4월, 5월 두 차례나 자전거 사고가 일어났고, 그 주인공이 나인 바람에 아주 심하게 고생을 했다. 거의 날마다 눈썰매장 다녀 온 다음 날의 몸 상태로 지내야 해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오른 손에 아직 붕대를 감고 있지만 재활치료 결과도 좋고, 이젠 좀 살만해졌다. 1월부터 병원 신세를 많이 졌는데 이걸로 액땜은 끝~~~,이었으면 좋겠다. 옆 방의 중국인 유학생이 빨리 좀 나으라고 성화다.

지난해 도쿄의 히비야 공원에서 열렸던 아프리칸 페스티벌이 올해는 요코하마에서 열렸는데 못갔다. 내년에는 가야지. 제4회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에 아프리카 각국 정상 42명이 모였다는데 거기도 못 갔다. 장소는 요코하마였고,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관뒀다. 차이나 아프리카 포럼이 열리던 2006년에 아프리카의 각국 정상 41명이 중국에 모였는데 일본은 이번에 한명이 더 왔다고 아주 우쭐해한다. 에티오피아의 제나위 수상도 요코하마에 왔다. 같은해 있었던 '한국 아프리카 포럼'에는 5개국 정상과 25개국 각료가 한국에 왔었다. 쪽팔린다. 도대체 게임이 안된다.

제 45회 아프리카학회가 지난 주말 교토에서 열렸다. 발표의 질은 작년에 비해 떨어진 것 같았고, 아디스 아바바에 있는 코리아빌리지를 연구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학회가 끝나고 금각사와 은각사, 기요미즈테라를 다녀왔다. 절을 둘러싸고 있는 숲이 내 지친 심신을 정화해 준 덕분에 돌아오는 신간센에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사진: 내 방에 등장한 공기정화식물. 흙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PET병을 잘라 물에서 키우고 있다. 나 말고 살아있는 게 있어 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금은 아이비와 싱고늄 두가지인데 조만간 수가 늘어날 것 같다.

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