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24: 영국/영국유학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12.05.19 삼계탕 2
  2. 2012.05.16 한국에 가고 싶을 때 2
  3. 2012.04.20 엑시터대학 문의 - 캠퍼스 및 기숙사
  4. 2012.04.10 세종대왕 만세!!
  5. 2012.04.03 맛있는 커피 마시는 방법 1
  6. 2012.03.31 영국 파운데이션 과정 1
  7. 2012.03.14 애플 스토아에 가다 2
  8. 2012.02.29 햇살, 망중한, 그리고 네명의 독자 6
  9. 2012.02.24 꼬꼬면과 나가사끼짬뽕 시식기 5
  10. 2012.02.23 대세는 아프리카?

한국에 가게 되면 계절을 가리지않고 늘 먹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삼계탕이다. 내가 삼계탕 좋아하는 걸 아는 친구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삼계탕 예약을 해놓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매일 삼계탕을 먹어야할 때도 있다. 이거 먹고 싶었지, 라고 물어보는 친구들한테 어제도 먹었어, 이런 말은 도저히 못하고 마치 몇년만에 삼계탕을 맛보는 사람처럼 먹는다.


복날도 아닌데, 오늘 이곳 영국에서 제대로 된 삼계탕을 대접받았다. 수업이 끝나고 요즘 들어 부쩍 참외가 먹고 싶다며 향수병을 자극하던 같은 오피스의 한국인 동기네 집에서였다. 근사하게 돌솥에 담아내오지는 않았지만 삼계탕이 갖추어야할 기본재료가 다 들어있었다. 삼가루, 대추저민 것, 마늘, 마른 밤 등등. 밤을 어떻게 구했냐고 했더니 지난 가을 이탈리아산 밤을 구입해 손질해 냉동보관하고 있었단다. 이 날을 위해서란 말이지, 그러면서 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갑자기 건강해진 느낌이다.




허겁지겁 먹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 허전해서 한장 올릴려고 구글링을 했더니 어느 요리 홈페이지에 올려진 이 사진이 눈에 띈다. 맛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 

http://www.yori114.co.kr/bbs/view.php?id=todaycooking&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41

Posted by 윤오순

영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계속 겪고 있는 중인데 가끔 한국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경우.


1. 기숙사에서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기숙사 내방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아주 생쑈를 하는 중인데 결국 아직도 접속이 안된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IT관련 서비스를 일주일 내내 그것도 하루 24시간 계속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어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 전화를 했더니 주말이라 안되니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리란다. 이렇게 서비스 할 거면 아예 주말엔 쉰다고 하지 왜 일주일 내내 24시간 서비스를 한다고 홍보를 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잘 모른단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상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쯤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 사이에 자기네들이 업데이트를 해서 이메일로 다 보내놨는데 읽어보고 전화를 했느냐고 묻는다. 이것들이 제 정신인 건지. 인터넷이 안되어 연락을 했는데 피드백을 전화가 아니라 이메일로 하고 있었다. 정말 아주 '버럭' 화를 냈더니 당황하면서 학교가면 24시간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는데 왜 거기가서 이메일 체크를 안하느냐는 거다. 난 기숙사 사감이라 주말엔 움직일 수 없다, 라는 얘기는 못하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면서 장애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라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결방법을 제시하라고 문의할 때마다 계속 이메일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짜증 만랩이다.  



2. 학교에서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와서 겪은 일이다. 기숙사에 인터넷이 안되어 학교에서 인터넷을 쓰려고 씩씩대며 도서관에 도착했다. 지금은 학교 여기저기에 컴퓨터가 넉넉해졌지만 불과 3년전만해도 도서관에서 컴퓨터 빈자리를 찾으려면 줄을 한참이나 서 있어야 했다. 어쨌거나 긴 줄을 참아내고 무사히 빈자리를 찾아 컴 앞에 않았다. 컴이 내게 묻는다. 로그인을 해라. 그렇지. 로그인을 해야지. 그런데 내가 아직 등록된 학생이 아니라서 로그인을 할 수가 없었다. 등록은 컴퓨터로 하라는데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지 원. 결국 옆자리에서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한테 부탁을 해서 겨우 등록을 마치고, 이메일을 쓸 수 있었다.



3. 은행에서

얼마전 사용중이던 직불카드가 잘못됐다고 은행에서 계속 전화가 와 바쁜 시간 쪼개서 학교에 있는 은행 지점을 찾아갔다. 그 사이 카드 사용을 안해서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 카드를 내밀며 빨리 해결하라고 자꾸 전화가 오는 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창구의 여직원이 전화번호를 하나 주면서 거기로 전화를 한 후에 나보고 무슨 문제인지 알아보라는 게 아닌가. 이것들이 장난을 하나. 어쨌거나 전화를 했더니 내 신상정보를 묻더니 주소까지 다 대란다. 난 아직 여기 주소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이곳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우편번호를 잘 못 외운다. 주소 전까지 잘 진행됐는데 우편번호에서 딱 막힌 거다. 늘 지갑에 주소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날 따라 안보인다. 인터넷 접속되면 내가 사는 빌딩이랑 방번호 얘기 해줄테니 우편번호 좀 찾아봐주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절대 안된단다. 내가 너랑 통화하는 데 거의 30분이나 걸렸는데 끊고 다시 걸려면 또 기다려야하니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여자,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뚝 끊는다. 결국 은행창구의 여직원한테 내 주소를 물어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카드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했다. 같은 상품에 카드 결제가 여러번 되어 확인하려고 카드 사용을 막은 거였다. 그리고 은행 직원한테는 이제 입출금 자유롭게 되느냐, 확인해 달라고 한후 문제없다고 해서 은행을 나왔다. 



4. 애플스토아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혹시 세팅 문제인가 싶어 애플스토아를 찾아갔다. 지난번에 예약을 했다가 1분 늦어 그 다음날 다시 가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이번엔 넉넉하게 갔다. 약속시간 10분이 지났는데 스탭이 아무도 안오는 거다. '버럭' 모드 장전중이었는데 느리적거리며 스탭이 하나 왔다. 이것저것 눌러보더니 컴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런 문제는 처음이라면서 두가지 옵션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학교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 두번째는 데이터 백업한 후 싹 밀고 OS를 다시 깔라는 거였다. 학교가야 소용없다는 것 알아서 어제 저녁 내내 데이터 백업했고, 다 밀어버리고 지금 한쪽에서 인스톨 중이다. 이럴 때 난 한국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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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올 가을 엑시터 대학에서 TESOL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분으로부터 문의 메일이 와서 여기에 답변 남깁니다.


엑시터 대학에는 세개의 캠퍼스가 있습니다. 


1. Streatham Campus (http://www.exeter.ac.uk/)

2. Cornwall Campus (http://www.exeter.ac.uk/cornwall/index.html)

3. St Luke's Campus 


이중 Streatham Campus와 St Luke's Campus는 엑시터에 있으며  Cornwall Campus는 Falmouth 근처에 있습니다. 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 같은 건은 따로 없고, 엑시터 본교 캠퍼스에서 콘월 캠퍼스까지는 기차로 약 두시간 반정도가 소요됩니다.  


Streatham Campus는 엑시터 시내에서 30분 정도 걸어야 하고 St Luke's Campus는 시내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만일 다른 캠퍼스의 기숙사를 이용할 경우, 비록 같은 엑시터내에 있다고 하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여기 학생들은 왠만한 거리는 전부 걸어다니기 때문에 처음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30분 (왕복이면 한시간) 정도 걷는 건 일상으로 느껴질 겁니다. 셔틀버스는 따로 없지만 노선버스는 있습니다. 엑시터 대학 학생들은 도서관을 포함해 세 캠퍼스의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알겠지만 St Luke's Campus에서는 Sport and Health Sciences 혹은 Medicine 분야 수업이 진행됩니다. 테솔 석사과정도 세인트 루크 캠퍼스에서 진행됩니다. 


기숙사는 따로 소개해드리지 않으니 본인이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해 예산과 일정에 맞는 곳과 계약하시기 바랍니다. 학교 기숙사를 계약할 경우 과정이 모두 끝난 후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휴가기간까지 포함을 하면 길어지게 되니 개인일정 고려해서 계약하면 될 겁니다. 기숙사 방 타입과 관련해서는 이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중국학생들이 없는 곳을 찾기란 아예 불가능한 일이며, 다른 사람과 기숙사 시설을 공유하고싶지 않으면 스튜디오 타입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의 경우 재학생들보다 신입생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여름방학 이전에 신청하는 경우 신입생들은 거의 100% 방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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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2010년 봄 어느날이었다. 연구실 내 뒷자리에 앉아 늘 페북삼매경에 빠져있던 1년차 박사과정생이 뜬금없이 내게 묻는다. 너네 나라는 중국어를 사용하느냐고. 이 무식한 인간 같으니라고. 간신히 분노를 참았었지, 아마.


2012년 봄 어느날이다. 같은 연구실에 있는 박사 3년차 학생 두명이 네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그 책을 읽어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혹시 번역해서 출판할 계획은 없느냐고도 물었다. 그래서 그랬지. 난 당분간 시간이 없을 테니 너네가 한국어를 배워서 읽어보는 건 어떨까라고. 


그냥 웃고 말 줄 알았던 이 친구들이 한국어 배우기 어렵냐고 뜬금없이 묻는다. 마침 화이트보드가 보이길래 한번 배워볼래 하고 물었다. 둘다 그렇게 간단히 배울수 있는 언어냐고 의아해한다. 너네들이 총명하다면 30분만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규칙을 내 친히 가르쳐주마 하고 일단 자음과 모음을 알려줬다. 음가가 없는 이응은 '가짜이응'이라는 식으로 가급적 문법을 배제하면서 자모음을 어떻게 결합하는지 기본만 알려줬다. 정말 기본만. 오올~~~. 이 총명한 애들은 정말 30분도 안되어 지들 이름과 내 이름을 한글로 쓰고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모음에는 하늘, 사람, 땅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요 세가지로 스물한가지 모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더니 탄복을 금하지 못했다는...아, 세종대왕 만세다. 너네가 로마자로 되어있는 언어만 중시해서 한글의 위대함을 모르는 것 같은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가 누구인지, 어떤 원리로 글자가 만들어졌는지 알수 있는 언어이며, 방금 경험했듯이 굉장히 과학적인 소리글자라고 설명해줬다. 완전 감동하는 그 모습이라니. 루트리지(Routledge) 출판사(아주 유명한 출판사다)에서 <Fifty Key Thinkers on Language and Linguistics>라는 책이 출판되었는데 여기에 세종대왕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날때 사서 읽어보라 그랬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만한 많은 것들(?) 중에 아주 독보적인 게 나는 이 한글이라고 생각한다. F나 V처럼 이미 사라진 자음들도 있지만 소리가 확실하다면 모두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인인 내게도 여전히 신기하다. 세종대왕은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문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쓰는 모국어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읽고 쓰는 우리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세종대왕이 이룩한 많은 기적같은 일 중에 한글창제는 당연 갑(甲)이다. 감사하며 바르게 사용하는 게 우리 몫이고 또 책임일 것이다.


맛보기로 이 친구들에게 '주세요'라는 말을 알려줬는데 벌써 응용하기 시작했다. 두명의 친한파가 탄생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면서 몇자 적었다.   


 

 



Posted by 윤오순

커피를 연구한다는 이유로 커피 보관방법, 커피 원산지, 혹은 커피 맛있게 추출하는 법 같은 걸 묻는 사람들이 많다. 매주 금요일 지도교수와 면담을 하면서 커피를 한잔씩 얻어 마시는데 선생님도 내게 오늘 커피 맛이 어떤지 꼭 물어보신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그런거지....하시면서.

요즘 한국은 커피가 붐이라서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두서너집 건너 하나가 커피 전문점이고, 일반인들도 집에 도구를 갖춰놓고 커피를 즐긴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커피는 와인과 달라서 묵히면 고유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개봉하면 무조건 빨랑 해치울 생각을 해야한다. 에티오피아에서 현지조사 끝날 때 들고 온 커피를 다 마시고는 따로 사서 안 마신다. 금방금방 줄어들만큼 커피를 자주마시지도 않지만, 내가 뽑으면 영 맛이 없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맛있는 커피점에 가서 금방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커피 전문점에 잘 가지 않았는데 엑시터에 와서는 카페네로(Cafe NERO)라는 커피 전문점에 가끔 간다. 시내에 네로, 스타벅스 이외에 코스타(Costa), 보스턴 티파티(Boston Tea Party)라는 커피 체인점도 있는데 난 주로 네로에 간다. 네로의 아메리카노는 다른 집보다 약간 진한 편이지만 이게 내 입에 맞아서다. 학교에서는 연구실이 있는 건물 4층의 카페에서 블랙필터커피를 늘 마신다. 네로에서는 자체 블랜딩한 커피를 내리는 것 같고, 4층의 카페는 독일산 치보(Tchibo) 커피를 내려준다. 한국 사람들은 이탈리아 일리(Illy) 커피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는 치보가 맞는 것 같다. 커피라는 게 재료에 따라, 뽑아 주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마시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해서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난 그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참 맛있다, 그러면서 커피를 마신다. 

난 좋은 커피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안쓰고, 그냥 커피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서, 책으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편하게 사서 마신다. 좋은 커피 만드는 일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다. 부활절 휴가가 시작되어 4층 카페도 문을 닫아 오늘은 연구실에서 한참을 걸어야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햇살도 좋고, 분위기도 여유로운 카페였는데 늘 마시던 게 아니라서 그런지 커피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4층 카페는 4월말에나 다시 문을 연다니 그때까지 참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Posted by 윤오순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현재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이수중이다. 그런데 메일로 영국의 박사과정보다는 대학예비과정이라고 하는 파운데이션 코스에 대한 문의가 많아 오늘은 여기에 간단히 정리를 하려고 한다.

영국의 파운데이션 코스는 외국인이 영국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코스이다. 이수를 요구하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과 모국의 학제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입학전에 초중고 총 12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지만 영국의 경우 그게 총 13년이다. 1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 과정을 요구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반드시 이 코스를 이수해야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퇴했을 경우 편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때도 대개의 대학에서 파운데이션 코스를 요구한다고 한다. 현지적응훈련을 위해서 요구할 수도 있고, 부족한 영어실력을 보강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대학마다 파운데이션 코스를 전부 운영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다니는 엑시터 대학에는 인투(INTO)라는 영어학교가 있는데 여기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NTO University of Exeter 이렇게 부르기 때문에 꼭 대학부설 같은 느낌이 들지만 대학이랑 상관은 없다. INTO는 런던, 벨파스트, 맨체스터를 비롯해 영국내 여러 도시에 영어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수출의 첨병노릇을 하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엑시터 대학과 파트너십 같은 걸 체결했는지 캠퍼스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도서관 바로 옆 노른자위에 인투(INTO) 메인 오피스가 있다. 대학입학예비과정, 대학원입학예비과정 모두 이곳에서 들을 수 있다. 입학 첫날 레벨테스트를 하는 것 보면 영어 수준별로 파운데이션 코스가 진행되는 것 같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학생들도 많이 만났는데 이런 학생들은 1년 이상 이 코스를 듣는 것 같다. 엑시터 대학의 모든 외국인 유학생은 입학후 인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영어코스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이 혜택은 학생 본인은 물론 배우자에게도 해당된다. 

사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기숙사가 인투(INTO)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내가 주로 만나는 학생들이 인투(INTO) 학생들이다. 코스 비용에 기숙사 비용이 포함이 되는 것 같은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홈스테이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투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 같다. 기숙사는 작년에 새로 오픈했으며 블록 A에서 E까지 총 다섯채의 빌딩에 거의 6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함께 살고 있다. 기숙사는 방안에 침실, 부엌, 화장실, 욕실이 다 들어가 있는 스튜디오 타입이 있고, 부엌, 화장실, 욕실을 둘이 나눠 쓰는 공용 스튜디오 타입, 4명에서 6명이 부엌은 나눠 쓰고, 개인용 화장실, 욕실은 따로 있는 타입으로 나뉜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침구며, 그릇들이 구비되어 있다. 약 50여명의 학생당 한명 정도의 레지던트 튜터가 배정되어 있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기본 코스 외에 각종 소셜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같고, 도서관을 비롯해 엑시터 대학의 모든 서비스를 엑시터 대학 학생들과 똑같이 이용한다. 코스를 마친 학생들은 그대로 엑시터 대학 혹은 엑시터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는 것 같다. 학비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결코 싼 것 같지는 않고, 영어성적을 비롯해 학교가 요구하는 조건을 다 갖추면 입학허가를 받아 대학이든 대학원이든 입학을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엑시터 대학의 파이낸스 및 어카운팅은 영국내 탑으로 관련 전공의 파운데이션 코스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동의 부유한 자제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엑시터로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들었다. 

영국은 캠브리지나 옥스포드처럼 영국 밖에서도 유명한 대학이 있긴 하지만, 학교마다 강세를 보이는 과나 전공이 있기 때문에 학교 이름만으로 랭킹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개의 한국학생들은 내가 가서 공부할 대학의 전공이나 가르치는 교수진 보다는 무슨무슨 언론사 같은데서 매년 정해주는 랭킹을 따라 학교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영국에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같은 러셀그룹(Russell Group)이라는 게 있는데 일종의 대학협력기구로 모든 연구기금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분배한다. 엑시터 대학은 이 러셀그룹에 포함되어 있고, 캠퍼스가 엄청 예쁘고, 별걸 다 연구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졸업하고 취업이 어렵기는 여기 영국도 마찬가지라서, 빡세게 공부하지않으면 졸업후 잔류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엑시터의 분위기는 이 블로그에 여러번 소개를 했으니 참고하시길.  

 

 


 



 


Posted by 윤오순

내가 사는 곳은 런던에서 기차로 두시간 반은 달려야 올 수 있는 시골이지만 30분 정도만 학교에서 걸어 나가면 읍내(?)에 애플 스토아가 있다. 여기저기 맥 유저들도 많고. 맥 유저들이 많아 애플 스토아가 생긴 건지 아니면 애플 스토아가 있어 맥 유저들이 많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곧 전설이 될지도 모른다는 하얀색 플라스틱 맥북을 2007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요며칠 맛갈 조짐을 보여 싸짊어지고 애플 스토아를 찾았다. 배터리도 영 맛이 간 것 같고, 마우스패드가 내 손가락을 전혀 인식 못해 자주 강제종료를 해야했고, 브라우저로 쓰는 사파리는 주소창이 사라져버린 후 복구가 불가능했다. 사실 난 프로그램 다운도 잘 안 하고, 업데이트 하라는 메시지 나오면 엔터 쳐주고, 주로 문서나 인터넷만 사용하니 컴에 바이러스가 들어 올 여지가 별로 없는 이용자다. 맥은 버그가 발견되면 바로 경고 메시지가 떠주니 그때 그때 시키는대로 하면 되었고. 노트북을 들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 충격을 많이 받았을 텐데 컴퓨터가 그 동안 쌓아놓고 버티다가 이 참에 폭발을 한 건 아닌지. 당장 써야 하니 고치는 건 당연한 건데 애플 스토아에 가는 동안 별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시내의 애플 스토아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애플에서 출하된 상품 전시 및 체험 공간이고, 신제품 셋업에서부터 각종 제품 이용방법에 관한 교육은 2층에서 이루어진다. 가방, 무선 키보드 등 다양한 악세서리도 직접 만져보면서 2층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같은 2층의  지니어스 바(Genius Bar)라는 곳에 가서 일대일 상담을 할 수 있게 예약을 했는데 컴퓨터가 이상해요, 하면서 내놓은 내 컴퓨터를 상담자가 잠깐만, 그러더니 들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러기를 한 20분. 다시 돌아 오더니 키보드판을 전체 다 갈아줄 거고, 배터리도 체크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갈아준댄다. 일단 외형틀을 주문할테니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알아보자고 해서 고개 끄덕이고 왔다. 자기네들이 휘리릭 둘러봤는데 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단다. 그럼 왜 그런 거지? 마우스패드 이상한 건 마우스 빌려 줄테니 당분간 지네들 마우스 쓰다가 키보드 틀 도착하면 그때 돌려 달라고 해서 그것도 알았다고 그랬다. 내 컴퓨터에 뭔가 문제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았는데 기술자 앞에서는 컴퓨터가 쫄았는지 아무렇지도않게 돌아가는데 참 나 신기한 일일세. 키보드 틀 교체는 전부 공짜로 해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정말 걱정 안하는 중이지만 완전히 교체가 끝나고 기술자가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봐주기 전에는 이 찜찜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힘들듯.

기다리다가 교육코너 여기저기에 앉아 아이패드 사용법, 맥북에어 사용법 배우는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을 보는데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늦게 컴을 배울 경우, 애플제품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윈도우는 너무 어렵다. 울엄마도 집 근처에 애플 스토아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맥북이나 아이패드로 컴 공부를 시작하라고 했을 텐데. 이메일 주고 받는 것만으로 그냥 만족해야 하나.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키워드: apple exeter)
 
Posted by 윤오순
날씨가 오랜만에 느무느무 좋다. 밖에 나가기는 귀찮고, 4층 카페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들을 온 몸으로 받으며 망중한을 즐겼다. 북향집에서 햇살 한자락 못 받고 사는 처지라 이런 날이 너무 고맙다.   

진도가 쭉쭉 잘 안나가지만 아무튼 열심히 논문을 쓰는 중이다. 요즘 그게 나한테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 논문을 쓰면서 드는 생각인데 이렇게 쓴 논문을 읽을 사람이 내 지도교수, 세컨드 지도교수, 그리고 심사위원 두명(외부 및 내부 심사위원)뿐이라니 참 나. 도합 네명이 읽을 논문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게 좀 허무하기도 하다. 논문이라는 게 관심분야의 학자들 말고는 도통 재미없다는 건 사실이고, 게다가 이제 독립연구자로 나서려는 새내기들의 논문은 더 재미없을 게 뻔하니 네명 말고 독자가 더 추가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네 사람들이 내가 박사학위를 받는냐 못 받느냐에 관한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을 멈출 수가 없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지.

차도 한잔 마셨는데, 자, 다시 진도를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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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한국에 하얀국물 라면이 난리라는 소식을 진작에 들었는데 먹어 볼 기회가 없다가 같은 과 한국인 동기 덕분에 두 가지를 다 맛볼 수 있었다. 어떤 맛일까 많이 궁금했는데 결론은 둘다 나쁘지 않았다.

꼬꼬면은 비빔면 만들던 회사 라면이라서 그런지 면발이 가늘어 식감이 떨어졌다. 국물맛은 괜찮았는데 청양고추를 구해서 넣어 먹었더라면 좀더 맛깔스럽지않았을까 싶다. 이경규가 이런 라면을 '창조'해내다니 스티브잡스 안 부럽겠는 걸, 그러면서 먹었다.  

나가사끼(나가사키가 아니었다.) 짬뽕은 기대 이상이었다. 본고장 나가사키에서 해산물과 야채가 풍부한 오리지널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봤기 때문에 뭐 별거겠어, 했는데 오올~맛있었다. 사실 라면 안에 들어있던 스프 이외에 이것저것 많이 집어 넣어 맛을 보강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냉장고에 새우랑 버섯, 파, 양파 같은 게 있어 다 집어 넣고 끓였더랬다.

꼬꼬면은 봉지 디자인을 비롯해 어린 소녀 같은 느낌인데 나가사끼 짬뽕은 투박한 디자인의 라면 봉지를 비롯해 묵직한 장정의 느낌이 들었다. 농심에서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다던데 이것도 조만간 맛을 봐야지. 새로운 라면들을 먹어보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신라면만 애정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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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연구실의 내 왼쪽 옆자리에서 같이 공부하던 에티오피아 친구가 떠나고 좀 허전했는데 얼마 전부터 나이지리아에서 온 박사과정 학생이 오른쪽 한자리 건너에 자리를 잡았다.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연구과에 자기가 공부할 빈 책상을'찜'해달라고 연락을 해뒀는데 담당자가 같은 과의 카메룬에서 온 학생한테 부탁을 했었나 보다. 공부하는 학생은 없는데 '여기 자리 OO가 찜함' 이라는 메세지가 작년 연말부터 붙어 있어 누굴까 궁금했었다.

복도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이 친구한테 길안내해준 인연으로 친해졌는데 처음엔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 나이지리아에서 가져온 노트북 플러그가 안 맞아 연구실에 가져갔는데 연구실에도 맞는 게 없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제 멀티 어댑터(에티오피아에서 쓰던 거다)를 쓰라고 준 이후부터는 뭐가 안되면 대놓고 부탁을 하고 내가 연구실에 없으면 어디 갔느냐 찾는다고 그런다. 복도에서 만나면 기럭지며 덩치가 내 두배는 될 것 같은 이 친구가 내 보디가드 행세를 한다. 

이제 스물을 좀 넘겼나 싶게 아주 '영'한 얼굴을 한 친구가 오늘은 지나가는 나를 불러 뭘 좀 보여주겠다고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장래 사업구상에 대해 설명을 하는 거다. 조사를 아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과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결론은 아프리카 여기저기가 난리긴 난린가 보다. 카메룬의 그 친구도 공부 보다는 사업으로 바빠 보였는데...기숙사 여기저기에 아프리카에서 영어 배우러 온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고. 아프리카가 진정 대세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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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