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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4 샤워기 트라우마
  2. 2013.01.21 책 소개 - A Geek in Japan 2
  3. 2013.01.19 첫눈, 선물
  4. 2013.01.17 이런저런 생각들
  5. 2013.01.11 행복한 사람 2
  6. 2013.01.02 새해인사 2
  7. 2012.12.26 슬픈 크리스마스 선물
  8. 2012.12.20 공부합시다!! 1
  9. 2012.12.14 12월 19일 꼭 투표하세요!!!
  10. 2012.12.07 키리모찌 먹는 법 1

갑자기 떠나는 학생이 있어 체크아웃하러 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예쁘게 생긴 여학생인데 방 상태가 완전 깼다. 쓰레기는 없었지만 침구도 정리가 안되어 있었고 카페트가 깔린 바닥도 엉망이었다. 허나 압권은 화장실. 북향인 내 방도 습하지않게 설계가 된 기숙사인데 이 친구는 거의 환기를 안 시켰는지 샤워커튼이며 화장실 바닥 타일 등에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었다. 더 놀라운 건 고정식 샤워기의 헤드 부분. 촘촘한 구멍마다 곰팡이가 1센티미터는 자라 있었는데 어떻게 저걸로 샤워를 했을까 궁금했다. 더럽다는 느낌보다 무서웠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청소하시는 분들도 거긴 신경을 안 쓴 건지 손을 못댄 건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앞으로 샤워할 때마다 그 방의 샤워헤드가 생각날 것 같다. 남자들이여, 여자들의 외모에 절대 속지 말지어다. 오늘의 교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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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지난 주말엔 한 스페인 오타쿠가 쓴 <A Geek in Japan>을 읽었다. 일본의 다도 혹은 차도(Tea Ceremony) 관련 자료를 찾는데 이 책이 걸렸다. 책에서는 Tea Ceremony가 아주 짧게 소개되었는데 작가한테는 운이 좋았던 거지. 이런 식으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으니...커버며 편집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일본문화에 대해 두루두루 손 안 댄 키워드가 없을만큼 아주 공들여 쓴 일종의 일본문화 탐험기였다.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특히 서양인들에게 강추할 만한 입문서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 입문서로는 론리 플래닛 말고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아직 눈에 확 띄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영부인은 어차피 써야 할 예산이라면 그 좋은 재료들로 후세에 길이 남을 한국문화 입문서나 한권 만들 것이지....


책 읽으면서 느낀 건데 일본에 살면서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작가는 오타쿠답게 관찰력이 아주 예리했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중고품 구매를 싫어한단다. 왜냐하면 모든 물건에 혼이 담겼다고 믿는데 중고품을 구입할 경우 이전에 사용하던 사람의 혼이 따라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구입을 꺼린단다. 몰랐던 사실이다. 그럼 간다의 그 헌책방들은 왜 있는 거지? 전부 동의하긴 힘들었지만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게 많았다. 


일본의 첨단 기술에 대한 한없는 찬사에 작가가 아마 스페인 어디 시골 출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유럽애들 도쿄나 서울 오면 다 눈이 빙빙 돌아갈 거다. SF 소설에나 나올법한 세계에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작가가 2013년 서울의 무역센터 근처나 강남을 한바퀴 돌고 나면 현재 도쿄의 하이테크가 아무것도 아니란 거 느낄 지도 모른다. 아니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일본의 나리타 공항과 확 비교되는 시설들에 놀라 자빠질 듯. 나도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가 아주 깜짝 놀랐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무장을 하고 있고, 금방 지은 건물들은 내부 인테리어도 전부 새 것에다 번쩍번쩍 황홀하다. 영국 와서 놀란 게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건물 내부 시설들이 너무 낡았다는 것. 우리보다 수십년 먼저 오픈했을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가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우수한 일본문화의 뿌리가 중국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지만 설명에 한국이 철저하게 제외되었다는 것은 지적하고 싶다. 물론 작가의 탓은 아니다. 나도 일본에서 친일파 교육(일종의 문화연수)을 8개월 받은 적 있는데 그때도 느낀 거다. 외국인 대상의 일본역사 혹은 일본문화 관련 책자에 한국은 거의 등장을 안한다. 전부 중국에서 직접 일본으로 문화가 전수되었다는 식이다. 학위취득을 위해 일본에서 4년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6개월간 한국어를 공부한, 한 외국인 청년이 내게 그랬다. 한국은 너무 자국 홍보에 인색하다고. 자기가 일본에서 일본이 오리지널이라고 배웠던 게 전부 한국에 있고, 역사가 훨씬 더 앞서 있다는 사실에 놀랐단다. 섬나라 일본이 한국이 필터가 되어 걸러진 문화를 받아들였다는게 상식일 텐데 일본에 있을 때는 중국에서 직접 문화를 전수받았다는 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단다. 한국문화 관련 자료는 영어로 된 게 거의 없어 찾아보기 힘들고,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별볼일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단다. 저 스페인 오타쿠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레이디 프레지던트가 5년 동안 한국의 국격상승에 좀더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거 기대해도 되나 모르겠다. 그 보다는 스페인 오타쿠처럼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여겨 글도 많이 쓰고, 재미있는 영상도 많이 소개하는 이방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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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오늘 엑시터에 첫눈이 내렸다. 종일 내린 게 아니라서 하루를 늦게 시작한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나 할 것 같다. 어제 밤늦게 새로 도착한 학생들이 있어 만나는 데 학생을 태우고 온 택시기사가 짐을 내려 놓으면서 내일은 눈이 올 것 같다고 해 에이, 그랬는데 눈이 내리긴 내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들으니 다른 지역은 많이 쌓여서 교통사고도 발생하고 그랬나보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 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눈발이 그치고 가랑비로 돌변해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첫눈과 함께한 또 하나의 기쁜 소식.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에 사는 일본인 부부가 오늘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을 보내 주었다. 우편물 모아놓는 곳에서 내 우편물을 찾는 중에 암하릭 글자들이 보여 에티오피아에서 온 학생이 있나 싶어 궁금해 들춰봤더니 나한테 온 소포였다. 현지조사 갔을 때 내가 일했던 카파를 좀 도와달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탁을 했었는데 한국인들은 전혀 관심을 안보여 아예 포기하고, 그 나마 관심을 보였던 일본인들이 있어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중이다. 이 부부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인데 가끔 카파 소식을 전해 주신다. 그 사이 카파를 다녀왔고, 내용을 수정보완해 기존의 일본어판 에티오피아 커피 전설에 관한 책을 영어로 번역 출간하셨는데 그 책을 보내주셨다. 영어 타이틀은 <The Legend of Ethiopian Coffee>. 커다란 봉투에는 책이랑 에티오피아 커피, 그리고 커피콩으로 만든 악세사리들이 들어 있었다. Made in Ethiopia 딱지까지 붙여서 보내주셨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떠나오고 나서 일본의 커피전문가, 개발전문가들도 카파를 방문했다고 들었고, 일본의 한 방송프로그램에도 카파가 소개되었다고 한다. 같이 일했던 카파 공무원들은 일본대사관에서 초청을 해 아디스를 방문했다고 한다. 난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 카파 공무원들에게 자료 준비며 숙소 예약 같은 걸 부탁하는 정도만 힘을 실어줬는데 오늘 책을 보니 반가웠다. 2010년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하면서 Kaffa가 아닌 Kafa라고 명시를 해서 일본인들한테 홍보물에 꼭 Kaffa라고 표기를 부탁했는데 책에는 전부 Kaffa로 소개가 되어 있었다. 전에는 이 분들도 Kafa라고 표기를 하고 있어 왜 Kaffa여야 하는지 설명하면서(이유는 Kaffa를 coffee의 고향으로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해서) 앞으로 Kaffa로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었던 터였다. 일본 자이카의 지역개발 관련 팀이 카파의 유기농 꿀을 상품화하는 데 돕기로 했다고 하고, 올해부터 자이카 봉사단원들이 카파로 들어가 활동하기로 했단다. 현재 미국 평화봉사단원들이 다섯명 활동하고 있는데, 내심 한국의 코이카 단원들이 카파에 들어갔으면 하고 바랐었다. 자이카가 먼저 들어갔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카파 소식 들으니 한번 가줘야 할 것 같은데 올해는 갈 수 있을려나...... 


선물로 온 에티오피아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었는데 케냐산 커피가 아직 남아 있어 며칠 후에나 맛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저녁 잠들기 전엔 에티오피아 커피 전설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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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내 블로그는 요리블로그가 아닌데 음식관련 내용이 올라가면 조회수가 늘어날 때가 많다. 참 신기하다. 게을러서 음식 사진도 없이 텍스트만 쭉 올리고 마는데 검색어 타고 들어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간 분들 많을 듯. 


새해가 시작되고 보름이 훌쩍 지났는데 이제야 새해가 밝았구나 싶다. 내 생체시계는 음력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


요즘 잠들기 전 내가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있다. 불 꺼놓고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패드 덕분이다. 땡큐, 잡스 횽님!! 킨들 자체는 영 불편해 요즘 전혀 사용을 안하지만 킨들판으로 구입한 책들은 아이패드에서도 읽을 수 있다. 책 표지 넘기다가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영어 버전은 킨들판을 가지고 있다. 어린왕자는 언제 읽어도 감동이 밀려오는 내 인생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어린왕자의 삽화를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생텍쥐페리는 정말 천재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불어, 타이어, 그리고 암하릭어 버전의 어린왕자를 가지고 있는데 삽화들은 다 똑같고 글자들만 다르다.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일본어는 버전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어린 왕자고(小さな王子さま), 또 하나는 별의 왕자님(星の王子さま).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후자. 한국어판 어린왕자는 작고하신 김현 선생이 번역한 걸 읽었는데 김현 판본을 김화영 교수가 손을 대 최근 재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의 하코네에 가면 어린왕자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전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어린왕자를 만날 수가 있다. 그리스의 크레타에 갔을 때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어떤 작가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나 생각했었다.


작년 가을부터 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들의 수기를 일부러 찾아 많이 읽고 있는데, 그제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다시 읽었다. 책 읽으면서 죽음 앞에서의 내 자세, 그리고 난 모리 선생님 같은 스승을 가졌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미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티븐 킹의 <on writing (한국어로는 '유혹하는 글쓰기'로 번역출간)> 을 읽으니 모리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했던 아내와 이미 이혼을 해버렸다. 앞날을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지만....<on writing>은 아직 절반이 남아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가 "네 이야기를 쓰라"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주말에 마무리 해야지.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제법 잘 나가던 사람이 네팔에 우연히 갔다가 그곳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 짓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책 소개를 보고 킨들판을 구입했다. 다운로드 하자마자 목차만 보려고 했는데 다섯 챕터를 읽고 말았다. 아버지와 네팔에 도착해 책을 나눠주는 데까지 읽었는데 오늘 저녁 마무리해야지. 한국에는 <히말라야 도서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것 같다. 다 읽고 분명 감동하겠지만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 한가지는 기부도 내 힘으로 해야한다는 것. 내 힘으로 기부하고 싶을 때 기부하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것. 한가지 생각이 아니라 두가지 생각이었군.


우유가 떨어져 두유를 부어 커피를 만들어봤다. 맛이 어떨까 만들기 전 검색을 해봤는데 두유라떼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라떼가 우유를 의미하는데 두유라떼는 말이 안되는 소리. 맛은 의외로 괜찮았다. 이렇게 남아있는 재료들로 실험한 음식 중 성공한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시간되는 분들은 시도해 보시기를. 카보나라 파스타 만들 때 작은 멸치를 넣었더니 아주 색다른 맛이 난다. 된장찌개 끓일 때 마른 삼 몇 조각을 넣었는데 이것도 별미. 더 있는데 지금은 생각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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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아침에 메일함을 열었는데 반가운 메일들이 여러통 도착해있었다. 그중 두 엄마들한테 온 메일들. 한국 엄마는 김치를 담는다면서 우리딸 뭐먹고 사는지 궁금하다고, 그리고 정기구독해준 잡지 잘 읽고 있다고 쓰셨고, 일본 엄마는 2009년 여름에 갔었던 다테나시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다음에 일본에 오면 겨울의 다테나시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두분 모두 메일을 쓰시며 나를 생각하고 계신 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건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


일본 엄마가 메일을 마무리하시며 아랍과 인도에서 불평등하게 살고있는 여자들 이야기를 해주셨다. 태어난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 아무 죄도 없이 불행하게 사는 여자들이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하면 같은 여자로서 우린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서였다. 요며칠 내가 가진 불만들이 사소해졌다. 가끔 터벅터벅 걷다가 장애때문에 못 걷는 사람들 생각하면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면서 두팔을 앞뒤로 힘껏 흔들면서 이상하게 걸어볼 때가 있는데 오랫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고,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있고,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있고, 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피지에서 온 한 친구는 고기는 물론 뿌리채소도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다. 본인이 선택한 종교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 종교인으로 자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아주 좋아하는데 자기 나라에서는 신을 일이 없어 고향에 돌아가기 싫다고 해 어이없어했던 적이 있다. 인도에서 온 친구는 늘 검은 옷만 입는데 난 검은색을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다. 자기 동네에서는 여자는 절대 검은색 옷을 못 입게 되어 있단다. 세상엔 참 별별 곳이 다 있는 것 같다. 식사가 제공되는 모임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자들을 여러 번 만났는데 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같이 음식먹을 기회란 아예 없다. 식사 때마다 음식접시를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그 여자들을 보면서 새삼 무신론자인 내 팔자가 상팔자가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결론은? 난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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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새해가 밝았는데 아직도 대문엔 지난 크리스마스의 슬픈 에피소드가 걸려있어 재미있는 기사로 밀어내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새해인사로 대신 하겠습니다. 아이패드의 자료는 복구가 안되었지만 아이북에 PDF자료를 넣어 관리하는 방법은 확실하게 배웠습니다다. 많이 잃었지만 하나 제대로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했습니다.


지난해는 특별할 게 없이 보냈는데 올해는 즐겁고 의미있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새해아침에 기도했습니다. 여기에 자주 오시는 분들도 보람찬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유쾌한 일들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 출처

http://www.bugo9.com/zboard/skin/ggambo7002_board/print.php?id=public_board&no=17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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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정말 딱 1초 딴생각을 했다. 딴생각을 한 줄도 모른 딴생각이었는데 그 사이 내 아이패드는 박살이 나 있었다. 내장이 다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냥 떨어진 게 아니라 1초의 무의식중에 마치 내가 패대기를 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 내 앞에 널부러져 있었다. 작년에 에티오피아 다녀오고 문화적인 충격, 심리적인 충격에 여행을 다니다가 장만한 물건이었다. 보증기간 1년이 지났다는 이야기. 


아이패드를 사고나서 내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휴대가 간편하고, 아무데서나 펴놓고 메모하고,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이 신기한 물건을 볼 때마다 난 이 세상을 떠난 잡스 횽님에게 무한 감사기도를 올렸드랬다. 그 아이패드가 나를 떠난 거다. 사실 내가 떠나 보낸 거지. 


부랴부랴 검색을 했는데 방법은 세가지. 유리만 갈아주는 곳에 가서 스크린 교체를 하거나 (내장의 상태는 확인해 볼 수 없음), 애플 스토아에 가서 상담하거나 (돈이 문제), 포기하고 다시 사거나 (아이패드 미니가 나왔다고 해서 사실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당장 새로 구입할 마음은 없었다)가 그것이다. 터치를 못 할정도로 완전히 부서져서 백업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도 안하고 애플스토아로 달려갔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영업을 한다고 했다. 예약은 10분 간격으로 딱 두 사람만 더 받겠다고 하는데 지금 바로 가겠다고 확인버튼을 누르고 나니 30분도 안 남았다. 정말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렸다. 그 속에 책만 천권이 넘게 들었는데 당장 봐야 할 자료들이 많아 어쩔 수가 없었다.


지니어스 바의 청년은 새로 사거나 아니면 190파운드에 통째로 교체를 해 줄수 있다고 했다. 대신 부서진 아이패드는 자기네들이 갖겠다고 했다. 검색했을 때는 206파운드인가였는데 좀 싸다 싶어 이게 왠 떡, 하며 새 걸로 교체 해달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새로 주문하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데 애플 스토아에서는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2분을 기다리라더니 정말 새 아이패드를 박스에서 꺼내 주었다. 박살 난 내 아이패드 뒷면엔 출시할 때 기적은 신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뭐 그런 의미의 글귀를 새겼었는데 교체된 거엔 물론 아무 것도 새로 새길 수가 없었다. 스페셜 에디션이 그냥 공산품이 되어버린 느낌. 계산하려고 했더니 190파운드가 아닌 할인가격 85파운드만 내라는 이상한 상황에 봉착했는데 이유도 모르고 그냥 내라는 85파운드만 내고 서둘러 집에 왔다. 세팅을 해서 데이터가 다 살아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은 동기화를 잘못해 자료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아마존 킨들판 책만 겨우 건졌다. 악몽같은 2012년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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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지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국민수준이라던데 우린 아직 문재인 같은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고 희망같은 걸 봤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봅니다. 상식이하의 맨 얼굴을 보고도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지만,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깨어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공부합시다!!  


승패를 떠나 선거를 위해 애쓴 모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 오늘 잠못드는 분들, 치유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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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강풀(@kangfull74)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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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일본 음식 중에 키리모찌(切り餅) 라는 게 있다. '딱' 보면 '꼭' 비누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찹쌀떡이다. 정말 아무맛이 없는데 난 그 맛이 좋아 일본에 있을 때도 즐겨먹었고, 영국에 와서도 일본 엄마가 보내주셔서 잘 챙겨먹었다. 


먹는 방법은 다양한데 난 일본 엄마한테서 배운대로 팥죽에 넣어 먹거나, 미소시루에 넣어 먹거나, 오븐형 전자렌지에 구워먹거나 했었다. 팥죽은 내가 직접 쑤워먹는 건 불가능하고, 일본에서는 수퍼에서 깡통에 들어있는 팥죽을 사다 먹었었고, 영국에서는 일본 엄마가 팩에 든 팥죽을 보내주셔서 먹을 수 있었다. 


비누처럼 생긴 게 열을 가하면 부풀어 올라 쫄깃해진다. 콩가루 같은 게 있으면 거기에 굴려 먹어도 되는데 맛이 딱 인절미다. 찹쌀떡이니까. 일반 떡은 바다건너 오는 동안 상해서 먹을 수가 없는데 이 찹쌀떡은 바다건너 오는데도 문제가 없을 뿐더러 보관 기간이 엄청 길다. 1년이 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 찹살떡 가공기술을 한국식 떡볶이에도 접목을 한 듯한데 일본 엄마가 보내주신 포장용 떡볶이를 해먹으면서 떡 맛이 키리모찌의 찹쌀떡이라는 걸 알았다. 모양은 우리나라 떡볶이 떡처럼 생겼는데 말이다. 


오늘 아침 남은 버터를 어떻게 처치할까 궁리하다 후라이팬에 두른 다음 거기에 키리모찌를 구워먹어봤다. 아, 이런. 너무 맛있는 거다. 떡이 딱 세개 남았을 때 그 방법을 알았다니 통탄을 금치 못했다. 일본 엄마가 내가 귀찮아하는 거 아시고 그런 방법은 안 가르쳐주셨나 보다. 그냥 간단히 국에 넣어 먹거나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법만 알려주셨던 거지. 마지막 한개를 먹으면서 문득 일본에 가고 싶어졌다. 일본에 가면 키리모찌를 실컷 먹을 테다, 그런 말도 안되는 계획을 세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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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